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을 순식간에 런웨이로 만들어버리는 특별한 아이템이 있다. 섹슈얼리티와 스포티 사이를 오가며 심지어 SF적이기까지 한 삭 부츠의 특별한 매력에 대해.

 

1 이번 시즌 박시한 코트에 삭 부츠보다 패셔너블하게 어울리는 아이템은 없다. 2 셀린 아가르드는 강렬한 나이프 부츠로 심플 룩을 화끈하게 드레스업했다.

1 이번 시즌 박시한 코트에 삭 부츠보다 패셔너블하게 어울리는 아이템은 없다. 2 셀린 아가르드는 강렬한 나이프 부츠로 심플 룩을 화끈하게 드레스업했다.

 

“나는 패션 피플이 아니지만, 내가 보기엔 요즘 브랜드들은 같은 데서 영감을 받는 것 같다. 바이크 메신저 혹은 패스트푸드 체인?” 나이키, W호텔 등을 클라이언트로 둔 뉴욕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에피파니의 공동 대표 콜트레인 커티스가 지금 막 포문을 연 2018년 봄/ 여름 컬렉션을 두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말이다 .나 역시 동감하는 바이다. 요즘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베트멍과 발렌시아가로 패션계를 휘어잡은 뎀나 바잘리아의 과격하고 도발적이면서도 무력감이 가미된 ‘청춘’ 스타일과 태도 같은 것들 말이다. 소매를 무릎까지 끌어내린 베트멍의 후디, 발렌시아가의 앞섶을 감아 쥔 것처럼 여밈을 한 코트 등 실생활보다는 SNS에 어울려 보이는 포토제닉한 디자인은 그 현상의 부산물이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보이는 서브 컬처와 서브 패션이 완전하게 하이 패션으로 받아 들여지는 이유는 온전히 새로운 신선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베트멍에서 발렌시아가로 이어지는 스키니한 부츠의 공이 컸다.

스트레치 소재로 만들어져 지퍼 없이 신을 수 있는 이 부츠는 마치 양말이나 스타킹처럼 보여 ‘삭 부츠(Sock Boots)’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날렵한 하이힐에 스타킹처럼 이어지는 바디는 벌레스크 쇼의 쇼걸 같은 섹슈얼리티를 가졌으면서도 , 한편 소재에 따라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기는데다 콘셉추얼한 면은 SF적이기까지 하 다. 그래서 발렌시아가의 클래식 슈트 피스를 젊고 쿨하게 다듬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 지지 하디드, 켄달 제너의 캐주얼 룩에는 시크한 긴장감을 더 할 수 있는 것. 패션위크의 스트리트 멋쟁이들이 하나같이 삭 부츠 룩을 선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실제로 이 부츠는 길바닥을 런웨이로 만드는 특별한 힘을 지닌 듯 보인다. 특히 유행하는 오버사이즈 핏에 매치하면 볼륨의 대비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다. 러블리한 스타일을 즐긴다면 하늘하늘한 시폰 스커트에 매치해 다리 실루엣을 슬쩍 드러내는 방식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스키니한 삭 부츠는 ‘발목 보톡스’라는 별명을 가졌을 만큼 당신의 다리를 두 배로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줄 테니 말이다. 다만 일 상을 사는 보통의 동양인에게 지나치게 펑키한 컬러와 프린트는 소화하기 쉽지 않을 터,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선 담백한 블랙을 추천한다. 멋쟁이가 되고 싶을수록 우스 꽝스러워지기 십상인 법이다! 한편 스틸레토 대신 독특한 굽을 장착한 버버리 ,니트 스타킹을 매치한 펜디를 필두로 럭셔리 슈즈 브랜드부터 스파 브랜드까지 선보이는 삭 부츠의 다양한 변주도 재미있다. 만약 삭 부츠로의 입문이 아무래도 어렵다면 이번 시즌 삭 부츠와 함께 떠오른 사이하이 부츠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무조건 스타킹마냥 당신의 발과 다리에 스키니하게 꼭 맞아야 제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