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식에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차가운지 뜨거운지, 몸에 물을 붙잡아두는지 물을 빼내는지, 몸을 긴장시키는지 이완시키는지가 다 다르거든요. 꼰대가 되기는 싫지만 영양학적으로 볼 때 편식하지 말라는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아래의 식재료들도 골고루 짜인 식단에 적당히 포함시켜서 먹는 정도라면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중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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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살코기를 먹으면 근종이 자란다?
쇠고기 등심, 돼지 목살과 같은 붉은 살코기는 빈혈이 흔한 여성에게 훌륭한 철분 보충제입니다. 질 좋은 단백질도 풍부하고 아연이나 비타민 B군 등 영양소가 풍부해요. ‘저기압일 때 고기 앞으로 가라’는 말도 있듯이 우울한 기분도 북돋아줍니다. 하지만 자궁근종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요즘은 20-30대 여성 절반이 자궁근종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30-40대 중심의 질환이었는데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지요. 자궁 근종을 가진 여성들은 쇠고기 등 붉은 고기와 햄을 많이 먹으면 불리합니다. 유수의 논문 연구에 따르면 붉은 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근종의 크기가 커지거든요. 지금 자궁 근종이 없다고요? 자궁 근종은 가족력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머니나 자매에게 근종이 있다면 예방해야 합니다. 근종이 생기지 않도록, 혹은 더 자라지 않도록 보호하는 음식은 녹색 채소, 과일 및 생선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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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건강에는 해조류가 좋다?
우리 몸의 내분비기관은 극소량의 호르몬으로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곳이라서 쉽게 밸런스가 깨지곤 합니다. 여자에게 갑상선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내분비기관도 없죠. 갑상선 호르몬은 인체라는 에너지 공장을 어떤 강도로 가동해야 적절할까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분비가 과잉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부족해지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일으킵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최근 30~50대 여성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갑상선 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해조류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좋지 않겠죠. 더 큰 문제는 해조류로 만든 환, 요오드가 다량 포함된 영양제인데요. 우리나라는 해산물을 먹는 식습관이 있어서 요오드가 부족한 경우는 드물다고 하니 가급적 요오드가 포함된 기능식품은 드시지 않는 게 좋아요. 2011년 식약처는 ‘요오드가 함유된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갑상선염, 갑상선종, 갑상선 기능 항진 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03103_1미녀는 석류를 좋아한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자꾸자꾸 예뻐지면 나는 어떡해’. 이 음료를 기획한 사람들은 석류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을 풍부하게 갖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을 겁니다. 에스트로겐은 여성호르몬 중에서도 ‘여자를 여자답게’ 만드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요즘은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보다 넘쳐서 생기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영양과다로 초경은 빨라지고 식품과 호르몬 요법에 의해 폐경은 늦춰지죠.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가 만드는 체지방세포들은 내분비기관도 아니면서 에스트로겐을 분비합니다. 그 결과는 어떤가요? 여자 아이들은 성조숙증을 일으키고 성인여자는 자궁근종, 자궁암, 유방암 위험인자에 노출되었죠. 석류는 여자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이 맞지만 여러분이 자궁근종이나 여성암의 위험군이라면 피해야 할 음식이 될 거예요. 달맞이꽃 종자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에는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약과 음식은 뿌리가 같다’는 뜻인데요. 실제로 대부분의 한약재가 식재료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흔한 먹거리도 약이 될 수 있다는 뜻이겠죠. 위에는 아주 일부의 영양학적 예시만 들었지만, 한의학적 기준에서 보는 방향성에 따라 음식을 개개인의 체질에 적용하면 맞춤 처방 같은 맞춤 식단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건강한 제철 식재료로 요리한 편식 없는 밥상이 기본이라면, 내 몸의 질환이나 컨디션에 따라 건강한 편식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모든 것은 여자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음식’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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