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 취향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독립잡지 편집장을 만났다. 책을 만드는 일과 그것을 통해 자신이 믿는 가치를 나누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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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서상민 편집장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휴먼 매거진. 각 호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인터뷰한다. 1년에 4회 발행한다.

 

<베어>를 창간하게 된 계기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들이 사는 게 힘드니까 여행을 떠나 힐링 을 하고 싶어 하고, 잡지는 그런 것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 와도 잠깐의 위안일 뿐 결국엔 똑같은 현실이 반복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일의 소중함에 좀 더 공감하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잡지를 창간하게 됐다. 원래 인생에 있어서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잡지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
일의 즐거움과 소중함이 가장 중요한 부 분이다. 자기가 행복한 일을 선택해서 살다 보면 사회적인 성공까지는 아니 더라도 자기의 삶을 유지할 만큼의 돈은 벌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삶도 충분히 의미 있고 그 것 또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만약 지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두려워서 진 로 결정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선택해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이야 기해주고 싶다.

<베어>의 독자층
20~30대 여성 독자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독자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독자에게 좋은 것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든다. 독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성향, 성별, 트렌드 같은 부분을 고민하고 독자가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한다. 오프라인에 서 계속 만남을 갖고 우리의 활동을 보여주기 위한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 독자는 훨씬 능 동적이어서 독자와 어떻게 만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우 리의 철학을 일관적인 주제로 보여주는 힘. 일에 대한 철학을 꾸준히 보여주고, 독자와 호흡하며 듣기 좋은 형태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잡지를 만드는 일의 매력
독자의 반응을 얻는 게 좋다. 요즘 많은 잡지가 폐간하고 있는데 도 참 신기한 건 잡지를 특별하게 봐주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유행이나 문화 로 보는 분들이 생긴 것 같은데 그런 독자를 만나는 게 즐겁다. 그리고 잡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 으려면 시대에 맞는 적당한 철학과 화술이 필요하다. <베어>는 장기적인 호흡을 위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긴 호흡으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게 잡지의 장점이다.

독립잡지로서의 한계
한계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다. 많은 사람이 쉽게 좋아해주는 것보 다 특별하게 좋아해주는 게 우리 입장에서 더 좋기 때문이다. 물론 판매량은 비교가 안 되지 만 대형 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것보다 독립서점에서 많이 팔리는 게 더 중요하다. 이 책을 좋아해 주는 소수가 꾸준히 지지를 보내주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물론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잡 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베어>의 존재를 아는 편이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베어카페를 검색하 고 찾아온다. 이곳이 출판사인 줄 모르고 데이트하러 와서 ‘어, 이런 것도 있네’ 하는 사람들, 카 페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웃음)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베 어>의 이미지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창간 후에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가 도 아무도 몰랐는데 지금은 많이 알아봐주고 <베어>를 좋아한다고 먼저 얘기해주는 분도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
<베어> 1호. 커피를 주제로 진행한 책인데, 커피 만드는 분들 중에 지적이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분이 많았다. 그때 만난 분들 덕에<베 어>의 전반적인 형태가 많이 잡혔다.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는 책이고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책이기도 하다.

예상 외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기획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흙’ 편에서 흙을 채취하는 광산 을 취재했던 일이다. 흙 광산을 취재한 건 국내에서 우리가 처음이지 싶은데 다행히 사진이 잘 나와서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형태로 흘러간 기사였다.

시대의 트렌드 중 가장 관심 있는 것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 야 할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정 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오히려 정보를 어떻게 바라 볼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지금은 많은 것을 줄이고 삶에 필 요한 근본적인 것을 생각할 때이 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한 번쯤 다뤄보고 싶은 주제나 만나보고 싶 은 인물
우리가 인터뷰해보고 싶은 인물은 유 명인이 아니다. 이미 사람들이 알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게 책의 취지는 아니기 때문에 많이 알 려지지 않은 사람을 계속해서 소개하려고 한 다. 지금은 창작하는 사람들, 젊은 창작자들을 많이 만나볼 생각이다.

영감의 원천
나 자신에게서 많이 찾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바깥의 움직임에 민감했다 면 요즘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좋은 생각을 해야겠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그래서 좋은 잡지를 만들 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베어>와 어울리는 배경 음악
‘일렉트릭 플 래닛 파이브’라는 뮤지션의 음악. 카페에도 항 상 틀어둔다. 전자 음악을 하지만 서정적이고 조용하다. 트렌드와 잘 맞으면서도 음악의 본 질을 잃지 않고, 사람들에게 여유와 힐링을 주 는 음악을 한다는 점이 우리와 어울린다.

함께 일하고 싶은 에디터의 조건
인성 이 가장 중요하다. 인 터뷰이를 비롯해 협 업할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의 진심이 전 달되지 않으면 좋은 대답을 얻기 어렵 다. 그러니 겸손한 자세로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사 람이어야 한다.9-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