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책을 통해 취향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독립잡지 편집장을 만났다. 책을 만드는 일과 그것을 통해 자신이 믿는 가치를 나누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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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김이경 편집장

아웃도어 힐링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어라운드>는 매달 한 권씩, 7~8월을 합본호로 1년에 11회 발행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겉과 속을 들여다보는 일에 집중한다. 최근에는 <위(Wee)>와 <도어(Dor)>도 함께 만들고 있다.

 

<어라운드>를 창간하게 된 계기
원래는 1인 출판을 했다. 그 당시에는 잡지가 거의 패션, 리빙, 여행 카테고리에 속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잡지는 그 카테고 리에 들어 있지 않았고, 2년 정도 새로운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다녔다. 그 러던 중에 1인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회사를 합치고, 남편이 ‘네가 해보고 싶은 잡지를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같이 발행하 고 있는 <도어>나 <위>는 <어라운드>가 29호부터 특정 주제를 잡고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 터 다루지 못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파생된 잡지들이다.

<어라운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
사소한 행복.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들은 그저 스 쳐 지나간 채 멀리 있는 중요한 것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행복은 사실 아주 사소 한 데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어라운드>의 독자층
20대 후반에서 30대 여성, 그중에서도 미혼 여성이 압도적이다.

잡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흔한 주제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 잡지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기 때문에 만드 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잡지를 만드는 일의 매력
1인 출판은 기획, 취재, 마케팅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 팀원 이 있어서 같이 농담하고 웃으면서 마감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독립잡지로 느끼는 한계
처음에는 신선한 기획을 하던 에디터들이 1년만 지나면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왜 얘가 옛날처럼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힘들다. 또한 광고에 연연하지 않아 책 판매로만 수익을 내야 하는데 직원 월급에 제작비까지 쓰고 나 면 수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수익을 위해 외주나 다른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 때문에 직원들이 힘들어할 때 마음이 안 좋다.

창간 후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어제 강연을 다녀왔는데 <어라운드>의 에디터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누군가가 들어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었다는 게 좋다. 또 처음 시작할 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 데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고 있어서 만족스럽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
보리 출판사 대표님 인 터뷰. 사전을 만드시는 분인데 그의 철학이 맘에 와 닿았다. 또 번역가 김남주 인터뷰도 재미있었다. 여 행기를 써오겠다고 해외로 떠난 한 에디터가 있었 는데 자전거를 타다가 앞니가 부러져서 돌아온 적 이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황당한 일이 있지 않나. 실패한 여행에 대한 기사도 실패한 그대로 쓰 게 두는데 그런 기사들이 기억에 남는다.

시대의 트렌드 중 가장 관심 있는 것
가족. 생각이 깨어 있는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부모가 되는 때 가 왔다. 주변을 봐도 이들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 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키웠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예상할 수가 없으니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 니티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또 가족 여행을 테 마로 내세운 에어비앤비처럼 가족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한 번쯤 다뤄보고 싶은 주제나 만나보고 싶은 인물
이효리. 화려한 스타인데 주변을 의 식하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대표적 인 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영감의 원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혼자 멍하니 버스를 타고 가거나 먼산을 쳐다보고 있을 때 엔도르핀이 돌면서 영감이 떠오른다.

<어라운드>와 어울리는 배경음악
개인적 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이기도 한데, 윤영배의 ‘키 큰 나무’라는 노래가 주는 느긋함이 우리 잡 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라운드>를 정의하는 한 단어
우리 주변.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열광적인 반응을 받은 기획
제주도 편. 내부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생 각했는데 지금껏 만든 48호 중에 두 번째로 잘 팔렸다. 또 ‘마켓’을 주제로 했던 책이 여태껏 나온 <어라운드> 중에 가장 잘 팔렸는데 막상 만들 때는 대박 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 히려 내부적으로 제일 만족했던 ‘시간’을 주제 로 한 책은 반응이 밋밋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에디터의 조건
자기만의 색깔이 있으면 좋겠다. 비슷한 느낌의 에디터 는 안 뽑는다. 글도 잘 쓰면서 개성이 있는 에디 터가 되라고 한다. 자신만의 수식을 붙일 수 있 는 에디터가 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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