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윤기 외에 메이크업은 극도로 미니멀해졌지만, 손끝과 눈두덩에는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시도가 더해졌다. 일상생활에 바로 접목해도 될 만큼 웨어러블해졌지만, 쇼적인 한 끗 차이를 놓치지 않은 가을/겨울 시즌 트렌드 엿보기.

 

 

1 포니이펙트의 이펙티브 아이래시 페닌슐라. 9천원대. 2 아리따움의 아이돌 래쉬 베이직 4호 언더래쉬. 3천5백원대.

1 포니이펙트의 이펙티브 아이래시 페닌슐라. 9천원대. 2 아리따움의 아이돌 래쉬 베이직 4호 언더래쉬. 3천5백원대.

인형 속눈썹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이번 시즌 뷰티 트렌드가 눈썹 위는 비켜간 듯하다. 인형을 연상시키는 속눈썹이 등장하는가 하면, 60년대를 대표하는 대담한 컬러가 수없이 등장했다. 대표주자는 샤넬 쇼다. 60년대의 귀환을 외치듯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메탈릭한 실버 아이섀도에 거친 속눈썹, 그래픽적인 아이라인이 버무려진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속눈썹의 맥시멀리즘은 가레스 퓨 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새의 날개처럼 기다란 속눈썹을 언더라인에 붙였다. MSGM과 제이 제이에스 리(J JS Lee)쇼에서는 모델의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몇 번이고 덧발라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뭉치게 했고, 제레미 스콧 쇼에서는 언더라인에만 인조 속눈썹을 붙여서 인형과 같은 무드를 완성했다.

 

 

1 아이오페의 에어쿠션 블러셔 1호 로제 핑크. 9g 2만2천원대. 2 베네피트의 단델리온 듀. 30ml 3만9천원. 3 어딕션의 치크 폴리시 14호. 12ml 3만6천원. 4 BRTC의 크리미 블러셔 스틱 핑크 블라썸. 10g 2만5천원.

1 아이오페의 에어쿠션 블러셔 1호 로제 핑크. 9g 2만2천원대. 2 베네피트의 단델리온 듀. 30ml 3만9천원. 3 어딕션의 치크 폴리시 14호. 12ml 3만6천원. 4 BRTC의 크리미 블러셔 스틱 핑크 블라썸. 10g 2만5천원.

물들이다
피부의 윤기와 더불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바로 뺨과 눈가, 입술을 자연스럽게 물들인 메이크업이다. 먼저, 알투자라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명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서 영감을 받아 반짝이는 페일 핑크색으로 모델들의 얼굴을 여리여리하게 물들였다. 진주 같은 우아한 윤기가 얼굴 전체에 흐른다. 그는 전체적인 무드를 해치지 않기 위해 브러시에 남아 있는 소량의 파운데이션으로 모델들의 눈썹을 칠했다. 록산다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란다 조이스는 방금 뺨을 꼬집은 듯한 자연스러운 홍조를 더하기 위해 뺨 윗부분에 블러셔를 발랐다. “시어한 파운데이션을 커버가 필요한 부분에만 소량 바르고, 얼굴에 따스함을 더하기 위해 파우더를 살짝 덧발랐어요.” 기라로슈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가부키의 팁도 참고할 것.

 

 

1 꼬달리의 디바인 오일. 50ml 2만8천원. 2 미쟝센의 퍼펙트 스타일링 세럼. 70ml 1만3천원.

1 꼬달리의 디바인 오일. 50ml 2만8천원. 2 미쟝센의 퍼펙트 스타일링 세럼. 70ml 1만3천원.

여성스럽게
이번 가을/겨울 시즌 헤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리본과 헤어밴드 등으로 한층 로맨틱해진 무드다. 로샤스, 토리 버치, 마르케사 쇼에서는 단정한 포니테일을 검은 리본으로 마무리했고, H&M과 템펄리 런던 쇼에서는 심플한 헤어밴드로 단아한 분위기를 더했다. 낮게 묶은 포니테일이나 번을 리본으로 감싸 묶어주기만 하면 된다. “머리에 리본을 더하면, 별로 신경 쓰지 않은 듯 시크한 룩을 연출할 수 있어요.” 토리 버치 쇼의 헤어 아티스트 귀도 팔라우의 말처럼, 이번 시즌에는 단정한 리본이나 헤어밴드 하나 정도는 꼭 마련해야 할 듯하다.

