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이상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집착하다시피 하지만 실제로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과 비참하게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도 다르지 않다. 비참한 기분이 들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일은 수도 없이 많다. 버터를 바른 토스트 5개를 한 끼니로 먹는다든지, 막 올라온 여드름을 성급하게 짜버리거나 툭하면 약속을 잊는 것. 그리고 아이폰을 몇 시간 동안 보는 일이 특히 문제다. 어제는 아이폰을 64번 확인하고 총 4시간 37분이나 사용했다. 핸드폰 사용량을 집계해주는 앱이 그렇다 하니 정확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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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대한 나의 집착이나 막 올라온 여드름을 짜는 성급함은 큰 문제가 아니다. 강박적 행동 으로 따지면 아이폰 중독 증상이 가장 우려스럽다. 아마 나만 이런 걱정이 드는 건 아닐 것 이다. 온 세상이 ‘디지털 디톡스’니 ‘폰 사용이 지나친11 가지 증거’ 하며 떠들썩한 것이 그 방 증이다. 미국 코미디언 아지즈 안사리는 작년 인터뷰에서 핸드폰에서 인터넷을 지웠다고 밝 혔다. 얀더(Yondr)라는 한 스타트업은 휴대폰을 넣으면 잠기는 파우치를 만들었다. 핸드폰 으로 방해를 받거나 과의존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인데 혼자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파우치를 고안한 것이다. <핸드폰과 이별하는 방법>이라는 책 출간을 앞둔 과학 저널 리스트 캐서린 프라이스는 설득력 있는 비유를 제시한다. 마치 핸드폰을 사이가 안 좋은 사 람이라고 생각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고 자기 뜻대로 나를 움직이려 하며 정 도를 모르고 내 시간을 지배하는. 가끔은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보통은 같이 있으면 힘 든 사람. 정말 그렇지 않은가.

실제 사람 관계에서도 그렇듯 나쁜 관계임을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신경 학적으로도 우리가 핸드폰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 학자로 근무했던 트리스탄 해리스는 스마트폰을 슬롯머신과 비교하며 설명한다. 스마트폰 과 슬롯머신은 모두 이따금씩 보상을 제공한다. 핸드폰의 경우 트위터 맨션이나 마음에 드 는 사람에게서 온 문자가 보상이다. 이런 보상 때문에 우리는 강박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 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슬롯 머신의 경우는 돈이 떨어지면 끝내기 마련인 데 핸드폰은 강박을 멈추게 하는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있었더라면 내가 걷는 시간의 28%를 스마트폰 보는 데 할애했을 리가 없다. 걷는 시간을 재주는 앱이 또 그렇다고 하는 데 할 말이 없다.

코네티컷 의과대학 정신과 데이비드 그린필드 교수는 자신의 핸드폰 강박이 걱정되는 사람 들을 위해 강박도 테스트를 개발했다. (검색을 하면 바로 해볼 수 있다.) 나는 행동 중독 전 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테스트 결과를 받았다. 내 주변 친구들도 다수 같은 결과를 받았다. 나는 곧바로 ‘인터넷 중독 치료’를 검색했고 시애틀에서 3 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클리닉 을 발견했다. 그리고 몇 주 후,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렇게 리스타트(Restart)라는 클리닉을 찾게 되었다. 2009년에 설립 한 리스타트는 6~10주간의 내원 치료를 제공하고 이후 전환기 프로그 램을 통해 개인이 혼자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처음 리스타트를 찾 았을 때 바로 등록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알아보기 위함이었지만 그 러면서도 클리닉에 다녀오고 나면 습관이 완전히 개선되어 있길 내심 바랐다. 아침 9시에 도착. 리스타트 주변에는 포도나무 덩굴과 상록수 가 울창했다. 길을 따라 야생 버섯도 자라나고 있었다. 이곳이라면 누 구든 스크린만 보며 지내고 싶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머지 않아 핸드폰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다시 솟구쳤다. 그럼 그렇지.

클리닉 문을 두드리니 실내화 없이 양말만 신은 키 큰 청년이 날 맞이 했다.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청년 너머로 젊은이 여럿이 아침을 준비하는 오픈 키친이 훤히 보였다. 마치 훌륭한 대학 기숙사에 서 일요일 아침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신발을 벗고 핸드폰을 맡 겼다. 기밀 조항에 서명한 후, 클리닉에서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다. 먼저 첫 번째 일과는 아침 미팅. 책장이 일렬로 정렬된 서재에 다들 모 였다. 한쪽 벽에는 ‘징징대지 말라’는 글이 붙어 있다. 리스타트는 한 번 에 여섯 명의 고객만 받고 있다.

