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 로 , 바 다 산로 떠날 생각에 들뜨는 여름. 여행은 둘의 사랑을 더 깊게 만들 수도 있지만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여행 때문에 생긴 일,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법.

 

Q 다툼 후 여행, 괜찮을까?
이번 주에 여행 가기로 했는데 남자친구랑 싸워서 무척 어색한 상황이다. 사실 이번 다툼으로 남자친구에 대해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사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앞두고 있으니 현실적인 갈등에 직면하게 됐다. 비행기, 숙소 다 환불하면 수수료를 엄청 떼일 것이다. 게다가 남자친구에게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하자고 하면 그게 곧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겁도 난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남자친구와 나, 여행 가도 괜찮을까?

A 여행은 화해하기 좋은 기회다 경험상 이렇게 싸우고 나서도 여행을 가면 괜찮아진다. 유독 여행 가기 전에 남자친구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여행을 함께 간다는 것 자체가 그때까지 서로 헤어질 마음이 없다는 믿음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둘 빼고는 온통 외국 사람들만 있다 보니 서로에게 집중하게 된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보다 화해 분위기가 쉽게 조성된다. 이 기회에 서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상대를 더 잘 알 수 있길!

 

Q 혼자 여행 가면 안 되겠니?
남자친구와 사귄 지 3개월 됐다. 그런데 곧 혼자 여행 가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남자친구가 생기기 전에 계획했던 여행인데, 이 사실을 안 남자친구가 무척 서운해하며 함께 가고 싶다고 한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난 혼자 가는 여행을 즐겼다. 또 사람과 친해지는 데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성격이라,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와 여행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함께 가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친해진 뒤에 가고 싶다. 물론 남자친구에게 솔직하게 모두 말했다. “아직 너에게 민낯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화장실 문제도 걱정이야.” 그런데 남자친구는 며칠째 냉랭하다. 이 여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다.

A 환상은 영원할 수 없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둘만의 시간을 더 가지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 여행에 집착하는 것. 여자가 한 걸음 양보해서 같이 여행을 가는 건 어떨까? 국내나 가까운 해외여행이라면 남자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을 겪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혼자 가는 여행은 나중에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오히려 나중에는 남자친구가 함께 여행 가기 싫다고 할 수 있다. 민낯을 보여주게는 싫다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자보다 먼저 일어나 기초 메이크업을 하거나 렌즈를 끼고 있는 것. 그러나 이도 무척 귀찮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환상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Q 너무나 다른 우리
여행 가기 전까지 남자친구와 내가 이렇게 다른 줄 몰랐다. 난 여행지에 가면 사진도 많이 찍고, 맛집이나 예쁜 카페를 돌아다니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보고도 시큰둥해하고, 맛집을 찾아가야 할 이유도 모르겠다고 한다. 한 번은 강원도에 가기로 했는데 바다가 잘 보이는 펜션, 리조트, 콘도 등을 열심히 찾는 나와 달리 남자친구는 모텔만 고집했다. 그것도 창문 하나 뚫려 있지 않은 곳으로 말이다. 여행 가서도 가장 신날 때는 잠잘 때뿐. ‘여행 = 섹스’로만 생각하는 내 남자친구, 대체 왜 이러는 걸까?

A 헤어지는 것만이 답이다 이 둘은 여행 스타일이 안 맞는 게 아니라 성향 자체가 안 맞는다. 남자는 이 여자를 만나기 전에 여러 번 강원도를 갔다 와서 흥미를 잃었을 수도 있고, 여자친구와의 잠자리에만 꽂혀 있을 수 있다. 이 중 어떤 경우라고 해도 이 남자는 별로다. 연애는 행복하려 하는 것이다.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을 이렇게 여기는 사람과 굳이 왜 3~4시간 차를 타고 멀리 가나? 그럴 필요도, 가치도 없다. 부디 더 좋은 남자를 만나 많은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

 

Q 돈 좀 돌려줄래?
여행 가기 전, 남자친구와 면세점 쇼핑을 했는데, 남자친구가 회사에 들고 다닐 가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때 마침 그가 사고 싶어 하는 가방을 내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무이자 할부에 할인까지 해준다길래 그걸로 결제를 했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내게 매달 15만원가량을 6개월 동안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행 다녀오자마자 나의 계좌번호를 묻길래 즉시 알려줬지만 감감 무소식. 카드 결제일은 다가와 다시 한번 재촉 아닌 재촉을 했다. “혹시 돈 부쳤어? 나 카드 대금 결제일인데 돈이 비어서.” 그런데도 아직도 안 부치고 있는 그. 벌써 여행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자꾸 돈 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A 위트 있게 압박한다 남자친구와 계속 만나는데 돈 때문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보다는 위트 있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말끝마다 15만원(혹은 90만원)을 언급하며 데이트할 때 “오늘따라 밥맛이 없어. 15만원이 없어서”라며 ‘기-승-전-15만원’을 선보이는 것. 이렇게 말하면 상대도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재미있게 느낄 것이다. 가족끼리도 돈 관계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나. 돈 문제가 걸리면 남자친구와 관계가 좋아도 머릿속에는 온통 90만원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여행 경비를 정산할 때도 더욱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런 모습에 상대가 화를 낸다면, 그 사람은 매우 이상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 달라는 말을 하게끔 만들거나 돈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이 사과해야 한다.

 

Q 1인 1실의 비극
30대 초반의 커플로, 사귄 지 이제 한 달쯤 되어간다. 만난 지 2주 만에 술 마시다가 키스를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손잡는 것 말고 더 진한 스킨십을 하지 않고 있어서 내심 나의 성적 매력이 없는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여행을 가자고 해서 설렘과 기대감이 증폭됐다. 평소에 그는 “마른 장작이 잘 타는 거 알지?” “작은 고추가 정말 매울걸?”이라며 나이다운(?) ‘섹드립’을 해댔기 때문에 그날이 왔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여행 계획을 짜다가 그가 “방은 두 개 잡았으니까 걱정하지 마. 안 잡아먹을 거야”라고 하는 것이다. 순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30대 커플이 여행 가서 서로 안 잡아먹으면, 그게 더 걱정되는 일 아닌가? 이 남자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A 적극성을 발휘할 때다 남자가 평소에 센 척하긴 했지만 이 여행에 대해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 그게 답답하다면 여자가 남자를 리드해보거나 여행 가기 전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킨십 진도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나? 여자는 진도가 너무 늦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남자는 ‘우리가 벌써? 너무 빠른 거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 깊은 대화를 해보고 이 여행을 계기로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30대 초반의 여자라면 더디게 스킨십 진도를 나가는 남자를 보며 초조함을 느낄 수 있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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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은 압박 면접이 아니에요. 서로를 평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추억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떠나세요. 자신을 편하게 내려놓고 좋은 음식 먹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가치가 있는거니깐요.”  – 안영미(개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