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7년 차 아이돌, 극단 ‘소년’의 단장 그리고 신인 배우.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피오는 때를 만난 꽃봉오리처럼 웃음을 터뜨린다.

 

니트는 라프 시몬스(Raf Simons).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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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벨트는 푸시버튼(Push Button). 청바지는 에비수(Evi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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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음의 목소리로 랩을 하는 블락비의 피오가 드라마 <사랑의 온도>를 통해 연기자로 시청자와 만난다. 의외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극을 했고 2년 전에는 친구들과 극단을 만들었다. 뮤지션 피오에게 연기는 샛길이 아니라, 길이 시작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MBC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에서 개그맨 조세호, 산다라박과 함 께 동거 중이에요. 방송에서 집을 공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부 담스럽지 않았어요?
파일럿으로 시작한 방송인데, 촬영 전에 작가분들이 저에게 특별한 걸 요 구하지 않았어요. 그냥 ‘집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재미없어도 된다’라 고 하셨죠. 그래서 더 편하게 했어요. 게다가 처음에 함께 촬영한 김신영, 홍진영 누나가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더 좋아할 수 있었어요. 그 두 누나는 제가 처음으로 친해진 연예인이기도 해요.

블락비 멤버들과 숙소 생활할 때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지 않았어 요? 그런 점에서는 <나 혼자 산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맞았을 것 같은 데요?
형제가 없어서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숙소 생활이 잘 맞았어요. 제가 스물다섯 살인데, 올해부터는 저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 람과 친해질 수 있을 만큼 친해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전에는 누군가 다가오면 거리를 두었어요. 친한 친구들 만날 시간도 없는데 새로운 사 람을 사귀고 챙길 여력이 없었죠.

그런 결심을 해서인지 올해 유독< 요상한 식당>, <립스틱 프린스 2> 등 예능을 많이 했네요?
다행히 기회가 많이 왔어요. 절친한 송민호(위너)와 저는 서로 웃기고 재 미있는 애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무대 위에서도 너무 웃긴 사람으로 비 칠까봐 예능 출연을 겁냈어요.

사람과 친해질 때 시간이 오래 걸려요?
남자를 대할 때는 5분 만에 친해지는데, 여자분들한테는 낯을 가려요.

‘찰거머리’라는 의미의 ‘찰리’라는 별명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찰 리 채플린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찰리 채플린이 히틀러를 풍자하며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발표했잖아 요. 시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자기 목숨을 걸고, 예술가로서 표현한 건데 그게 굉장히 멋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음악을 하면서 나의 이름을 건 창작물을 만들면 무조건 제목을 ‘찰리 채플린’이라 짓겠다고 다짐했어 요. 그 곡이 블락비 바스타즈 앨범 <품행제로>에 실렸어요.

고등학생 때 연극을 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더 많죠?
중학교 1학년 때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처음으로 연기를 배우면서 예고 에 진학했고, 입시 연기를 하면서는 음악에 관심을 뒀죠. 음악은 연기에 비해 너무 자유로웠어요. 민호랑 현태(래퍼 인크레더블)와 가사 쓰면서 음악에 더 빠지게 됐죠. 그래서 가수로 먼저 데뷔했지만, 친한 친구들은 다 연기를 하기 때문에 관심은 늘 두고 있었어요. 친구들과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극단 ‘소년’을 만들어서 2년 전부터 대학로 에서 창작 연극을 하고 있어요.

연극의 매력은 무엇이에요?
관객들 앞에서 노래나 랩이 아니라 연기를 한다는 게 너무 멋있어요. 얼 마나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길래 그렇게 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어요 . 비싼 옷 입고, 비싼 음식 먹으며, 매니저 형이 태워주는 차로 편하게 다니 다가 연극을 할 때는 친구들이랑 버스타고, 공연장 청소하며, 밤새우거든 요. 그러다 보면 이게 진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을 할수록 제 가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극단에서 어떤 역할을 해요?
먼저 극단을 만들자고 해서 제가 단장이 됐고요.(웃음) 의상과 헤어, 메 이크업을 담당해요. 동묘앞, 동대문을 돌아다니면서 의상 준비를 하는데 남자가 여자 역할을 해야 해서 270mm 하이힐을 구하러 다닌 적도 있어 요. 없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이태원에 가니 있더라고요.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맡은 ‘강민호’라는 인물은 피오의 밝 은 면과 많이 겹치더군요.
그래서 제가 캐스팅된 것 같아요. 긍정적인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저를 보고 감독님이 ‘네가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셨대요. 사람들이 ‘쟤가 연기 를 그냥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재 미있게 잘해내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포부가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밝고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대학 로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저희 극단이 대학로 공연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앞장서고 싶어요.

방송에서 보니 방에 책이 많던데 어떤 책을 읽어요?
사실 데커레이션이에요!(웃음) 책을 읽긴 하는데 주로 시집을 봐요.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야지 하고 다짐한 게 이적 선배님이 ‘거위의 꿈’ 가사를 20분 만에 쓰셨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예요. 도대체 얼마큼의 내공이 있 어야 그런 가사를 그 짧은 시간에 쓸 수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책 이라도 읽어야겠다 싶었죠.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나이를 먹어도 소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극 단 이름이 소년인 이유나 브랜드 꼼데가르송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 요. 프랑스어로 ‘소년들처럼’이라는 의미거든요. 그리고 지금 만들고 있 는 곡 제목도 ‘소년처럼’이에요.

오늘 크로스백을 메고 왔어요. 그 안에 뭐가 있나요?
1년 전부터 일회용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요. 최근에 인화한 사진도 있어 요. 스마트폰으로 아무리 사진을 많이 찍어도 오래 간직하기 어렵더라고 요. 그래서 이렇게 인화해서 일상을 기록하려고 노력해요. 노래 잘하는 래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가요? 하하. 제임스 브라운을 좋아하는데 조만간 그런 느낌의 음악 을 선보일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귀엽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죠?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 무엇이에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좋아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를 두고 사랑스러 운 남자라고 말하잖아요. 저도 어디에서든, 누구에게나 사랑스러운 사람 이 되고 싶어요.

 

슈트는 김서룡 옴므 (Kimseoryong Homme).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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