 

 

1 마몽드의 이지드로잉 젤 아이라이너 1호 블랙. 6g 1만2천원대. 2 시세이도의 잉크스트로크 아이라이너 브러쉬. 3만6천원대. 3 샤넬의 시그니처 드 느와르. 0.5ml 4만6천원.

1 마몽드의 이지드로잉 젤 아이라이너 1호 블랙. 6g 1만2천원대. 2 시세이도의 잉크스트로크 아이라이너 브러쉬. 3만6천원대. 3 샤넬의 시그니처 드 느와르.
0.5ml 4만6천원.

대담한 아이라인
아직도 자신에게 딱 맞는 아이라인을 찾지 못했다면, 혹은 매일 똑같은 모양의 아이라인이 지겹다면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를 참고하라. 온갖 기발한 아이라인이 등장했으니! 베르사체 쇼에서는 눈 앞머리에 두툼하게 아이라인을 그렸고, 끌로에 쇼에서는 60년대 풍의 아이라인을 선보였다. 뮈글러와 모스키노, 에밀리오 드 라 모레나 쇼에서는 60년대 트위기를 연상시키는, 눈두덩 중간을 가로지르는 아이라인을 선보였다. 발맹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브론즈와 블랙 컬러를 이용해 과감한 아몬드 모양의 눈매를 완성했다. 촘촘하게 땋아 내린 블레이드 헤어와 어우러져 미래의 여전사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디에, 어떤 두께로 그리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를 연출하는 아이라인들. 세상은 넓고, 우리가 시도해봐야 할 아이라인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에뛰드하우스의 매직프레스 12호 와인 앤 글리터. 9천8백원.

에뛰드하우스의 매직프레스 12호 와인 앤 글리터. 9천8백원.

화려한 네일
미니멀해진 메이크업과 달리 손끝은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이제 백스테이지 뷰티의 꽃은 네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구찌 쇼에서는 투명한 크리스털로 장식한 오버사이즈의 손톱을 선보였다. 마크 제이콥스 쇼의 네일 아티스트 진순 최는 베이스 코트 위에 디자이너의 이름을 새겨 넣었고, 발렌시아가 쇼에서는 아몬드 모양의 익스텐션 네일에 주얼리를 얹고 엄지손톱에는 브랜드 로고인 B를 그려 넣었다. 프린 쇼에서는 작은 드라이 플라워를 손톱 위에 올리고 투명한 톱코트로 마무리했고, 에밀리오 푸치 쇼에서는 네온 컬러의 지브라 패턴 네일을 선보였다. 톰 브라운 쇼에서는 펠트 소재의 네일이, 필립 플레인 쇼에서는 손톱 끝에 매단 골드 체인이 액세서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18-33-14

18-33-15

다 달라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말했다. “난 모델이 누구인가는 신경쓰지 않아요. 단지 그들의 얼굴을 신경 쓸 뿐이죠.” 모델의 다양성을 존중하여, 각기 다른 헤어와 메이크업을 매치하는 트렌드는 이번 시즌에도 유효하다. 모델 할리마 아덴이 히잡을 쓴 채 런웨이에 선 막스마라 쇼와 빅 사이즈의 모델들이 등장한 프라발 구룽 쇼를 비롯, 이번 시즌에는 보다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모델들을 쇼에서 볼 수 있었다. 헤어와 메이크업도 모델 각자의 개성에 맞춰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다. 마르니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모델마다 각기 다른 아이라인을 선보였다. 구찌 쇼에서는 모델마다 각기 다른 반짝임을 선사했는데, 크리스털을 각각 눈 밑, 입술 위, 코 옆 등에 얹는가 하면, 입술이나 눈가에 드라마틱한 컬러와 반짝임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