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고무줄 몸무게로 살아온 에디터가 또 한번의 다이어트에 도전해 무려 20kg에 가까운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독자를 위해 다이어트의 성공 비결을 속속들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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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건강을 위해서라도 살을 좀 빼야 할 것 같아.’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대학 동창들과 만난 날, 예전 사진을 보니 지금 살이 많이 찐 것 같다고 장난스레 말한 후 돌아온 답변이었다. 살이 찐 걸 스스로도 알고는 있었지만, 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좋다고 말하던 그였기에 충격은 꽤 컸다. ‘살이 많이 쪘다고 계속 생각은 했어. 근데 상처받을까봐 말을 안 했지. 우리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너 날씬했잖아.’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고무줄 몸무게’의 연속이었다. 좀처럼 살이 찌지 않아 엄마의 걱정을 사던 유년 시절을 지나, 처음 살이 찌기 시작한 건 열 두 살 때부터였다. 2년간 다니던 수영을 그만둔 후 살이 붙기 시작했던것. 그래도 열여덟 살까지는 평균 체중을 유지했다. 첫 번째 고비는 마의 고3 때였다. 고3이라는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먹으며 65kg까지 살이 쪘다. 다행히 통통과 뚱뚱을 넘나들던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면서 예쁜 옷을 입겠다고 결심하고 4개월간 약 17kg을 감량했던 것이다. 당시에도 정말 안 해본 게 없었다. 식욕 억제제를 먹은 뒤 하루에 두유 하나만 먹기도 하고, 레몬 디톡스를 하며 매일 3시간씩 운동도 했다. 늘어난 뱃살과 퉁퉁한 허벅지살을 없애기 위해 카복시, HPL 시술도 받아봤다. 그렇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엔 약 4 년간 각종 다이어트를 섭렵하며 날씬과 보통을 오가는 몸매로 그럭저럭 잘 살았다. 두 번째 고비는 첫 이직 후 찾아왔다. 적응이 힘들다는 핑계로 간식과 야식을 닥치는 대로 먹었던 것이다. 그렇게 2년간 몸은 서서히 불어났다. 운동은 하지 않고 점심, 저녁, 야식, 간식을 꼬박 챙겨 먹었으니 살이 찌지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과거를 곱씹으며 거울을 보니, 곧 어딘가 굴러갈 것만 같은 동그란 내가 서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는 날씬하게 살아야 할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한번의 다이어트를 다짐했다.

 

새로운 다이어트의 시작
‘오늘은 이게 먹고 싶으니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시작 날짜를 일부러 2월 1일로 잡았다. 1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계속 내일로 미룰 순 없을 테니까. 그 다음엔 대략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여름에 고민 없이 비키니를 입을 수 있도록 6 ~7월까지 바싹 다이어트를 하기로 하고, 원 사이즈로 출시되는 원피스가 모두 넉넉하게 맞을 때까지, 주변에서 ‘지금 딱 예쁘다’고 말하는 정도까지 체중을 감량하기로 다짐했다. 실제 몸무게보다 보디라인을 체크하는 일명 ‘눈 바디’가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목표 체중을 정확히 정하진 않았다. 5~6개월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다이어트를 해야 하므로, 다이어트에 재미를 붙이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줌바 댄스를 3개월 동안 배우기로 했다. 2년간 불어난 식욕을 억제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그래서 처음 한 달은 식욕 억제 기능이 있는 ‘다이어트 한약’을 먹기로 했다. 두근거림,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먹고 싶은 걸 참는 스트레스가 건강에 더 해로울것 같았다. 목표 설정부터 다이어트 한약 구매, 줌바 등록까지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이어트 디데이에는 인바디로 몸 상태를 측정했다 . 체지방을 20kg 넘게 감량하고, 근육량을 7~8kg 늘려야 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기초대사량인 1300~1500kcal보다 먹는 양을 줄여 체지방을 감량하고,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기로 다짐했다.

