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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

여러 번 고심한 호흡, 완전무결한 구조와 이후의 긴 여운까지 짧은 글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은 우리에게 생소한 중국 현대 작가의 단편 소설을 엮은 책이다. 19~20세기 초에 이르는 세계 근현대문학 100년을 대표하는, 9개 어권 총 102명 작가를 소개하는 〈창비 세계문학〉 시리즈의 중국편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고심 끝에 선정된 작가는 루쉰과 스져춘처럼 대표적인 중국 작가부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빠진과 같은 작가도 있다. 근대부터 현대까지 급변하는 중국 사회와 그 속을 온몸으로 살아낸 중국인의 고난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작품들은 그래서 더욱 깊은 감정을 이끌어낸다.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이 중국의 단편 소설을 다뤘다면 <슬픈 인간>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일본의 수필을 선보인다. <슬픈 인간> 역시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야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같은 일본 대표 문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더 마음이 가는 건 오카모토 카노코, 하야시 후미코와 같은 여성 소설가와 영화와 소설, 잡지 등을 오간 천생 글쟁이 나오키 산주고처럼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작가의 글이다. ‘꽃보다 경단’, ‘자전거 일기’, ‘오사카의 우울’ 등 작가 26인이 쓴 41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삶의 사소한 조각에서 시작된 작가의 자유로운 사유를 따라가는 재미는 그야말로 꿀맛, 꽃보다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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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단어

유희경의 <오늘 아침 단어>는 내게 다시 시를, 모국어로 쓰인 시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시집이었다. 이후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이 있었다. 이따금씩 유희경을 만나면 그는 “내 시를 써야 해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나는 그게 너무 기다려지면서도 혹시 부담이 될까 싶어 말을 못했다. 시집 서점 위트앤시니컬의 운영자로, 다양한 문화행사의 기획자로, 또한 1920년대의 파리 살롱처럼 문인들을 모이게 하는 예술인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유희경의 색과 파장은 넓게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그의 새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은 말해준다. 그가 시인이고, 결국 시인일 수밖에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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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심순

지난달 인터뷰한 배우 김효진은 반려견을 키우고 싶거나, 유기견을 돕고 싶은 사람에게 ‘임시 보호’를 권한다고 말했다. 진짜 가족을 찾기 전, 유기견의 임시 가족이 되는 ‘임보’는 새로운 가정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유기견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 누렁이 제시카가 가족을 찾는 <제시카 심순의 봄>은 임보가 유기견뿐만 아니라 보호자인 인간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병에 걸려 마르고 볼품없었던 제시카. 그런 제시카를 맡은 임보 언니는 입양처를 찾는 1년을 함께 보낸 뒤 제시카의 진짜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 과정을 글, 그림, 사진으로 유쾌하게 기록한 사랑스러운 책 .

 


NEW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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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영화 <헬로우 고스트>, <슬로우 비디오>를 연출한 김영탁 감독이 쓴 스릴러 작품으로 흡인력이 대단하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우환은 2063년의 부산에서 2019년의 과거로 ‘대리 시간여행’을 떠난다. 곰탕 비법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떠난 과거에서 우환은 살인 사건을 만난다. 저자 김영탁 출판사 아르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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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이 전하는 또 다른 삶의 진실. 유난히 까만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브라이드는 피부색으로 인해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한 ‘룰라 앤’으로서의 과거가 있다. 그런 그녀가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부커를 만난다. 저자 토니 모리슨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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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시리즈를 잇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4년 전 세상을 떠났던 ‘신’이 다시 야곱을 찾아온다. 연작 소설이지만 각각 독립된 완결성을 지니기에 따로 읽어도 무리는 없다. 저자 한스 라트 출판사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