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사느냐의 단순한 기호를 넘어 인생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짓는 채집과도 같다. 각자의 색과 무게로 삶을 사랑하는 여섯 여자의 취향과 패션 이야기.

 

1 아기자기한 숍으로 유명한 애보키니 거리에서의 한 컷. 2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야자수. 3 LA의 젊은 아티스트의 드로잉과 책 등 좋아하는 이미지를 모아놓은 방 한 켠.

1 아기자기한 숍으로 유명한 애보키니 거리에서의 한 컷. 2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야자수. 3 LA의 젊은 아티스트의 드로잉과 책 등 좋아하는 이미지를 모아놓은 방 한 켠.

 

4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 더욱 빛나는 우고 론디노네의 설치 미술, 매직 마운틴. 5 MOCA에서 열린 LA 출신 작가 피터 샤이어의 전시 작품은 밝은 색이 지닌 에너지를 전한다. 6 현관 문을 열면 보이는 아파트 로비의 야외 수영장. 7 나의 캘리그래피 이미지.

4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 더욱 빛나는 우고 론디노네의 설치 미술, 매직 마운틴. 5 MOCA에서 열린 LA 출신 작가 피터 샤이어의 전시 작품은 밝은 색이 지닌 에너지를 전한다. 6 현관 문을 열면 보이는 아파트 로비의 야외 수영장. 7 나의 캘리그래피 이미지.

 

태양 찬가
김한슬(캘리그래퍼)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한국의 춥디추운 겨울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여름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나다운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쨍한 햇살이 내리쬐는 로스앤젤레스와 궁합이 잘 맞았다. 결국 올 초 LA로 이민을 온 이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나다운 것들로 충만한 삶을 꽃피우고 있다. 습기 없이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과 시원한 바람의 조화는 LA 사람들을 좀처럼 집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소홀히 했던 나조차 리모컨처럼 몸을 움직이게 하는 마법 같은 햇살을 외면할 수 없다.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고 하이킹과 요가, 자전거 타기를 즐기게 된 것. 바다가 지척에 있으니 태닝은 물론, 서핑과 패들 보딩을 즐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하이힐보다는 운동화를 신는 날이 많아졌고, 캐주얼 차림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적당한 근육이 생겼고 혈색이 좋아졌다. 활기찬 기운이 흘러 넘치는, 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나를 변화시킨 LA의 태양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해온 야자수와 최고의 조합을 이룬다. 군더더기 없이 길게 쭉 뻗은 독특하고 모던한 형태, 일상을 피해 떠나온 듯 달콤한 기분을 선사하는 야자수를 해변가는 물론 고속도로, 동네 산책길, 우리 집의 테라스, 침대 앞 창문에서 바라본다.

그렇게 매일매일 위안을 얻고 자연에 대한 경의를 품는다. 태양과 야자수와 더불어 나의 마음을 숨쉬게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색’이다. 색은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LA의 강렬한 태양 아래 주황, 노랑, 분홍, 파랑, 초록 등 알록달록 밝은 색은 더욱 빛이 난다. 나는 찬란히 빛나는 색을 마주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고 놀랍도록 강렬한 인상을 주는 색을 더욱 창조적으로 일구어내는 이곳의 예술가들에게서 감동을 얻고 전율을 느낀다. 이렇게 LA에서의 삶은 나에게 원초적인 기쁨을 전한다. 더불어 이토록 매력적이고 고마운 햇살 아래 내 취향은 깊게 무르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