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 talking TV1-1

 

 

파일럿 프로그램은 일종의 견본품이다. 시장에 나오기 전에 미리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그에 따라 정식 제품으로 출시할지를 결정하는 것. 특히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TV 견본품은 한꺼번에 몰려 나온다. 명절에 가족들이 TV 앞에 모이는 경우가 많으니, 견본품에 대한 시장 반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이번 추석은 사상 유례없이 긴 연휴가 주어졌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된 셈이다. 프로그램 중에서도 예능이 가장 활발히 촬영, 캐스팅, 편성 소식을 전한다. 지상파 방송사뿐 아니라 신선한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던 tvN도 가세한다. 우선 미혼인 스타들이 육아를 체험하는 <엄마는 연예인>. 예지원, 윤세아 등 평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들과 MBC <나 혼자 산다>에 간간이 등장했던 황석정과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골목대장>도 눈에 띈다. 양세형과 양세찬, 김신영, 장도연 등이 진행자로 나서며 게스트가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나 추억의 장소에 가서 다양한 게임과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담는다. 첫 회에는 개그맨 문세윤, 두 번째로는 김희철이 출연할 예정이다. 추석 연휴의 시작인 10월 2일, 3일에 방송된다.

가족 예능으로 제대로 재미를 보고 있는 SBS는 정규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시도를 한다. 50년 만에 처음으로 예능에 출연하는 중견 배우 주연 때문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스 라이프>는 연예인 리뷰단이 낯선 물건을 난생처음 사용하고, 직접 후기 영상을 제작하는 형식이다. 전 테니스 선수이자 가수 윤종신의 아내 전미라도 출연해 세대와 성별에 따라 물건에 대한 반응을 전달한다. 리뷰와 버라이어티를 융합한 ‘리뷰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의 표본이 될 수 있을까.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처럼 서로의 집을 바꿔서 5일 동안 생활해보는 프로그램 <내 방 안내서>도 눈에 띈다. 한국의 스타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해외 유명인의 집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문화를 체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와 개그맨 박나래가 촬영을 마쳤다. SBS는 시사 토크쇼에도 도전한다. 8년 만에 SBS에 출연하는 김어준이 진행을 맡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아직 구체적인 구성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동안 정체돼 있던 토크쇼의 인기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을 더욱 견고히 한다. 서정희, 오윤아가 출연을 확정하며 윤곽이 잡힌 <백조의 호수>. 제목처럼 출연진 5~6명이 함께 발레를 배우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크고 작은 개인사가 있는 연예인들이 발레를 매개로 마음을 치유하는데 이 과정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얼마나 닿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찍이 이상민과 김종민이 이탈리아에서 촬영을 마친 여행 프로그램도 추석 연휴에 방영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콘셉트만 알려져 있다. 이 중 어떤 프로그램이 정품으로 재탄생할까. 뜨거운 경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