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8 봄/여름 시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촉촉하게 빛나는 피부가 런웨이를 장악했다. 이 대세 피부 표현이 바로 K-뷰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그래서 더 반가운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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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생로랑의 뚜쉬 에끌라 블러 프라이머. 30ml 6만9천원대. 2 쏘내추럴의 메이크업 핑크 오일. 17ml 1만2천원. 3 샤넬의 레베쥬 쉬어 헬시 글로우 틴티드 모이스쳐라이저 SP40/PA++. 30ml 7만2천원. 4 3CE의 백 투 베이비 글로우 빔. 30ml 2만원. 5 시세이도의 싱크로 스킨 틴티드 젤 크림. 40ml 가격미정. 6 정샘물의 에센셜 물 크림. 50ml 5만3천원.

작년 가을, 메이크업 아티스트 엘리 최(@elliejellyb3an)가 SNS에 올린 피드가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마치 파리가 앉아도 미끄러질 듯 매끈해 보이는 사진 속 여성의 피부 비결을 다들 궁금해한 것이다. 일명 유리처럼 반짝인다 해서 ‘글라스 스킨’, 혹은 설탕으로 코팅한 도넛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해서 ‘글래이즈드 스킨’이라 불리는 이 피부에 대한 열망은 2018 봄/여름 컬렉션의 백스테이지 모델에게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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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헤라의 선메이트 엑설런스 SPF50+/PA++++. 40ml 4만5천원. 8 시코르의 엑스퍼트 하이드라 커버리지 쿠션 SPF50+/PA++++. 12g 3만2천원. 9 루나의 에센스 수분광 팩트 FX. 12.5g 3만3천원 (리필포함). 10 샹테카이의 퓨쳐스킨 파운데이션. 30g 11만8천원.

장밋빛 혈색이 살짝 감도는 윤기 넘치는 글로 스킨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탱글탱글한 어린 피부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위적인 ‘광’이 아닌, 건강한 수분감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엘리 최가 밝힌 비법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는 매일같이 각질 제거를 겸비한 꼼꼼한 클렌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피부 자체를 건강하게 가꾸는 비타민C 세럼과 수분 크림 그리고, 일주일에 1~2회 페이셜 마스크를 사용해 말간 피부로 가꿀 것을 권했다. 그렇다고 스킨케어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메이크업포에버 교육팀의 김현경 대리는 스킨케어 제품을 많이 바를수록 피부 표현이 두꺼워지니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스킨케어 제품은 한두 가지로 간략하게 줄이는 대신, 페이스 오일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피부에 막을 씌우면서 파운데이션을 잘 밀착시키는 효과도 지니고 있어요.” 이렇게 피부 밑바탕을 잘 깔아뒀다면, 이제 이 위에 파운데이션을 투명하게 바르는 것이 관건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란다 조이스가 연출한 록산다 2018 봄/여름 컬렉션 쇼의 룩을 참고해보자. 미란다는 컨실러만으로 베이스 메이크업을 한 뒤, 광대뼈 부위와 눈꺼풀에 투명한 글로스로 아주 얇게 막을 씌워 신선함이 돋보이는 ‘슈퍼 내추럴’ 피부를 완성했다. 운동을 하고 난 직후처럼 모델들의 얼굴을 건강하게 상기된 모습으로 메이크업한 조셉 쇼 역시 좋은 사례. “이때 가장 신경 쓴 것은 투명하지만 견고한 베이스 작업이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지 알렉산더는 모델의 얼굴에 에스티 로더의 더블 웨어 워터 프레시 파운데이션에 진주 펄을 함유한 일루미네이팅 프라이머를 섞어 피부에 얇게 바른 다음, 리-뉴트리브 밤을 광대뼈와 이마, 콧등에 쓱쓱 발라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피부 표현은 런웨이에서나 가능한 것은 아닐까? 글로 스킨은 막 메이크업을 끝낸 직후에는 피부가 예뻐 보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내 피지와 뒤섞여 지저분해 보이기 십상일 터.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기엔 이르다. “파운데이션을 사용할 때 조금 꾸덕한 컨실러를 섞어보세요. 훨씬 지속력이 높아진답니다.”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의 손주희 원장이 전해준 꿀팁은 꽤나 솔깃하다. 메이크업포에버 교육팀의 김현경 대리 역시 메이크업 마지막 단계에서 브러시에 투명한 모공 파우더를 묻혀 가볍게 터치해주면 고급스러운 윤기와 광택은 살리고 유지력은 높일 수 있다고 귀띔한다. 피부 표현에 공을 들였다면 다른 곳은 힘을 좀 빼도 좋다. 맥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는 피부는 가장 생기 있어 보이는 최상의 상태로 보이도록 정돈하고 여기에 소량의 아이라이너, 시선을 끄는 입술, 약간의 글리터를 가미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 더할 것을 권한다. 이슬을 머금은 피부에 촉촉한 핑크 립을 매치한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 쇼야말로 글로시 룩의 정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톰 페슈의 노하우를 곁들여 오일을 면봉에 발라 입술 라인을 쓱 정리하면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룩을 연출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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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맥의 스트롭 톤-업 쿠션 컴팩트 SPF50/PA++++ 핑크라이트. 12g 5만원대. 12 바비 브라운의 엑스트라 일루미네이팅 모이스춰 밤. 30ml 6만8천원대.

세계의 여심을 사로잡은 글로 스킨은 수년 동안 다양한 광채 피부를 시도해온 한국 여성들에겐 그리 새롭지 않은 트렌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야말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한껏 뽐낼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