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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엔터테인먼트사들의 막강한 힘을 논하는 건 새삼스럽다. 엔터테인먼트사는 더 이상 스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양성한 스타에 맞는 상품을 다시 생산한다. 콘텐츠다. 특히나 막강한 자본력과 인지도 높은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 SM, FNC, JYP, 화이브라더스 등은 직접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에 얼굴을 내미는 스타뿐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 PD를 앞다퉈 영입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YG)는 이들에 비해 후발주자다. 차별점은 드라마, 영화 등이 아닌 예능 분야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YG다운 행보다.

올해 초부터 YG가 스타 예능 PD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더 이상 방송사에만 의지해 콘텐츠를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 <쇼미더 머니> 등 지금의 엠넷 색깔을 다져놓은 한동철 PD, <음악의 신> 연출가 박준수 PD, <SNS코리아 시즌4>까지 만든 유성모 PD 등이 YG라는 배에 탔다. 이어 MBC를 대표하는 예능 PD들도 합류했다. <라디오스타> 조서윤 PD, <무한도전>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등. 인력 유출에 방송사들은 울상을 지어야 했다.

그렇게 자리를 옮긴 스타 PD들이 본격적으로 YG와 함께한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한동철 PD와 유성모 PD의 JTBC <믹스나인>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는 첫 방송(10월 29일)을 한 달 이상 남겨두고 기자 간담회가 개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YG의 수장 양현석이 직접 아이돌 지망생들을 찾아가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내용이다. <프로듀스101>처럼 이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아이돌 그룹이 탄생될 예정이다. YG다운 실험적인 시도도 있다. 박준수 PD의 <YG전자>다. ‘YG 전략 자료실’의 약자인 <YG전자>는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각색해서 만든 리얼리티 시트콤이다. 티저 영상만 공개됐을 뿐 방송 시기와 채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YG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할 뿐 아니라 YG 직원까지 출연하며 B급 유머 코드를 담은 YG표 예능으로 기대감을 모은다. 양현석이 직접 인스타그램에 홍보한 예능 프로그램 <양싸고>도 아이콘 멤버 모두가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로 제작된다. 11월 초에 방송될 예정이며 방영 채널은 미정이다.

YG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주식 시장은 안도하는 눈치다. YG 제작 콘텐츠가 지드래곤, 태양 등 YG의 실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빅뱅 멤버들의 군 입대에 따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YG의 전략은 영리하다. YG라는 대형 기획사의 손익을 떠나, 방송사로만 쏠렸던 콘텐츠 제작의 중심이 엔터테인먼트사로 분산되면서 서로 자극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획사, 방송사 등을 가리지 않는, 콘텐츠 전쟁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