가장 흔하게 접하는 레오퍼드 패턴은 물론 오색찬란하게 물든 애니멀 프린트가 시선을 모은다. 소재도, 스타일도, 커팅도 자유자재. 가을의 포문을 열기에 퍽 다채로운 눈요깃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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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이톤 패턴의 노란 부츠는 로샤스(Rochas). 2 컬러 포인트의 레오퍼드 패턴 펌프스는 지미추(Jimmy Choo).

진짜 모피로 만든 애니멀 패턴 아이템은 강한 자, 또는 강해 보이고 싶어 하는 자들의 상징이었다. 애니멀 패턴의 대표격인 관능적인 레오퍼드 패턴을 시작으로, 초원을 가르는 얼룩말의 줄무늬를 담은 지브라 패턴, 표독하고 사악해 보이나 그런 만큼 유혹적인 매력을 지닌 파이톤 패턴 등 강한 동물의 살갗은 연약한 인간의 멘탈을 강력하게 코팅(?)했고, 시선과 관심을 끌수록 인간의 자신감은 높아졌다. 악랄하게 거세당한 동물의 살갗이 패션이라는 레이블을 달고 인간의 데일리 룩, 또는 나이트 룩이 되는 살벌한 먹이사슬. 다행히 인간과 동물,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상생을 강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무분별한 동물의 살생을 금하고 진짜 모피를 입지 말자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패턴을 포기할 패션계가 아니다. 진짜 모피 대신 페이크 모피를 사용하고, 다른 직물에 애니멀 프린트를 입혀 더 야성적인 패턴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강한 여자, 네온 컬러 등의 트렌드 키워드와 맞물려 다양한 컬러를 입은 애니멀 프린트가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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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컬러와 소재, 패턴을 믹스한 벨티드 부츠는 코치1941(Coach1941).

이번 시즌 애니멀 프린트의 인기는 발에 차인다는 표현을 써도 무리가 아니다. 뉴욕, 런던을 지나 밀란, 파리에 이르기까지 4대 컬렉션에서 골고루 보이는 것도 특별하다. 가장 먼저 파워풀한 여성의 모습을 담은 막스마라 컬렉션에서 레오퍼드 패턴의 등장은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진다. 디자이너 이언 그리피스는 기본에 충실한 브라운 컬러 베이스의 레오퍼드 패턴을 주로 사용했다. 레오퍼드 패턴 톱에 패턴 입자의 크기가 다른 레오퍼드 맥시 스커트를 연출하거나, 화려한 빨간색 가죽 투피스 위에 더 강렬한 레오퍼드 패턴 재킷을 걸치는 식으로 강함을 피력했다. 매 시즌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모으는 톰 포드는 역시 애니멀 프린트를 앞세워 관능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 빨갛고 노란 레오퍼드 패턴 드레스를 같은 컬러의 스타킹, 볼드한 주얼리와 매치했다. 비즈와 크리스털 등을 더한 애니멀 프린트 패치워크 드레스는 화려함의 끝을 보여준다. 한편 밀란의 로맨티스트 안토니오 마라스는 스타일링의 변주로 재미를 주었다. 레오퍼드 패턴 트렌치코트에 벨트백을 매고 커다란 빅백을 팔로 감싸 안은 것인데, 여기에 색감 있는 페이턴트 부츠를 매치해 대비의 미학을 펼쳐 보였다. 애니멀 프린트의 활약은 스트리트풍 런웨이에서도 계속되었다. 오히려 자유분방한 스타일링을 통해 다채로운 인상을 남긴 건 이쪽이다. 퍼프 숄더 장식의 미니 드레스와 레이스업 부츠에 타이거 프린트를 장식한 아담 셀먼, 오렌지빛 지브라 패턴의 오버올과 핑크 베이스 레오퍼드 패턴의 원피스를 선보인 애슐리 윌리엄스, 투박한 룩에 날렵한 지브라 패턴의 사이하이 부츠를 연출한 발렌시아가 등. 톡톡 튀는 가발을 쓴 소녀들의 미래로 가는 열차복을 만든 듯 보이는 제레미 스콧은 특유의 위트를 더해 시어한 소재의 트레이닝복을 멀티 컬러 레오퍼드 패턴으로 장식했다. 하나의 옷을 반반 나누어 다른 패턴으로 디자인한 오프 화이트와 체크무늬와 레오퍼드 패턴을 믹스한 베르사체도 눈길이 가는 컬렉션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은근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즐기고 싶은 이라면 캘빈 클라인, 니코판다, 비베타처럼 애니멀 프린트를 부분적으로 활용한 룩을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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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컬러와 패턴 블록 장식의 체인백은 지미추. 5 애니멀 프린트를 포인트로 장식한 숄더백은 미우미우(Miu M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