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후 햇빛에 노출된 피부가 자꾸 간지럽고 심지어 따끔거린다면? 자외선에 갑자기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햇빛 알레르기일지 모른다. 여름철 쉽게 발생하는 햇빛 알레르기의 증상과 예방, 치료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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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가려워 죽겠어. 이제는 따갑기까지 해. ” 만날 때마다 왼쪽 볼을 긁으며 통증을 호소하는 남자친구의 하소연에 결국 그 길로 피부과를 찾 았다. 진단명은 햇빛 알레르기였다.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매일 운전을 하며 왼쪽 볼에 초여름의 태양빛을 쬔 결과, 햇빛에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려움, 발진 증상이 나타나는 햇빛 알레르기가 발생 했다는 것이다. “저한테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고요?” 평생을 햇빛에 노출 된 채로 살았지만, 별다른 증상을 겪지 못했던 남자친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햇빛 알레르기란 봄, 여름철 강한 햇빛이 피부에 닿았을 때 갑자기 민감 한 반응을 나타내는 광과민성 알레르기 질환으로, 태양광선에 노출된 후 피부에 가려움과 발진, 두드러기와 비슷한 붉어짐, 화끈거림, 따가움, 통 증, 진물,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드물지만 두통이나 오 한 같은 전신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으며, 눈에 보이는 피부 병변 없 이 가려운 증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햇빛이 강해지는 봄, 여름철에 증상 이 심해지고, 가을이 되면 증상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엄 밀히 말하자 면, 학문적인 의미의 햇빛 알레르기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햇빛 알레 르기는 의미가 조금 달라요. 학문적인 의미의 햇빛 알레르기는 햇빛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햇빛에 노출된 후 여러 형태의 피부 병변이 나타나 는 것을 말해요. 반면 실제 임상에서는 진짜 햇빛에 의한 알레르기보다 민감한 피부를 지닌 사람이 햇빛에 의해 피부 민감도가 증가하거나, 피 부 장벽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햇빛 알레르기라고 하는 경우도 많죠. 햇빛에 노출될 때마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진정한 햇빛 알레르기로 봐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햇빛에 의해 악화되는 피부 상태이거 나 다른 원인에 의한 알레르기일 수도 있어요”. 후즈후 피부과 압구정점 이규엽 원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일상적인 햇빛에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햇빛 알레르기는 자외선 UVA와 UVB, 드물게는 가시광선 등의 태양 광선이 알레르기의 주원인 이 된다는 것 외에는 아직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다. 태 양빛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흔하지만, 체내에 흡수된 일부 항생제와 진 통제 등의 약물과 피부에 도포한 향수와 자외선 차단제, 소독약 등의 화 학물질이 자외선과 반응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가족력 등 의 유전적 요인과 면역력의 약화 역시 광과민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 힌다. 다수의 전문가는 분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햇빛에 노출 되는 빈도가 잦을수록 또 피부 상태가 건강하지 않을수록 알레르기 발생 확률이 높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한다. 평소 햇빛 알레르기가 발생할 만한 소인이 있었거나 건강이 나빠진 상태라면, 햇빛을 쐰 후 갑작스레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햇빛 알레르기, 어떻게 치료할까?

만약 햇빛 알레르기가 의심되는데 하루가 지나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손 으로 긁을 정도로 피부가 가렵다면 우선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햇빛 알레르기는 보통 육안으로 진단하지만, 두 드러기부터 수포, 만성 습진까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 문에 단순한 피부 증상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때도 많다. 이럴 경우엔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피부 광반응 검사와 혈액검사, 조직검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치료 역시 증상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증상이 가벼울 경우에는 햇빛을 피하고, 햇빛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생활 습관을 지키는 것만으로 알레르기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할 경우엔 피부과에 방문해 다른 알레르기 피부 질환과 비슷한 치료를 하고, 스테로이드 크림과 복용약을 처방받기도 한다. 햇빛 알레르기 역시 다른 알레르기와 마찬가지로 면역 반응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으므로, 보다 근본적인 면역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의원을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항 히스타민제, 천식 치료에 쓰이는 알레르기 치료제 등의 약물 치료에도 반응이 없거나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햇빛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기도 해요. 햇빛 알레르기 역시 다른 알레르기와 마찬가지로 몸 전체 컨디션과 증상 사이의 연관 관계가 분명 존재하거든요. 특히 광과민성 알레르기 질환은 아직 원인 인자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한방 치료로 몸 전체의 면역력을 증진하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어요.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는 평소 별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어 과민 반응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체질 개선, 생활 습관, 식습관 교정 등의 치료를 병행해 몸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치료를 진행합니다.” 수아연 한의원 박소연 원장의 설명이다.

이미 햇빛 알레르기가 발생했다면, 무엇보다 증상 부위가 더 이상 햇빛에 노출되지 않게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알레르기가 생긴 부위를 긁거나 뜯어서 상처와 2차 감염이 발생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햇빛이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되도록 직사광선의 노출을 피하고, 외출 전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UVA와 UVB를 동시에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자극이 적은 모이스처라이저로 피부를 보습하며 피부장벽을 강화하고, 외출 후 알레르기 증상이 느껴질 때는 시원한 그늘로 이동해 차가운 수건으로 자극 부위의 열을 식힌 뒤 알로에 젤을 발라 피부를 진정시킨다.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햇빛 알레르기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