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잘하고 진행 잘하는 유튜버는 많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독보적인 매력으로 스타 유투버로 활약 중인 이사배와 김기수, 박막례 할머니를 만났다. 모두 지금 가장 ‘뜨거운’ 이들이다.

 

셔츠와 턱시도 재킷, 보타이는 모두 바톤 권오수 (Baton Kwonohsoo).

셔츠와 턱시도 재킷, 보타이는 모두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2001년 KBS 1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개그콘서트>의 ‘댄서킴’으로 이름을 알린 김기수는 현재 ‘화장하는 섹시한 남자, 화섹남’의 대표주자 로 불린다. 2016년의 끝자락에 유튜브 채널 ‘김기수’에 버건디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을 올리며 ‘뷰티 유튜버’로서의 시작을 알린 지 불과 개8 월 만의 일이다. ‘재미있는 뷰티’를 모토로 특유의 입담과 오랜 시간 연 마한 화장 실력을 함께 뽐내고 있는 김기수의 유튜브 영상은 6개월 만에 5백만 뷰에 도달했고, 구독자는 어느덧 10만 명을 넘어섰다. 30년간 감 춰온 메이크업에 대한 열정을 뽐내며, 억눌러왔던 끼를 분출하고 있는 김기수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유튜브 구독자가 10만 명을 넘었어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확실히 팬층이 다양해지고 관계가 돈독해진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팬들이 TV 에 비치는 제 모습만 봤다면, 요즘은 저를 인간 김기수로 대해주니까 저 역시 팬들을 훨씬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안티팬 때문이었죠?
포털 사이트에 제 DJ무대 메이크업에 관한 기사가 올라갔는데 댓글이 심각했어요. 충격 받아서 갖고 있던 화장품을 다 버렸을 정도예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까워요.

악플의 충격이 뷰티 유튜버에 도전한 계기가 된 건가요?
친구 말 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말고 자랑하라고, 상 처 받지 말고 안티와 맞서 싸우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용기가 생겼어 요. 그 후로 한 달간 독하게 영상 제작과 편집을 공부했죠. 처음 메이크 업 영상을 올렸을 때도 욕을 먹을까 걱정했어요. 근데 의외로 ‘어? 김기 수 메이크업 잘하네’라는 반응이 대다수여서 놀랐죠.

다른 뷰티 유튜버와 차별되는 본인만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꿀잼’인 것 같아요. 쉽게 가르쳐주는, 소통하는 뷰티. 남자인데도 자 연스럽게 녹아나는 퇴폐미, 끼 타임에 부리는 요망한 짓. 뭐 이런 것들?

‘예쁜 유튜버가 예뻐지는 것보다 마흔 넘은 아저씨가 예뻐지는 것 에 많은 사람이 신기해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다른 뷰튜버와 차 별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일반 여자 뷰티 유튜버보다 얼굴도 크고, 전체 골격도 커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예쁘게 보일까, 어떻 게 해야 색 조합이 잘 보일까 하고 화장 기술을 좀 더 연구해요.

남자 뷰튜버로서의 애로 사항은 없나요?
국내에 남자 뷰튜버는 정 말 몇 안 돼요. 우리나라 정서상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콘텐츠 가 다양하고 재미있어야 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채널을 운영하는 철칙이 있나요?
유튜버는 사람 자체가 콘텐츠여 야 해요. 저는 채널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제 채널의 주제는 ‘젠 더리스 메이크업’이에요. 어떤 분들은 ‘맨즈 뷰티라 해놓고 왜 여자 화장 을 해요? 남자용 데일리 화장 보여주세요’라고 말해요. 그럼 저는 ‘진짜 맨즈 뷰티는 민낯으로 나가는 건데요?’라고 대답해요. ‘왜 여장을 하죠?’ 라고 말씀들 하시는데, 이건 여장이 아니고 젠더리스 메이크업이에요.

‘화장하는 남자’, ‘화섹남’의 대명사가 되었어요. 기분이 어때요?
사 람마다 취미가 다르잖아요. 저는 낚시 마니아인 친구나 저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가 좋아하는 건 낚시고, 제가 좋아하는 건 메이크업일 뿐이죠. 근데 이걸 30년 넘게 숨기고 살았어요. 진정한 취미와 특기는 메이크업이었는데, 골프를 치고 사진 동호회에 나가면서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그걸 대답했어요. 가짜 삶을 살고 있었던 거죠.

