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5일 이상은 보고, 한집에 사는 가족보다 대화도 더 많이 하는 사이.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관계. 그들과 SNS 친구 맺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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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데. 한편으로는 심각한 문제다. 직장 동료는 그렇다 쳐도 회사 부장님이나 본부장님, 기타 고위직에 계신 분이 친구 신청을 한다면? 혹은 진짜 얼굴만 봐도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후배, 같은 공간에서 공기만 마시는 것도 끔찍한 회사 동료라면? SNS에서 그들이 올린 ##데일리룩 #먹스타그램을 보며 피드가 TMI(Too Much Information)로 물든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내가 올린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다거나 “여기 어디야? 다음에 같이 가자”라며 댓글을 다는 것. SNS는 유일하게 내가 ‘아무 말’을 싸지르는 공간이었는데. 그들이 볼까 두려워 회사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도, 퇴근하고 친구들과 술 한잔 즐기면서 찍은 사진, 애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올릴 수 없다. 퇴근하고도 일거수일투족 감시받는 기분이 든다. 주변에 물어보니 각양각색의 사례가 존재한다. 개인 SNS에 회사 일의 부담감을 호소하거나, 성과와 친분을 자랑하는 게 오히려 신뢰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혼자 다 일한 것처럼 올렸는데 사실 기여도는 미미한 경우 말이다. 평판을 신중하게 관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예 SNS를 안 하는 게 낫기도 한 거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후배도 있었다. 그녀는 회사 사람은 물론 거래처까지 옷깃만 스쳐도 친구 신청을 한다. “이렇게 인맥 관리하는 거죠. 언제 어디서 보게 될지,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를 일이잖아요. ‘얼마 전에 OO 다녀오셨더라고요. 거기 어때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풀어가기도 편하고요.”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서로 SNS 친구도 아니라면 너무 정 없는 게 아니냐며 툴툴거렸다. 이게 다 팀워크를 위해서라며. 맞는 말이지만 그건 그냥 둘러보기 식으로 눈으로만 보면 되지 않을까? “고작 SNS인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요? 누군가는 일기처럼 자기 속마음을 쓰기도 하지만 저처럼 ‘그냥’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렇게 SNS에서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해지니 비공개 계정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혹은 그냥 ‘SNS 안 해요’라고 둘러대기도 한다고. 그럴 법도 하다. 누구는 친구를 맺고 누구는 안 맺을 수도 없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얼굴을 마주치는 사이에 친구 신청을 안 받아줄 수도 없고. 일단 누군가 팔로우를 한다면 바로 진퇴양난의 늪에 빠진다. 최근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6.6%가 SNS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61.8%가 직장 동료들과 SNS 친구를 맺고 있다고 한다. 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응이 37.3%나 된다. 상당수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계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관태기(관계+권태기)’를 느끼는 이들이 상당하다. 알맹이 없는 인간관계에 염증과 회의를 느껴 자발적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홀로 지내기를 원하는 사람들. 일종의 ‘자발적 고독’이다. 이들은 타인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미 SNS는 사회생활의 범주 안에 들어가 있다. 철저하게 본인의 SNS를 지키고 싶다면 비공개로 운영하는 걸 추천. 그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오염될 각오는 하는 게 좋다. 만약 직장 동료와 친구 관계를 맺어야 할 경우,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은 이들을 위한 꿀팁 한 가지. 싫어하는 사람이 친구 신청을 했다면 바로 그 사람을 ‘차단’했다가 풀어라. 그럼 그 사람이 친구 신청한 것이 취소된다. 보통 자기가 친구 신청을 했다는 걸 금방 까먹기 때문에 걸릴 염려도 희박하다. 그리고 “왜 친구 신청을 안 받아줬냐”고 물어보면 “네? 안 들어왔는데요? 이상하네요. 요즘 SNS가 제멋대로잖아요”라며 웃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