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기존에 없던 카테고리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 사업을 통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실현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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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민 | 테이스트샵 대표
테이스트샵은 쿠킹 박스를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계량된 식재료를 레시피와 함께 보내준다. 고객들이 신선한 제철 재료로 더욱 건강하고 풍성한 저녁식사 시간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사업 시작 계기 20대에 몸이 안 좋아서 저염식을 3년간 했고, 그 기간 동안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기숙사에서 나와서 자취를 했다. 직접 요리를 하면서 느낀 건 마트에 가도 소포장된 식재료를 찾기 어렵고, 장을 경제적으로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가도 5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아서 장보기가 만만치 않다는 거였다. 그러던 와중에 친구와 르꼬르동블루 숙명 아카데미 입학 설명회에 같이 갈 일이 있었는데, 20분 정도 수업 시연을 보게 됐다. 그때 한국식 식재료를 활용해 프랑스식으로 요리한 두부 요리를 선보여줬는데 별다른 소스가 들어가지 않은 익숙한 식재료였음에도 살면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맛봤다. 그때 레시피대로 재료를 정확하게 배합한다면 누구나 훌륭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걸 소개하는 사업을 생각하게 됐다.

사업 철학 캐나다에서 1년 동안 홈스테이를 하며 문화체험을 한 적이 있다. 다섯 가구를 돌았는데 각자 다른 환경임에도 공통적으로 저녁 식사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 시간만큼은 TV나 핸드폰을 멀리하고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며 대화를 했다. 그렇게 1년을 지내다가 한국 집에 와서 가족이랑 밥을 먹는데 1년 만에 본 아빠가 TV를 켜고 말없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밥상 문화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 서비스만큼은 ‘아이와 같이 요리를 해봐라’, ‘남편한테 요리를 시켜봐라’라고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를 통해 가족이라는 가치가 더 커지게 만들고 싶다.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가족이 함께 좋은 요리를 먹으면서 TV를 좀 끄고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어머니의 담당 영역을 식구들이 다 같이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단지 먹거리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저녁시간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싶다.

나만의 사업 원칙 그게 어떤 것이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는 것. 특히, 가격을 쉽게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상품인데 자연재해로 인해 식재료의 가격이 폭등할 때가 있다. A급 식재료의 단가가 올라갔다고 해도 가격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아직까지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에 가장 필요한 자질 현실 감각이 떨어져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것도 있어야 하고, ‘또라이’가 되어야 한다. 사업가로 성공할 확률이 크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안전한 길일 수도 있다. 그만큼 안전하지 않은 길을 택하려면 약간 정신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을 텐데, 그걸 이길 만큼의 용기도 필요하다.

가장 힘든 점 팀원 관리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좋은 사람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인격도 좋고 실력도 좋은 사람을 같이 일하자고 설득한 후에 데리고 와서 성과를 내려면 그 사람들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부분은 늘 풀리지 않는 숙제다.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조율하는 게 어렵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 대개는 서비스를 체험해본 고객들의 후기를 통해 느낀다. 남편이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자발적으로 요리를 해서 놀랐다는 후기도 있었고,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하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신 분도 있다. 최근에는 지난 8년 동안 같은 것만 먹었는데 처음으로 식탁에 새로운 메뉴를 올려봤다는 이야기를 해준 분도 있었다. 이럴 때 뿌듯하다.

현재의 목표 성장을 빨리 해서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알리는 것.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은 사람들이 ‘대형 마트에 갈까? 테이스트샵에서 장을 볼까?’ 하고 고민하는 거다.

사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쉽지 않으니까. ‘한번 해보세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건 건방진 거 같다. 그건 소수의 운이 좋은 사람들, 그 사업 아이템이 시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사람에게 국한되는 이야기고 많은 경우엔 그렇게까지 운이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힘든 길일 수 있다. 그런 걸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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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 다노 대표
다노는 다이어트 피트니스 브랜드로,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을 돕는 식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다노샵’과 헬스장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다이어트 코칭 프로그램 ‘마이다노’를 서비스하고 있다.

사업 시작 계기 학교 다닐 때 조모임을 통해 만난 선배가 같이 해보자고 얘기했다. 그 전에는 사업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꼬임에 넘어가게 됐다. (웃음) 그 선배가 현재 다노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공동 대표다. 각자의 능력이 보완되어 회사가 굴러가고 있다. 정 대표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사업적인 센스가 있다면, 나는 디테일에 강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의미를 부여해 고객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데 강점이 있다.

