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돈을 원하면서도 돈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건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서 래퍼만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힙합신은 왜 돈 이야기를 할까? 왜 부자가 되길 바라며, 부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마이크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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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바쁜가? <얼루어>와는 얼마 전 <도시 어부> 현장 취재에서 만난 적 있다.
<도시 어부> 덕분에 많이 바빠졌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다. 최근 <음담패썰>이라는 새로운 예능을 시작했다. 피트니스는 거의 중독 수준으로 하고 있고 축구도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연예인 풋살 대회가 진행 중이다. 지난 주말에도 경기를 하면서 한 골 넣고 왔다. 음악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다.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과연, 열심히 사는 것 같다.
7월은 하루도 빼지 않고 최소 한 개씩은 스케줄이 있었다. 마침 페스티벌 기간이기도 했다. 바쁘니까 시간을 쪼개서 썼다. 3시간이 비면 2시간은 음악 작업을 하고 1시간은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했다. <도시 어부> 촬영을 하고 와서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꼭 운동을 하고 잔다.

마이크로닷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돈과는 관련이 없다. 내 꿈은 최고의 남편과 아버지가 되는 거다. 오래전부터 그랬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이유기도 하다. 사실 난 어릴 때 흙밭에서 다 찢어진 축구공으로 맨발로 축구하던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그런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은 무엇을 해도 즐겁다.

돈 이야기를 한 노래가 있나?
처음에는 많이 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번 적이 없었으니까.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고 1집 앨범을 내면서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가사도 점점 자전적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주로 무엇에 대해 썼나?
좋은 차, 돈, 사치에 관한 가사를 많이 썼다. 버는 돈은 많지 않은데 벤틀리 매장에 가서 차를 알아보는 그런 철부지였다.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1년 사이에 정말 많은 게 변했다. 가지고 있던 레인지 로버를 팔고 매니저와 전철을 타고 스케줄을 소화했다. 행사가 끝나고 대중교통이 끊겨서 택시 타고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있기 때문에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그랬다. 돈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 시기였다.

그게 마이크로닷의 스웩인 건가?
뭐든지 잘하면 멋있다. 돈이 많아도 어설프게 자랑하고 쓰는 건 별로다. 집이 원룸인데 차가 벤틀리. 이런 건 정말 멋이 없다.

그럼에도 돈을 많이 벌고 싶지는 않나?
물론이다. 나는 내 뮤직비디오, 음악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니까 더 좋은 작업물을 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셈이다. 옷을 사는 것도 그렇다. 스타일리스트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내가 사서 방송에 입고 나간다. 어쨌든 입으려고 산 거니까. 얼마 전에 500달러짜리 바지를 샀다. 뉴질랜드에서 그 돈을 벌려면 아르바이트 세 개를 하면서 40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런 거 하나 사면 해질 때까지 입는다.

어릴 때부터 돈의 소중함을 배웠다니.
소중한 만큼 필요가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행복을 위해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늘 ‘순간적인 만족감에 휘둘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난 정말 열심히 산다. 내일을 위해서 살지만 어제의 나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난 그냥 멋지게 살고 싶다.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안 줘도 괜찮다. 나중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 내 사람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음악 작업을 할 때에는 어떤 스타일인가?
다른 뮤지션들은 예민해진다고 하는데, 난 그런 게 없고 그냥 빨리 하는 편이다. 어떤 날은 즉흥적으로 녹음실에서 가사를 적고 녹음할 때도 있다. 얼마 전, 처음으로 발라드를 시도했다. 어쿠스틱한 멜로디에 내 목소리를 얹은 사랑에 대한 노래다.

‘너와’, ‘My Lemonade’ 등 마이크로닷은 유독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다.
대부분의 래퍼들이 사랑에 빠지기 전, 이별 후의 감정을 노래한다. 나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 헤어지는 과정, 즉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사랑이라는 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기도 하고.

당신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잘 맞추는 스타일이다. 이해하려고 하고 의견 차이가 있을 때에는 타협할 줄도 안다. 항상 적정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여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여자라는 존재를 고귀하게 여기는 편이다. 늘 조심스럽다.

다른 것들도 그런가?
늘 솔직하고 투명하다. 뮤지션에게 정말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야 내 진심이 전달되니까.

올블랙 시절부터 따진다면, 음악 한 지 15년 정도 되지 않았나.
글쎄, 그 기준을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까. 작곡 외에 혼자서 음원을 만들 정도로 실력을 쌓은 건 16살 정도부터였다. 당시에는 믹싱도 혼자 했었는데 지금은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처음 녹음한 건 9살 때였다. 그때는 뮤지션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이제는 음악을 좀 알 것 같은가?
아니, 절대로. 70살이 돼도 모를 것 같다. 음악은 계속 변한다. 어떤 한 시대의 음악 트렌드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이 유행하겠지. 음악도 낚시와 비슷하다. 낚시를 1000번 가서 프로 낚시꾼이 되더라도 갈 때마다 고기를 낚을 순 없다. 잡고 싶은 어종이 있다고 꼭 그것만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음원도 낼 때마다 히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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