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이 이번에는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처럼 다채로운 색과 즐거움이 있는 공간으로 초대한다.

 

지하 1층 조이 공간에 설치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지하 1층 조이 공간에 설치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정샘물의 메이크업 인생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인 아티스트를 꿈꿨던 정샘물은 1991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1995년, 당시 가장 화제였던 드라마 <거미>에서 이승연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면서 화제를 모은 그녀는 10년 뒤, 메이크업 스튜디오 정샘물 어트랙션과 정샘물 메이크업 아카데미를 열었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정샘물 어트랙션은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으로 이름을 바꿔 21년째 청담동을 지키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승승장구하던 2006년, 정샘물은 돌연 샌프란시스코 유학길에 올랐다. 4년간 순수 미술을 전공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돌아온 그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며 2015년에는 그녀의 뷰티 철학을 담은 브랜드 정‘ 샘물’을 론칭하기도 했다. 정샘물 인스피레이션과 정샘물 아카데미를 통해 기능적인 공간과 쉼과 즐거움이 있는 공간이 공존하는 공간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정샘물의 뷰티 철학과 색깔이 녹아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이 어떨지 몹시 기대가 됐다.

 

2 경쾌한 컬러 구조물과 푸른 정원이 있는 플롭스 입구. 3 푸릇푸릇한 실내 정원에서 메이크업도 하고,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도록 꾸민 2층 코스메틱 가든.

1 경쾌한 컬러 구조물과 푸른 정원이 있는 플롭스 입구. 2 푸릇푸릇한 실내 정원에서 메이크업도 하고, 여유롭게 쉬어갈 수 있도록 꾸민 2층 코스메틱 가든.

 

플롭스(Plops)라는 이름이 독특해요. 경쾌하기도 하고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퐁당’이라는 뜻의 의성어예요. 메이크업의 신비로운 매력과 마법 같은 컬러에 퐁당 빠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지하와 1 층, 2층, 총 3개 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층마다 다른 주제로 꾸몄어요. 1 층은 정샘물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트‘ 라이(Try)’ 공간으로, 2층은 플레이(Play)’ 공간으로, 저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이나 작품, 제가 그동안 작업해왔던 것들을 전시한 아티스트 룸과 푸릇푸릇한 실내 정원에서 메이크업도 하고 쉬기도 하는 코스메틱 가든, 열린 강의실이 자리하고 있죠. 지하 1층은 아트 작품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조이(Joy)’ 공간이에요.

기존의 화장품 매장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맞아요.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하면서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단순히 브랜드 제품만 보여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러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만든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잘 전달하려면 결국 저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공간 곳곳에 메이크업과 뷰티에 관한 저의 철학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면서 이곳을 찾는 이들이 스스로의 매력을 찾고 메이크업을 재미있게 즐기다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어요.

입구에서부터 경쾌하고 다채로운 컬러를 만나게 되는데요. 다양한 색을 담은 이유가 궁금해요.
메이크업 하면 가장 먼저 다채로운 컬러가 떠오르지 않나요? 메이크업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이 담겨 있으니까요. 색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색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도, 흥분될 수도, 즐거울 수도 있는 거죠.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 역시 모두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바로 ‘대비’예요. 푸르른 자연의 색이 있으면 반대로 알록달록한 인공적인 색이 있고, 복잡한 공간이 있으면 여백이 있는 공간도 있고, 빛이 잘 드는 공간이 있으면 어두운 공간도 있는 것처럼요.

지하 1층의 설치작품을 보면서 올해 선보인 아이팔레트와 아이라이 너의 컬러가 떠올랐어요.
평소 일할 땐 주로 모노톤 의상에, 입술에만 레드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데 사실은 화사한 색감의 옷을 좋아해요. 요즘 저의 삶이 굉장히컬 ‘ 러풀 (다채롭기도)’하기도 하고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는데,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아트와 관련된 다양한 책도 보고, 메이크 업도 하고, 그림도 그리다 보면 다채로운 색을 접하게 돼요. 집에서도 딸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게 일상이에요. 크레파스를 보면서 경쾌한 색 의 매력에 빠지기도 하고요.

