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바에 가서나 볼 수 있었던 턴테이블은 차츰 일상의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LP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초보자용 턴테이블 가이드를 준비했다. 깊어가는 밤을 외롭지 않게 지켜줄 든든한 친구, 턴테이블에 대하여.

 

아날로그 음악을 고해상도 디지털 사운드와 아날로그 사운드 모두로 즐길 수 있는 레코딩 턴테이블은 소니코리아 제품. 89만9천원.

아날로그 음악을 고해상도 디지털 사운드와 아날로그 사운드 모두로 즐길 수 있는 레코딩 턴테이블은 소니코리아 제품. 89만9천원.

1 포노앰프 미약한 턴테이블의 신호를 1차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신호는 CD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신호보다 현저히 작기 때문에 볼륨을 끝까지 올려도 모기처럼 작은 소리만 난다. 이 소리를 증폭시키는 게 포노앰프다.
2 플래터 LP판이 올려지는 부분. 대부분의 플래터는 금속 소재라 위에 매트가 올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흔하게는 고무 매트를 사용하지만 우레탄이나 펠트, 카본 소재의 매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3 톤암 턴테이블에 달린 막대. 톤암의 끝에 카트리지가 자리한다. LP의 표면 위를 주행하며 카트리지가 신호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입문용 턴테이블은 거의 일체형 톤암을 쓴다.
4 카트리지 톤암에 부착되어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음반의 신호를 읽어내는 장치다. 바늘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원리로 음악이 재생된다.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는 LP 소리를 처음 접한 건 뜬끔없게도 몇 년 전 라디오로<배 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면서다. 낯선 소리의 기억이 꽤나 강렬해서 그 후에도 몇 번 일부러 PL를 들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곤 했다. 소리가 깨끗하거나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소리 사이사이에 공기가 흐르는 느낌이랄까, 그 여백이 좋았다. 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달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굳이 상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마치 주위를 둘러싼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공기가 좋아서, 하염없이 상념에 젖어들게 하는 그 묘한 분위기가 좋아서 자연스레 턴테이블의 매력에 빠졌다.

LP에 대한 별 추억 없이 디지털화된 음원 파일을 듣는 것에 익숙한 세대도 점점 아날로그 레코드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건 여러 군데서 증명된다. 실제로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앨범, 빅뱅의 10주년 바이닐,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등 소유욕을 자극하는 ‘한정판’ LP는 끊임없이 발매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6월부터는 LP 생산 공장인 바이닐팩토리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3년간 명맥이 끊겼던 LP 생산이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 셈이다. 해외에서라면 평균 5~6개월이 걸리는 제작 및 배송기간, 해외 공장과의 의사소통 문제, 제작비 상승 등을 따지면, LP공장의 부활은 국내 LP 시장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7회를 맞는 서울레코드페어 역시 역대 가장 많은 85개의 부스를 선보이며 LP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1 빈티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GPO의 버뮤다 턴테이블은 41만8천원. 2 화이트 컬러가 돋보이는 사운드룩의 SLT-5080은 26만8천원. 3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제품으로 출시된 오디오테크니카의 AT-LP60은 15만4천원.

1 빈티지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GPO의 버뮤다 턴테이블은 41만8천원. 2 화이트 컬러가 돋보이는 사운드룩의 SLT-5080은 26만8천원. 3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제품으로 출시된 오디오테크니카의 AT-LP60은 15만4천원.

턴테이블을 고를 때 주의할 점
턴테이블을 고를 때 신경 써야 하는 포인트 공략. 턴테이블을 구매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몇 가지.

포터블 턴테이블은 말 그대로 휴대용으로 야외에서 듣거나, 혹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레코드를 플레이해야 할 때 유용하지만 이것을 메인 턴테이블로 쓰는 것은 곤란하다. 좋은 음질을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쉽게 고장이 나거나 수평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레코드를 망가뜨리는 제품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모양이 예쁘거나 가격이 낮다고 현혹되어선 안 된다. 가격이 높은 턴테이블이 더 좋은 소리를 낼 확률이 높지만, 레코드 상태와 턴테이블, 그리고 오디오 시스템 모두가 소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턴테이블에만 많은 지출을 하고 레코드나 하드웨어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오디오 시스템과 턴테이블을 합쳐 지출할 수 있는 범위의 예산을 정한 다음, 그에 맞는 적절한 턴테이블과 오디오 시스템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나 리뷰 사이트가 없을 경우에는 해외 대형 쇼핑 사이트의 구매자 후기를  참조하는 것이 좋은데, 예를 들어 20만원대의 턴테이블을 구매해야 한다면 해당 가격대의 턴테이블을 찾아보고, 맘에 드는 턴테이블 구매자들의 솔직한 후기를 확인한 다음, 해당 모델에 대한 다른 사이트에서의 평판이나 사용자들의 후기 등을 추가로 검색해볼 것. 국내 오디오숍에는 중저가의 턴테이블보다는 고가의 턴테이블이 더 많이 수입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에 수입된 모델들만 대상으로 검색하는 것보다는 필요하다면 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해서라도 구매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저가 턴테이블의 경우 매년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꼼꼼히 정보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포장이나 흠집 등으로 인해 반품된 상품을 할인해서 파는 곳이나 중고 오디오를 매매하는 사이트를 뒤져보는 것도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의 턴테이블을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다. – 김영혁(김밥레코드 대표)

 

 



초보자를 위한 턴테이블
이제 막 턴테이블에 입문한 초보자라면 주목할 것. 턴테이블 전문가들이 추천한 초보자용 모델 두 가지.

데논 DP-300F 타사의 입문용 턴테이블에 비해 가격은 조금 더 나가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입문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인 포노 EQ는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앰프 구매 없이도 재생 가능하다. 또한, 데논사의 MM카트리지가 기본 구성으로 제공되며, 교체도 가능하다. 턴테이블 초보자들을 위한 자동 재생 기능도 포함하고 있으며, 가격 대비 양질의 디자인도 추천의 이유다. – 고성재(소니뮤직 디지털팀)

레가 RP-1 MM카트리지를 포함하여 1백만원 미만대의 신품으로 구입하기에 적당한 턴테이블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레가 RP-1을 꼽는다. 모터의 진동을 플래터에 직접 전달하지 않는 벨트드라이버 형식으로 일체의 장식을 제외한 만듦새도 훌륭하다. 턴테이블을 고를 때는 세팅이 수월하고, 세팅값이 쉽게 틀어지지 않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빈티지 제품보다 새 제품을 구입하면 A/S가 용이하니 처음이라면 신품을 구입하자. – 김영훈(출판사 안나푸르나 대표)

 

초보자를 위한 턴테이블 구매 팁
이제 막 턴테이블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 막막한 초보자라면 확인해야 할 몇 가지.

1 포노앰프가 내장형인지 확인할 것 포노앰프를 장착한 모델이라면 별도의 연결 없이도 앰프, 스피커, 홈 스테레오 시스템 등 다양한 오디오 기기와 유선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포노앰프가 없다면 별도의 포노앰프를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2 자동으로 플레이가 되는지 확인할 것 버튼 하나로 자동 재생되는 자동 플레이어가 있으면 자동으로 톤암이 LP판 시작점에 도착해 재생이 되고 마지막 곡이 끝나면 톤암이 원래 위치로 되돌아와서 멈춘다.
3 리시버를 확인할 것 스피커나 이어폰, 헤드폰 등 턴테이블의 리시버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스피커를 사용할 때는 앰프 내장형 스피커를,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할 때는 볼륨 컨트롤이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 턴테이블의 볼륨 조절이 가능하다. – 허선영(보스, 오디오테크니카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