식단 조절은 역시 어려웠다. 식욕이 워낙 왕성하기 때문에 원 푸드 다이어트나 고구마,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면 다이어트에 금세 질려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점심 한 끼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되, 이전보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었다. 1인분을 다 먹지 않고 1/3 이상씩 밥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샐러드나 바나나, 저지방 우유로 대체했다. 그렇게 달고 살던 야식과 간식은 모두 끊었다. 야식이나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살이 많이 찐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하던 지인들의 눈빛과 날씬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내일 점심때 밥 대신 먹자’고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다. 동료들이 식사 후 디저트를 먹을 때면 ‘케이크를 먹으면 어제 저녁 배고픔을 참으며 샐러드를 먹은 게 말짱 도루묵’이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정 간식이 먹고 싶을 때는 저지방 우유나 견과류를 먹었다. 점심은 원래대로 먹되 양을 줄이고, 저녁에는 샐러드나 닭가슴살을 먹는 식단을 약 두 달간 유지했다. 그 후에는 점심과 저녁에 모두 밥을 먹되 먹는 양을 조절했다.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을 때는 저녁에 샐러드나 저지방 우유를 먹어 하루 기초대사량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높지 않도록 조절했다.

요요현상 없는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다. 주 2 ~3회씩 줌바댄스 학원에 가서 땀을 흘렸고, 일상생활 속에서의 칼로리 소비량도 늘렸다. 특히 다이어트 초반에는 걸음 수를 측정한 뒤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해주는 핏비트를 차고 다니며 하루에 1만 보씩 걸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니 1만 보를 채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난 후엔 소파에 누워 VT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반려견과 1시간씩 산책을 하며 유산소 운동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각종 유튜브 영상과 운동기구를 활용해 홈 트레이닝을했다. 코어 근육, 복근, 힙업, 팔다리 운동을 하루에 한두 개씩 번갈아 하는 코스였다. 근력 운동 후에는 근육이 뭉치지 않도록 꼭 30분씩 스트레칭을 했다. 데이트 패턴도 싹 바꿨다. 예전에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정적인 데이트를 했다면, 다이어트를 시작하고부터는 식사 후 배드민턴을 치거나 자전거를 타고, 볼링을 쳤다. 운동이 지겨울 때는 노래방에 가 춤을 춰서라도 칼로리를 태웠다.

다이어트로 인한 탈모 등의 각종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 무턱대고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살이 트고, 탈모가 생기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 터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아사이베리 즙과 종합 비타민을 챙겨 먹었다. 틈틈이 탈모 방지 샴푸도 사용했다.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살이 트기 쉽기 때문에 저자극 보습 크림을 평소보다 듬뿍 바르고, 보디 오일로 마사지도 열심히 했다. 볼살이 쏙 빠지면 갑자기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으므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탄력을 더하는 리프팅 마스크를 사용했다.

 

다이어트 성공, 그후
6개월가량의 폭풍 다이어트 후, 체지방은 20kg 이상 줄었고 근육량은 예전보다 더 늘었다. 총 체중은 18kg 정도 감량했다. 대학생 때 즐겨 입던 44~55사이즈의 옷도 예쁘게 잘 맞았다. ‘어차피 사도 못 입을 거야’라며 사고 싶은 옷을 소심하게 내려놓던 시절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성격도 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힘든 일도 좀 더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게 됐다. 긍정적인 변화는 이외에도 여럿 있었다. 늘 괴롭히던 다리 저림과 허리 디스크가 완화됐고,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예뻐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됐다. 주변에서 성공한 ‘다이어터’의 대명사가 되면서 나를 보고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는 사람까지 여럿 생겨났다.

다이어트 성공 비결이 뭐냐고 물을 때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정석을 지켰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정석은 아는데 그게 안 돼서 문제’라는 답이 돌아온다. 사실 다이어트의 정석이 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는 자신에게 잘 맞는 식단, 운동법을 찾지 못해 금세 포기해버린다는거다.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여러 번의 실패를 겪으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을 찾은 덕분이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하루에 한 번은 먹고 싶은 걸 먹었고, 지루한 건 못 참아 신나는 운동만 골라 했다. 옷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지칠 때면 살이 쪄서 입지 못한 옷을 입어보며 동기를 부여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각자에게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도 다 다르다. 다양한 메뉴를 맛보는 걸 좋아하는 ‘맛집탐방가’가 원 푸드 다이어트를 했다간 2주도 안 돼 다이어트에 실패할 게 뻔하다. 자유분방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식단부터 운동 횟수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면 운동 자체에 질려버릴 수 있다. 아무리 남들에게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라 해도 본인의 성향에 맞지 않으면 결국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유행이나 정석보다 나에게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모두가 날씬한 몸을 선망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나면 건강부터 외모, 성격까지 꽤 많은 것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핑계로 과체중을 방치했다간 금세 비만이 되어 언제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질지 모른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다이어트 방법만 찾는다면, 다이어트 성공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