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눈을 번쩍 뜨게 되는 배우들의 호연도, 흥행 보증수표로 손꼽히는 스타 작가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흔히‘ 대박’이라 일컬어지는 드라마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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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지 않으면 모른다.” 요즘 드라마 관계자들이나 매니지먼트 쪽에서 돌고 있는 말이다. 드라마를 보지도 않고 성패를 추측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실패할 확률이 적어 보이는 기대작이 실패하고, 흥행을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 흥행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쟁쟁한 대스타들이 출연한 드라마가 씁쓸한 성적을 거두며 초라하게 퇴장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누구도 드라마 흥행 보증수표, 흥행 조건이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14년 만에 사임당으로 돌아온 이영애의 복귀로 화제를 모았던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8.2%(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지난 4일 종영했고, 10년 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고소영이 출연한 드라마 KBS <완벽한 아내> 역시 시청률 6.1%로 막을 내렸다. 현재 9회까지 방영된 tvN <시카고 타자기>는 유아인, 임수정과 MBC <해를 품은 달>의 작가 진수완이 의기투합했음에도 불구하고 2.4%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공중파가 아닌 점을 감안해도 초라한 성적이다. t vN은 <시그널>, <도깨비>, <응답하라> 시리즈를 내놓으며 명실공히 드라마 왕국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지 않은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시작한 드라마가 실패한 원인으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전지현이 연기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의 심청과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는 ‘복붙’해놓은 것처럼 캐릭터가 반복됐고, 이민호가 연기한 허준재라는 인물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반면 최근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를 보면 스토리 전개나 서사가 조금 어설퍼도 캐릭터의 힘으로 밀고 나가는경우가 많다. 능청맞은 남궁민의 연기가 돋보였던 KBS <김과장>, 박보영과 박형식 두 배우의 차진 호흡을 볼 수 있었던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이 해당된다.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드라마에 공통적인 코드가 보이긴 하지만 차별점은 분명히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타임슬립이다. <시카고 타자기>, <내일 그대와>, <사임당, 빛의 일기> 등에서는 인물들이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개 방식이 극에 흥미를 더하기보다는 개연성이나 설득력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있다. 진부하게 느껴지는 타임슬립 설정이 통한 드라마도 물론 있다. 그 흔한 스타 한 명 출연하지 않는 드라마 <터널>이다. 30년 전후를 오가는 타임슬립 설정에 <시그널> 아류라는 선입견을 안고 시작했지만, 회마다 충격적인 반전이 등장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급기야 비슷하게 방송을 시작한< 시카고 타자기> 시청률의 두 배 수준인 5.4%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촘촘한 연결고리, 시원시원한 스토리 전개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일간지 드라마 담당 기자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시간 순삭 드라마’라는 말이 있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빨려 들어가서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재미있는 드라마를 뜻한다. 몰입도가 높은 드라마일수록 ‘다음 편도 봐야겠다’는 충성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얼마나 유명한 배우, 제작진이 참여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흥미롭고 빠른 전개야말로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라고 말한다.

혹자는 시청률만으로 드라마 성공을 논하는 것은 지나치다고도 말한다. 마찬가지로 요즘 사람들은 ‘본방 사수’를 하지 않고, 개인마다 원하는 시간에 보기 때문에 시청률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깨비>의 시청률이 20%에 육박했듯이 사람들은 흥미로운 드라마라면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기꺼이 앉는다. 시청률이 최고의 평가 기준은 아니지만 최선의 평가 기준임은 틀림없다. TV 광고 수익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이 줄줄이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당장 5월부터 6월 사이에 방영되는 작품만 봐도 쟁쟁하다. 한동안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조승우와 배두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비밀의 숲>부터 박서준, 김지원 주연의 <쌈, 마이웨이>, 김선아, 김희선이 출연하는 <품위 있는 그녀>, 김강우, 여진구의 <써클> 그리고 주원, 오연서의 <엽기적인 그녀>까지. 이 직품들은 여타의 다른 드라마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음은 틀림없다. 시청자들은 기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를 우선순위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어드밴티지는 거기까지다. 아무리 쟁쟁한 톱스타가 드라마에 나와도 사람들은 재미없으면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드라마 한 편을 보는 한 시간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시청자들을 붙들어놓을 수 있는가는 결국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뿐이다. “요즘 드라마는 4회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라는 말은 결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알다시피 시청자들의 인내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