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현대 여성에게는 어떤 옷차림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가을/겨울 트렌드 속에 숨어 있다. 우리는 슈트와 드레스를 오가며 클래식과 서브컬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현명함과 유연함을 갖추었고, 디자이너들은 이를 근사하게 증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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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Suit
지금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는 자주적이며 강인한 내면을 지닌 여성이다. 어떤 옷을 입든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덕목임은 분명하나, 1980년대를 연상케 하는 파워 슈트는 일하는 여자에게 더불어 세련됨을 부여해줄 것이다. 게다가 파워 슈트는 디자이너들이 테일러링이라는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재료이기도 하다. 허리를 잘록해 보이게 하고 팬츠의 실루엣은 넉넉한 스타일의 슈트는 자크뮈스, 막스마라, 이자벨 마랑, 스텔라 맥카트니와 빅토리아 베컴까지 올 시즌 디자이너의 제1순위 애정 테마였고, 우리가 갖추어야 할 필수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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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Rose
무수히 많은 꽃이 피고 지는 패션의 정원에서 승리한 올겨울의 꽃은 꽃 중의 여왕 장미다. 장미는 현재 패션계의 쌍두마차인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와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의 선택이니 의심하지 않고 꺼내 들어도 좋을 카드. 지나치게 화려하고 사랑스러워 되레 촌스럽게 여겨졌던 장미가 동시대적으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구조적이고 선에 집중한 의상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반전으로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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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player
작은 가방을 여러 개 들거나 큰 가방에 작은 가방을 참처럼 함께 드는 ‘백 레이어링’이 유행하더니, 그 연장선상으로 여러 개의 가방을 이어 만든 멀티 가방이 등장했다. 구찌는 세 개의 메신저백을 연결한 뒤 떼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한 숄더백을 선보였고 펜디는 크기가 다른 세 개의 파우치를 고리로 연결한 백을 제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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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boy Shoes
우리는 이제 가방보다는 신발에 투자해야 할 때라는 것을 잘 안다. 지극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의상에는 호전적인 신발을 신어야 멋스럽다는 것도! 올겨울은 초원을 달리던 카우보이의 호기를 담은 부츠에 투자할 것. 원형에 치중하기보다는 현대적으로 변형한 것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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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in Red
빨강이 우리의 애정 리스트에서 빠질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올겨울 대부분의 컬렉션이 무수하게 가지를 뻗은 빨강의 스펙트럼으로 물들었다. 핏빛처럼 관능적인 버건디에서부터 형광빛으로 발색하는 버밀리언까지 매트한 가죽, 은밀하게 비치는 시폰, 도발적인 페이턴트와 벨벳, 포근한 울과 퍼까지 스타일을 막론하고 그 힘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분홍과 함께한 빨강은 수줍은 관능을, 검정과 어우러지는 빨강은 도전적인 태도를, 그 어떤 색과도 조우하지 않은 빨강과 빨강의 만남은 여자만이 지닐 수 있는 섬세한 강인함을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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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k Crafty
맥시멀리즘과 믹스매치의 기술은 올 가을/겨울 시즌 다문화주의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 민속적이고 전통적인 솜씨를 찬사하는 데 공을 들인 것. 캘빈 클라인은 미국적인 요소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퀼트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고, 알렉산더 맥퀸은 영국의 시골집에서 볼 법한 패턴으로 영국식 전통을 이어나갔다. 발렌티노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의 시간을 컬렉션에 불러들였다. 손, 숫자, 과일과 나뭇잎을 어지럽게 프린트한 의상이 바로 그 증거. 러시아, 집시, 빅토리안 등 여러 문화가 뒤섞여 아름다움으로 폭발한 건 역시나 구찌 컬렉션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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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 Trick
올 가을/겨울 시즌 주목받는 액세서리는 바로 모자이다. 복고풍의 모자가 주요 컬렉션에 등장한 것. 마크 제이콥스는 펑키하게 솟아오른 뉴스보이 캡과 종 모양의 클로슈를, 프라다와 미우미우는 모피와 가죽 소재의 럭셔리 뉴스보이 캡과 러시아 모자라 불리는 샤프카를 선보였다.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카우리는 모든 모델에게 가죽 베레를 씌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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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Denim
캘빈 클라인으로 이적한 라프 시몬스의 공이었을까? 가을은 ‘청청 패션’으로 물들 예정. CK의 색을 분명하고 세련되게 내기 위해 그는 데님과 데님의 앙상블을 선보였다. 생지 데님 셔츠와 데님 팬츠를 마치 오버올 진처럼 입는 방식은 90년대의 정취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컬렉션을 지적인 네이비로 물들인 디올은 네이비의 행렬 속에 데님 앙상블을 더해 현실적인 스타일을 제시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데님 앙상블에서 최고의 점수를 획득한 이는? 데님에 우아한 테일러링을 접목해 프렌치 시크의 정수를 보여준 스텔라 맥카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