아침 미팅에 모인 모두가 돌아가면서 말한다 “오늘 제 기분은 ____. 저 는 ______에 감사함을 느껴요.” 사람마다의 기분과 감사 대상은 각각 달랐다. 한 사람은 와플에 감사함을 느꼈고 한 사람은 자기 기분을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매 미팅마다 오늘의 단어가 정해지고 매일 칠판에 적는다. 어제는 ‘끈기’, 오늘은 ‘활기’였다. 이제는 원으로 앉은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목표와 성취 그리고 그룹 내 한 명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상담 선생님이 그날의 뉴스를 전해주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총기 난사 사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아스트로스에 완패한 LA다저스 등 분야를 막론한 이 뉴스 시간은 오 늘 하루 중 유일하게 외부 세계와 통하는 때이다. 이 시간이 없다면 모 두가 외부 뉴스에 무감각해질 테니까. 과거에나 있을 법한 공중 전화로 주말마다 가족들에게 연락을 한다. 만일 의료 목적이나 다른 급한 용 무로 외출하게 될 경우에는 부모님께 연락을 취하거나 클리닉 측에 부 탁해 자동차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여기선 누구도 핸드폰 가까이 갈 수 없다. 이전보다 삶의 편리성은 줄었고 찬찬히 심사숙고하는 일이 많 아졌다.

정오 이후의 치료 시간은 여타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테 라피, 운동, 제약 없는 개인 활동들. 누군가는 장 보러 가고 운동도 하며 컴퓨터 대신 타자기로 글도 쓴다. 그림을 그리거나 낮잠도 자고 과자를 먹다가 음악을 주제로 수다도 떤다.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집안일도 했다가 마지막으로 상담 선생님과 점검 시간을 갖는다.

그날 나는 이 리프레시 클리닉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상담의인 힐라 리 캐시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입은 크랜베리 톤의 재킷과 칠리 페퍼 모양의 귀고리가 잘 어울려서 모든 사람이 입 모아 칭찬했다. 목 소리는 친절하면서도 단단한 힘이 있었다. 상담의로서 신뢰감을 더해 주었다. 캐시는 인터넷 중독 치료의 복잡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알 코올 중독이면 술집을 멀리하면 돼요. 음주하는 사람과 멀리하고요. 알 코올 한 방울도 가까이하지 않도록 할 수 있죠. 하지만 인터넷 중독은 달라요. 식이장애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중독과 관계된 행동을 계 속 마주하게 되죠. 식이장애를 고치려면 식이장애를 일으켰던 나쁜 음 식을 피해야 하는 것처럼 인터넷 중독의 경우에도 인터넷을 건강하게 사용하고 중독을 일으킬 만한 요인을 피해야 합니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인터넷 사용하는 습관부터가 건 강하다고 볼 순 없지만 그로 인한 중독의 폐해가 크지 않다면? 내 질문 에 캐시는 일주일에 하루씩 인터넷을 끊어보길 권했다.“ 하루에 한 시 간씩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한 달에 하루, 일년에 한 주씩 늘려보세요. 그리고 그 시간이 주는 해방감을 느껴보세요. ” 그리고 하나 덧붙여 말 했다. “화면을 쳐다보는 시간이 길수록 사람과 직접 만나 나누는 관계 는 멀어지고 고립될 가능성이 커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죠. 우리는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 교류가 점점 줄고 있지요.”

이후 클리닉 주변을 돌며 참가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러다 독특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이들은 서로 대화하는 동안 눈을 마 주치며 경청했다. 재미있는 농담도 건네며 날카로운 관찰력도 보여줬 다. 즉, 모두가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생 각보다 찾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이 뛰어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참가자 중 한 명은 핸드폰을 보지 않으니 머리가 맑아져서 전보다 생각하기가 편해졌다고 했다. 다른 이는 처음으로 감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전 에 기분이 안 좋으면 몇 주 동안 혼자 앓고는 했어요. 이제는 아니에요. 해결하고 말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어요.”

리스타트 클리닉을 나오는 길, 마음이 든든했다. 내 안에 인터넷에 대 한 아쉬움의 자리는 없었다. 핸드폰이 없다고 울적하지도 않았다. 몇 시간을 핸드폰 없이 보내고 나니 감각이 살아나는 듯했다. 공기는 산책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들뜬 마음으로 차에 돌아와 자연스레 가방에 손을 뻗었다. 오늘 기온이 얼마인지 산책하기 좋은 온도는 몇 도인지 검색하려다 화들짝 뻗었던 손을 멈췄다. ‘난 애플이 만든 미로 의 쥐가 아냐! 내 의지로 결정하는 인간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유료 와이파이 서비스는 사용하지 않기 로 했다.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고 핸드폰 전원을 끄고 가방 깊숙이 넣어 두었다. 순간의 불안함은 이내 사라지고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난 완 전히 오프라인 상태였다. 누구도 나에게 연락할 수도 방해할 수도 없는 상태. 그리고 곧 잠이 들었다.


핸드폰 중독 습관을 해결하는 네 가지 방법

1 무료 추적 앱을 사용하자 나 자신을 아는 게 먼저다. 핸드폰 사용량을 측정해주는 앱을 다운로드하자. 캐서린 프라이스의 추천 앱은 모먼트 포 아이폰(Moment for iPhone)과 오프타임 포 안드로이드(Offtime for Android)이다. 둘 다 무료.
2 알람은 꺼두자 남의 일보다 가치 있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의 시간이다. 즉각적인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싶다면 알람은 꺼두자.
3 만나는 동안 ‘핸드폰 프리’를 제안하자 연구에 따르면 폰의 존재만으로도 서로 통한다는 감정이 줄어든다고 한다. 친구들과 놀 때는 폰을 꺼두는 건 어떤지 제안해보자. 눈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거다. 실험 삼아 해보는 건 어떨지.
4 알람시계를 구비하자 알람시계가 있다면 폰을 침대맡에 둘 필요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