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기금의 홍보대사인 타일러 라쉬는 강연이나 방송을 통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어필해왔다. 얼마 전 출간한 책 <김영철, 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는 환경을 위해 재생지와 콩기름으로 만든 잉크를 사용했다.

 

0418-160-1

무지갯빛 줄무늬 니트와 안에 입은 셔츠는 모두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 청바지와 구두는 타일러의 아이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 완전 깡촌에서 자랐어요.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에 이런 문장이 있거든요. ‘자연 속에서 자란 게 아니라 자연의 일부였다.’ 저 역시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자연이나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실천에 대한 압박감이 느껴진 건 한국에 사는 몇 년 새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죠. 우리가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미세먼지의 절반은 한국발이라고 하니까요.

환경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뭔가요?
실제로 피부에 와 닿게 얘기할 수 있는가, 그러면서도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너무 심각하게 얘기하면 아예 귀를 닫고 들으려 하지 않으니까요.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비관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요.

환경 문제에 있어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던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떤 물건을 산다는 게 그 기업에 한 표를 행사하는 것과 같거든요. 그 부분을 인식하고 재생지를 사용하는 출판사, 다 쓴 공병을 활용하는 화장품 회사 등 작은 노력이라도 친환경적인 일을 하려는 기업의 제품을 사려고 노력해야 해요.

환경 보호 활동이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꿈을 꾸는 범위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그냥 책을 내고 싶은 게 꿈이었다면, 지금은 재생지로 만든 책을 내는 게 꿈의 일부가 되었거든요.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싶고, 앞으로 기업이 친환경적인 활동을 펼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WWF에서 홍보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졌어요.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 동물을 보니 기후변화로 인해 이들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고 있는지 실감이 났거든요. 그만큼 우리 주변의 환경이 많이 파괴됐다는 뜻이죠. 자연은 막강한데 그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정말 약하더라고요.

환경을 위해 지키는 습관이 있다면?
웬만하면 육식을 줄이려고 노력해요. 또 책 출판 요청이 올 때도 책을 재생지로 만들 수 있는지, 독소가 들어 있는 잉크 대신 콩기름으로 만든 잉크를 쓸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그걸 출판 조건으로 걸어요. 실제로 환경을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