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먹은 음식 속 환경호르몬과 공기 중의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내 몸을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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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을 심하게 느낀 것은 고등학생 때다. 숨기고 싶은 것이 많은 사춘기에 극심한 생리통을 호소하며 산부인과를 찾았고, 의사는 TV에서나 보던 초음파 기기를 배 위에 대고 이리저리 문질렀다. “자궁 쪽에 문제가 있다면 초음파로 보일 텐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 이후로도 나의 생리통은 계속되었다. 생리일이 다가오면 각종 진통제를 챙기고 다녔지만, 가끔은 약으로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 찾아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시간에 쫓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는 누군가 자궁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TV에서 방영하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생리가 다가오면 죽고 싶을 만큼 괴롭다고 말하며, 배를 움켜잡고 방바닥을 구르는 또래친구들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접하는 환경호르몬이 몸속에 축적되면서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고, 높아진 호르몬 수치가 극심한 생리통을 유발하는 것. 그때야 깨달았다.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하루가 멀다 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를 입에 달고 살던 나의 생활습관이 생리통의 원인이었다니!

환경호르몬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신진대사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을 환경호르몬이라 부른다.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내 몸에 쌓인 화학물질의 총량을 의미하는 단어가 바디버든이다. 단순히 패스트푸드, 과도한 육식 섭취뿐 아니라 공기 중의 미세먼지나 화장품, 하물며 최근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이 다량 검출된 생리대까지. 이렇듯 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화학용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연구에 따르면 10년 전과 비교해 생리통이나 자궁내막증, 자궁근종을 앓는 여성 환자가 급증한 것도 환경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내분비계 장애 물질인 환경호르몬은 몸속에서 여성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는데, 몸속에 많은 양의 환경호르몬이 쌓이면 극심한 생리통을 유발하고 길게는 자궁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 특히 여성의 유방과 난소는 에스트로겐 분비에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환경호르몬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환경호르몬을 해독하는 간의 크기가 남자에 비해 여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 몸에 쌓인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는 임신부 몸속의 유해 물질이 그대로 태아에게 전달돼 태아 기형이나 유산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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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과 이별하기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몸속에 계속 축적되기만 하는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노력만으로 몸속으로 들어온 유해물질의 양을 줄이고, 쌓인 독소를 배출해 바디버든을 얼마든지 줄여나갈 수 있다. 유해물질의 배출을 촉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식물성 기름과 유기농 채소와 과일 섭취 지방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3대 영양소 중 하나다. 그러나 고기를 통해 섭취하는 지용성 지방은 잔류성 오염물질이 많아 한번 섭취하면 쉽게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오래 남아 있게 된다. 그래서 화학성분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참기름이나 들기름, 올리브유 등의 식물성 지방 섭취를 권장하는 것. 또한, 농약 역시 우리 몸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므로 농약 잔류량이 적은 바나나, 수박과 아보카도, 양파, 고구마 등의 야채가 도움이 된다.
2 섬유질이 풍부한 식이섬유 섭취 몸속 환경호르몬은 대변을 통해 50%가 배출되므로 원활한 배변 활동은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유해 성분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이섬유와 효소 분비를 촉진하는 양배추, 브로콜리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또한 해독작용을 하는 간의 기능을 강화해주는 마늘도 추천한다.
3 충분한 수분 섭취 하루 다섯 잔에서 여덟 잔 정도의 물은 소변을 통해 독소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수기나 생수, 혹은 끓인 물을 추천한다.
4 규칙적인 운동 운동을 통해 흘리는 땀으로도 환경호르몬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일주일에 네 번 이상 30분 정도의 운동을 권한다.

이 외에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생활 공간을 자주 청소해주는 것이 좋다. 사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곧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SBS 스페셜 |‘바디버든’>에서 진행한 바디버든 탈출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결과를 살펴보면, 4~8주가 지난 후 25명 중 19명이 생리통 증상이 완화되었고, 자궁 내막의 두께가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자궁 문제로 인한 불임으로 고민하던 여성 참여자에게 임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전해졌을 정도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환경호르몬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생활습관을 조금씩 바꾸며 내 몸속에 쌓인 바디버든의 총량을 줄이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