 

3 한쪽 벽면을 책과 일러스트, 그림으로 가득 채운 코스메틱 라이브러리와 열린 강의실이 자리한 2층 플레이 공간. 4 정샘물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사용해보고 퍼스널 컬러 진단도 받을 수 있는 1층 트라이 공간. 5, 6 2층 플레이 공간에 위치한 아티스트 룸. 그동안 작업한 메이크업 관련 자료와 일러스트, 영감을 주는 책과 그림 등을 전시해 정샘물의 작업실 같은 공간으로 꾸몄다.

3 한쪽 벽면을 책과 일러스트, 그림으로 가득 채운 코스메틱 라이브러리와 열린 강의실이 자리한 2층 플레이 공간. 4 정샘물 브랜드의 모든 제품을 사용해보고 퍼스널 컬러 진단도 받을 수 있는 1층 트라이 공간.  5, 6 2층 플레이 공간에 위치한 아티스트 룸. 그동안 작업한 메이크업 관련 자료와 일러스트, 영감을 주는 책과 그림 등을 전시해 정샘물의 작업실 같은 공간으로 꾸몄다.

 

세 개 층 중에서도 가장 개성 있는 공간은 단연 2층의 플레이 공간 인 것 같아요. 한쪽 벽면을 책과 일러스트, 그림으로 가득 채운 코스메틱 라이브러리와 작업실을 옮겨놓은 듯한 아티스트 룸도 독특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이런 거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카데미에 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건 사람들이 메이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 다는 거예요. 혼자서 즐길 때는 물론 그럴 수 있지만 메이크업을 전문적 으로 다루고, 다른 사람에게 메이크업을 하는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그 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보고, 연습하고, 생각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거나 관심을 갖고 있 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코스메틱 라이브러리에 있는 그 림들은 오픈 전날 밤까지 제가 직접 그린 것들이에요.

2층 창가 쪽에 자리한 코스메틱 가든은 온실 속 카페 같기도 하고 , 파우더룸 같기도 해요.
처음에는 메이크업을 하면서 셀카를 찍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었어요 . 그러다 빛이 잘 드는 공간의 장점을 살려서 정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 이 들었어요. 싱그러운 꽃과 식물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곳곳에 크고 작 은 거울을 배치했어요. 햇살 가득한 공간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나만의 매력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요즘은 SNS 가 대중화되면서 예전보다 타인의 삶을 목격하는 빈도가 높아졌어요. 그 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과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비교하 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게 되죠. 자존감 있는 삶, 자존감 있는 뷰티의 시작은 나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본인만이 가진 고유의 색과 선, 결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면 나에게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어 떤 메이크업과 어떤 색깔의 옷을 입어야 잘 어울리는지도 알 수 있죠.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과 2층 입구 벽면에 ‘아름다움은 당신으로부터 시작된다(Beauty Stars From You)’라는 슬로건이 적힌 것을 봤는데, 같은 의미인가요?
맞아요. 20대 학생들에게 너의 색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면 다들 모른다고 해요. 본인이 가진 아름다움을 들여다보지 않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다 보 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에게 자연광에 비친 눈동자를 카메라 로 찍어보라고 이야기해요. 그럼 내 눈동자에 얼마나 다채로운 색이 있는 지 알게 되죠. 나만의 색을 훼손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존하는 것이 자존 감 있는 뷰티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 가장 관심을 갖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사랑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동안 생각해왔던 사랑보다는 깊 이나 넓이 면에서 많이 달라요. 생각해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저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고, 또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 한 일인 것 같아요. 요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미혼모의 자립을 돕고 연고 가 없는 아픈 아이들을 위한 일을 작게나마 시작했어요. 미혼모들은 어린 아이들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안정된 직장을 갖기가 어려워요. 미혼모인 학생에게 아카데미에서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한 적이 있는데 혼자 아이를 돌보다 보니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미혼모들 이 만든 캔들을 구입해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어요. ‘착한 립락커’라 이름 붙인 제품은 한 개 판매될 때마다 1천원을 무연고 영아 치료비로 후원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 다면 작은 정성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