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을 모를 수는 있어도 한 번 본 송강의 얼굴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넓은 어깨와 큰 키, 깊은 눈망울과 맑은 미소까지 장착한 이 남자는 셔터가 터지는 찰나를 영원으로 바꿨다.

 

보우넥 셔츠는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보우넥 셔츠는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누군가가 막 내딛는 첫걸음을 지켜보는 것처럼 설레고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꿈을 이뤄가기 시작한 이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우리의 처음을 떠올린다. 올봄 데뷔해서 이제 막 두 번째 작품을 촬영 중인 배우가 있다.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에서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역할로 혜성처럼 브라운관에 등장해 현재는 <밥상 차리는 남자>에 출연 중인 송강 말이다. 촬영 전날 드라마< 사랑의 온도>를 보며 울었다며 요즘은 로맨틱 코미디보다 멜로드라마가 좋다는 남자, 자신에겐 없는 퇴폐미를 가진 배우 김재욱과 주지훈이 롤모델이라고 하더니 정작 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서현진 때문에 본다고 해맑게 얘기하는 스물넷 청년을 만났다.

작년 겨울에 <얼루어>와 만났을 땐 아직 작품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는데 지금은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되었네요. 기분이 어때요?
그때는 완전 긴장했었어요. 지금은 자신감도 좀 생겼고 드라마를 하면서 배운 것도 굉장히 많아서 더 여유로워졌어요.

현재는 <밥상 차리는 남자>에 고등학교 수험생 역할로 출연하고 있어요. 김우주라는 인물을 표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표정의 디테일이나 몸짓에 신경을 많이 써요. 연기 톤도 좀 높게 잡았고요. 워낙 저랑 상반된 아이여서 캐릭터 연구할 때 되게 어려웠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저는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데, 우주는 네일아트나 메이크업처럼 여성스러운 것들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거든요.

평소 본인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낯을 많이 가리고 무뚝뚝하고 엉뚱한 편인 것 같아요. 낯을 엄청 가리는데 그걸 장난스러움과 엉뚱함으로 무마하려고 해요. 저에겐 장난치는 게 그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노력인 거죠.

극중에서 이일화 배우의 아들 역으로 나오죠? 그 밖에도 쟁쟁한 선배 연기자가 많이 출연해요. 그들과 호흡은 잘 맞나요?
워낙 대선배님들이어서 처음에 무척 어려웠어요. 아직도 같이 연기하면 많이 떨리는데 여러모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본 리딩을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데 그때마다 정말 많이 배워요. 메모도 해두고.

가장 최근에 쓴 메모 기억나요?
자신감, 배짱을 갖자. 제가 아무것도 아닌 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겁도 많은 편이에요. 이러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감과 배짱은 갖되 겸손함은 있어야겠죠?

드라마 현장에서 새롭게 배우게 된 게 있나요?
표정이나 제스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법이나 말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어요. 요즘에는 자신감! 이건 드라마 하면서 심형탁 형님이 얘기해준 거예요. 배우를 하면서 자신감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터틀넥과 글렌체크 슈트 모두 참스(Charms), 스니커즈는 클래이 바이 플랫폼(Clae by Platform).

터틀넥과 글렌체크 슈트 모두 참스(Charms), 스니커즈는 클래이 바이 플랫폼(Clae by Platform).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가 종영하고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첫 작품이었는데 어땠어요?
또래 배우들밖에 없어서 즐기면서 촬영했던 거 같아요. 스트레스도 많이 안 받았고 스태프 형 누나들이랑 장난도 많이 치면서 다들 친하게 지냈거든요. 원래는 현장 가면 차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다 나와서 같이 놀고 밥도 먹고 했었어요. 아, 백진우(극중 이름) 진짜 재미있었는데.

처음 드라마를 모니터링할 때 기분 어땠어요?
너무 떨려서 1화 딱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만 세네 번 갔다 온 것 같아요. 마지막 광고 때 드라마 로고가 딱 없어지는데 진짜 떨렸어요.

드라마처럼 실제로 짝사랑해본 적 있어요?
짝사랑해본 적은 없어요. 근데 오히려 짝사랑하는 역할이라서 좋았어요. 긴장을 많이 해서 감정을 혼자서만 표현하는 그런 역할이 편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현실에서는 제가 먼저 다가가는 걸 못하거든요. 누군가 에게 먼저 다가갈 생각을 하면 식은 땀이 흘러요. 무슨 말을 하지?

연기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다 어렵지만 특히 제일 어려운 건 리액션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대본에 ‘놀란다’라고 쓰여 있을 때 이걸 표현하는 게 어려워요. 대본을 보고 가도 막상 촬영을 하게 되면 그 상황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연기를 전공하고 있잖아요. 학교에서 배우는 거랑 현장에서 접하는 거랑 많이 달라요?
학교에서는 이론을 많이 배우죠. 영화과라 영화 촬영을 많이 하는 건 살짝 도움이 됐어요. 스태프의 수만 다를 뿐이지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냥 머리가 하얘져요. 몇십 명 앞에 혼자 서 있다는 게 너무 떨리거든요.

배우로서 자신의 무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넓은 어깨와 눈빛. 눈빛이 좋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그리고 앞머리를 내렸을 때와 올릴 때의 이미지가 완전 반대인 것. 머리를 올리면 눈썹 때문에 좀 차가워 보인대요.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이나 연기가 있다면?
액션 연기 해보고 싶어요. 요새 드라마 때문에 유도를 잠깐 배웠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권투도 하고 있는데 나중에 이걸 응용하면 더 좋은 액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요?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어떤 건가요?
잡생각을 많이 해요. 진짜 쓸데없는 생각들. 지금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의 캐릭터에 대한 생각도 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했다가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기도 하고요. 평소에 생각이 많아 밤새 잠을 못 자고 촬영장에 간 적도 있어요.

2017년도 세 달밖에 남지 않았어요. 올해는 어땠나요?
올해는 확실히 성장할 수 있었던 해였어요. 책도 2주에 한 권씩 부지런히 읽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뭐예요?
<어떤 하루>라는 책이 큰 도움이 됐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마음이 늘 다급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좀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여행 가고 싶어요, 해외여행. 저는 혼자서 여행하는 거 좋아해요. 버스 안에서 음악 들으면서 풍경 보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런데 낯을 가려서 모자를 항상 쓰고 다녀요. 그래야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혼자 여행하기 좋은 데를 추천해줘요.
혼자 가기엔 속초가 좋아요. 근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부산이에요. 바다 보고 회 먹으면 마음이 안정되죠.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거예요?
기억에 남는 일이요? 음…오늘? 재미있었어요. 화보 촬영도 재미있었고, 스케치북에 그리면서 한 영상 인터뷰도 색달라서 재미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어요?
인간적으로 괜찮은 배우,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낯을 많이 가려서 걱정이에요. 세월이 좀 흐르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그러면 가능하겠죠?

 

엠블럼 장식의 보라색 재킷과 울 팬츠, 셔츠는 모두 비욘드 클로젯. 스니커즈는 베자 바이 플랫폼 (Veja by Platform).

엠블럼 장식의 보라색 재킷과 울 팬츠, 셔츠는 모두 비욘드 클로젯. 스니커즈는 베자 바이 플랫폼(Veja by Plat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