책임감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한 남성팬이 메시지를 보냈어요. 마 흔 살인데 그간 화장 좋아하는 걸 밝히지 못했다고. 저를 보고 용기를 내서 화장품 매장에 혼자 갔는데, 직원이 엄청 반갑게 맞아줬대요. 그 후 친구들을 만나 구입한 섀도를 보여줬더니 의외로 친구들이 예쁘다고 해 서 자신감을 얻었다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때 책임감을 느껴요.

새로운 것을 기획할 때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시대물이 나 판타지 영화를 많이 봐요.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고요<. 인어공주>의 우슬라를 표현하고 싶은데 그냥은 너무 식상하잖아요. 그럴 땐 한 번 더 비틀어서 ‘우슬라 마녀와 썸탄 마남 메이크업’ 영상을 찍어요.

영상을 기획하고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주제를 기획하고 화장 시연을 한 뒤 예쁘다 싶으면 촬영을 해요. 그 다음 약 4시간 분량의 촬영을 10분으로 줄이기 위해 꼭 쓸 것만 잘라 1차 편집을 하고, 매끄럽 게 다듬는 2차 편집을 해요. 3차에서는 재미 요소를 더한 다음 오프닝과 엔딩을 만들고, 4차에서는 튜토리얼을 다듬어요. 5차에는 음성을 녹음 하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사한 후 재미가 없으면 편집을 또 해요. 기 획, 촬영, 편집을 모두 제가 하는데 처음에는 꼬박 3일이 걸렸어요.

가장 반응이 좋은 콘텐츠는 뭐예요?
콘셉트가 확실하고 센 메이크 업이 반응이 좋아요. 자연스러운 승무원 메이크업을 찍으면 조회수가 낮아요. ‘센캐’를 한다고 욕을 먹는데도 조회수가 잘 나오는 걸 보면 사 람들이 제게 바라는 건 그런 메이크업인 것 같아요.

요즘의 ‘최애템’은요?
더페이스샵의 마블 콜라보 컬렉션이요. 특히 캡틴 아메리카 방패가 그려진 안티다크닝 쿠션은 23호가 나오질 않아서 그것만 기다리고 있어요. 미키마우스 쿠션에도 심쿵했는데 그 방패 쿠 션은 첫눈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로라 메르시에의 새틴하이 라이터 01호도 없으면 못 살아요. 스틸라의 메탈 글리터&글로우리퀴드 아이섀도우는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무덤템’이에요.

팬들을 ‘꼬요’라고 부르는 이유는 뭔가요?
누구나 어릴 적 예쁨받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일명 ‘꼬마요정’이라 불렸던 그 시절을 잊지 말자는 의미예요. 일상에 찌들어서 예쁨을 잊어버린다는 건 너무 슬퍼요.

개그맨 시절의 경험이 뷰티 유튜버 활동에도 도움이 많이 되나요?
매주 코너를 짜고 아이디어 회의를 했던 일이 도움이 많이 돼요. 제 영 상은 제목부터 남다르대요. 남들이 벚꽃축제 메이크업을 하면, 저는 ‘벚 꽃축제 때 길 터주는 핑크 메이크업’이라고 하죠.

스타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의외로 만만치 않 아요. 시간과 돈, 노력이 엄청 필요해요. 노력한 만큼 대가가 돌아오긴 하지만,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해요. 조금만 게으름을 피워도 금세 도태되 거든요. 저도 가끔은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김기수에게 ‘개성’이란 무엇인가요?
자기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 는 것. 화장도 그래요, 예쁜 부분을 더 예쁘게 만드는 거잖아요. 개성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그걸 숨기지 않았음 좋겠어요. 어떤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면, 그 취미가 곧 그 사람의 개성이라고 생 각해요. 저는 이제 스케줄이 없어도 민낯으로 밖에 못 나가요. 사람들이 ‘오늘은 왜 화장을 안 했어요?’라면서 실망하니까요. 그래서 매일 아침 마다 무슨 메이크업을 할까 고민해요. 그게 제 개성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