사업 아이템 선정 배경 예전에 직접 다이어트를 하면서 20kg을 감량한 적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책이나 논문을 통해 고급 정보를 하나씩 터득해가면서 이런 걸 쉬운 언어로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20~30대 여성들에게 정보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이어트 채널을 개설했고, 그게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사업 철학 학교에서는 기업의 목표를 이윤 창출이라고 배우지만 사업을 할수록 이윤은 공기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공기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듯 기업에 있어 이윤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공기 같은 존재다. 하지만 삶의 목표가 공기 마시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삶에도 추구하는 가치가 있어야 하듯이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의 목표는 계속해서 살아남아서 많은 사람에게 우리가 믿는 가치를 제공하는 거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우선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나만의 사업 원칙 매출이 다급한 상황에도 다노가 생각하는 다이어트에 대한 가치는 지키려고 한다.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체중을 얼마나 감량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데 집중했으면 한다. 속도보다는 방향에 포커스를 맞추어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게 돕고 싶고, 여기에 다노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에 필요한 자질 사업을 하다 보면 늘 위기를 마주하기 때문에 낙천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 물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흡인력이다. 회사의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대표가 혼자 잘 나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매력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힘든 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좋은 사람을 뽑고, 또 잘 헤어지는 것이 항상 힘들다. 대표로서 팀원들에게 좋은 동료를 뽑아줘야 하고 구성원 각자가 좋은 동료, 인재가 되기 위해 성장을 해야 되는데 성장을 도모하려는 의지가 없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 최근 출간한 책 <습관성형>이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걸 눈으로 확인했을 때다. 다이어트 방법을 담은 실용서에 비해 건강한 다이어트 가치관을 반영한 서적은 상대적으로 적어서 필요성을 느끼고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다이어트의 정석 같은 교과서가 되었으면 한다.

현재의 목표 대한민국에서 다이어트의 대명사가 되는 것. 사람들이 ‘헬스장 갈까? 아니면 마이다노 할까?’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첫 번째 선택이 되는 게 목표다. 그리고 다이어트 문화에 대한 인식이 비슷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고 싶다.

사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선 좋은 사람을 볼 줄 알고, 만나야 한다. 그리고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가 본질이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혹은 전달하고 싶은 가치가 있을 때 그 수단이 사업밖에 없다 할 때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사업이라는 방법론을 택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쉬이 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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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환 | 72초 TV 대표
<72초 드라마>, <오구실> 등으로 익숙한 72초 TV는 짧지만 완성도 있는 드라마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기획부터 각본, 편집, 촬영과 마케팅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독자적으로 담당하고 있으며 디지털 시장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한 배경 이전에 ‘인더비’라는 공연 기획 회사를 운영했는데, 2012년부터 72초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연히 프랑스 시트콤을 보고 ‘저거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는데’ 하고 만들기 시작한 거다. 그래서 그 후 인더비를 접고 만들던 콘텐츠를 가지고 회사를 다시 세우게 되었다. 왜 드라마였냐고 한다면, 그냥 그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사업 시작 계기 이전 회사를 5년 가까이 운영하다가 접고 IT 쪽에 약간의 지식이 있어서 막연히 모바일 기반으로 무언가를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유튜브에 올려둔 콘텐츠를 본 네이버와 CJ 쪽에서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영상 시장에 대해 공부를 해보니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 철학 우리의 일상을 새롭고 재미있게. 그러면서 잘 먹고 잘 살자. 나만의 사업 원칙 사업이 확장되고 있지만 늘 우리의 중심은 지키려고 한다. 그 중심은 바로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있다. 파급력 있는 콘텐츠와 그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게 목표다.

사업에 필요한 자질 계산을 못할 정도로 모자라야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사업의 성공 확률이나 이익을 따지다 보면 사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기본적으로 새로운 걸 좋아하고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야 한다.

가장 힘든 점 아무래도 사람이다. 같이 일하는 식구들이 다 같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꿈꾸는데, 쉽지 않다. 직원이 늘어갈수록 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의 교집합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 처음에 콘텐츠 만들고 직원들과 함께 엠티 갔을 때. 그날 저녁에 모닥불 가에 모여서 즐겁게 술 마시는 것을 보고 ‘좋다. 행복하다’ 하는 생각을 했다. 식구(직원)들이 모두 즐거워할 때가 가장 뿌듯하다.

현재의 목표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포맷 판매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를 브랜드화시켜서 론칭하는 것과 <도깨비>처럼 파급력이 큰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사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사업을 해보니 사업에는 두 가지 길이 있는 것 같다. 초기에 몸집을 불리고 키워서 빠지는 사업과 내 철학을 가지고 길게 보고 우직하게 끌고 가는 사업이 있는 거 같다.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