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구점의 시대다. 하나부터 열까지 주인의 손길이 켜켜이 닿은 작은 가게를 찾았다. 빈손으로 들어가 두 손 가득 물건을 안고 나온다는 마성의 문구점 여섯 곳, 그리고 탐나는 문구.

 

흑심의 연필
소규모 브랜드가 모여 있는 ‘누벨바그125’라는 가게 안에 자리하고 있는 흑심은 연필 전문 편집숍이다. 직접 디자인한 연필장 안에 다양한 종류의 연필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전시되어 있으며 시필대에서 직접 연필을 써보고 구매할 수 있다.

1 가게 한켠에 마련된 흑심의 쇼케이스와 시필대. 2 1906년에 제작된 연필깎이. 3,4 시대와 브랜드에 따라 분류된 다양한 연필이 진열되어 있다.

1 가게 한켠에 마련된 흑심의 쇼케이스와 시필대. 2 1906년에 제작된 연필깎이. 3, 4 시대와 브랜드에 따라 분류된 다양한 연필이 진열되어 있다.

연필의 매력 빈티지 연필을 주로 수집하는데 연필로 쓴 글씨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펜 글씨는 잉크가 날아가면서 없어지지만 연필 글씨는 억지로 지우지 않는 이상 지워지지 않는다. 또 연필을 깎을 때 나는 나무향도 좋다. 연필마다 경도나 그립감이 달라서 쓰면 쓸수록 더 매력을 느낀다.
연필의 종류 대략 250~300종 이상. 상자에 쌓아서 보관하고 있다. 단종된 빈티지 연필 같은 경우에는 경매에 참여해서 구하기도 한다. 한번 구하면 다시 못 구하는 것도 많아 소장용은 빼두고 나머지 제품을 판매한다.
애착이 가는 연필 ‘오셀로’. 옛날에 펜과 잉크가 없었을 때 쓰던 연필로, 카핑펜슬이라고 부른다. 글씨를 쓰고 나서 물을 뿌리면 색이 변하면서 더 이상 지워지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다른 종이로 누르면 데칼코마니처럼 글씨가 복사되는 점도 매력 포인트. 지금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지만 흑심에서는 구입할 수 있다. 그 밖에도 1860년대에 생산된 연필은 애지중지하는 개인 소장 아이템이다.
연필 고르는 기준 수집가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디자인이다. 하지만 구매할 때는 연필의 경도나 연필심의 진하기 등 취향에 맞는 연필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단한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은 H나 2H 제품을 많이 쓴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도 생산 시기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시필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걸 찾는 게 좋다.
흑심에서 가장 중요한 것 다양한 종류의 연필을 수집하는 것. 거기에 연필 외의 물건, 연필 캡, 지우개 등 연필과 관련한 소품, 연필 클립, 심 갈이 등 연필과 함께 쓸 수 있는 소품도 갖추려고 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6 3층 문의 070-4799-0923

 

 

에이셔너리의 종이
에이셔너리는 두성종이에서 운영하는 문구 편집숍이다. ‘처음의, 유일한, 최고의’라는 뜻을 담은 ‘에이(A)’와 문구를 뜻하는 ‘스테이셔너리(Stationary)’가 만나 탄생한 이름. 주로 수입 디자인 문구를 판매하지만 두성종이의 노하우를 이용한 자체 제작 상품도 만날 수 있다.

1 다양한 일본 브랜드의 문구가 진열되어 있다. 2 가죽 커버로 된 일기장. 3 에이셔너리에서 직접 만든 선물 포장 종이.

1 다양한 일본 브랜드의 문구가 진열되어 있다. 2 가죽 커버로 된 일기장. 3 에이셔너리에서 직접 만든 선물 포장 종이.

문구의 매력 어릴 때 문방구 주인이 되는 게 꿈일 정도로 문구를 좋아했다. 문구는 나를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노트에 글자를 하나하나 꾹꾹 눌러쓰게 되면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문구를 쓰는 건 결국 나를 사랑하는 행위다.
좋은 종이의 조건 종이는 다 똑같다? 천만의 말씀. 물성, 컬러, 그램수 등 각각의 종이를 다르게 만드는 요소는 많지만 기록을 위한 종이는 다 좋다. 쓰는 사람의 감성이 덧붙여지는 게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종이 옛날에 집집마다 벽에 붙여놓고 쓰던 일력의 종이처럼 얇은 소재를 좋아한다. 현재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365’라는 노트가 있다. 뒤가 비칠 정도의 얇은 종이로 만들어진 365장짜리 노트다. 작년에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매일매일 그 노트에 나에게 희망을 주는 말들을 기록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문구 연필과 지우개. 연필로 글씨를 쓸 때의 사각사각 소리를 좋아한다. 또 아침마다 생각을 정리할 때 연필꽂이에 담긴 연필을 깎기도 한다.
추구하는 방향 문구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잊고 살던 꿈이나 감성을 다시 주워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미미하지만 자체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한지를 이용한 제품을 더 많이 만들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한지의 자연스러운 색감을 좋아하고 한지로 대표되는 한국적인 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641-7 문의 02-3144-3180

 

 

리틀템포의 캐릭터
서촌에 놀러 온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작은 문구점 리틀템포는 아자씨(Ajassi)와 봄이랑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운영하는 쇼룸이다. 마스킹 테이프, 쿠션, 도자기 술잔 등 친근하고 귀여운 아저씨의 얼굴이 그려진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1 아자씨(Ajassi)의 얼굴을 형상화한 동전 지갑. 2 쿠션, 핸드폰 케이스 등 다양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3 외근 나와서 딴짓하는 아저씨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는 쇼룸.

1 아자씨(Ajassi)의 얼굴을 형상화한 동전 지갑. 2 쿠션, 핸드폰 케이스 등 다양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3 외근 나와서 딴짓하는 아저씨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는 쇼룸.

캐릭터의 매력 의외성. ‘아저씨 싫은데’ 하다가도 자꾸 보다 보면 귀엽고 끌리는 매력이 있다.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우리 아빠 같다’는 말이다. 평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업무공간에서 이런 캐릭터를 입힌 문구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계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가득한 세상. 그와 다른 재미있는 걸 하고 싶은 마음에 낙서처럼 했던 스케치들이 쌓여 캐릭터로 탄생하게 됐다.
캐릭터의 영감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아저씨들의 모습.
애착이 가는 제품 외근 나왔다가 땡땡이 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나 지리산 반달곰과 술래잡기하는 콘셉트로 그린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든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제품 옛날 문방구에 있는 지우개, 연필, 볼펜 등 고전적인 문구류도 만들어보고 싶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69-1 문의 070-7725-4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