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에는 특별함이 있다.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머무른 것처럼 느껴지는 잊을 수 없는 그 도시의 그 장면. 네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특별한 풍경 여덟.

 

0609_256_1<만추> 미국 시애틀
7년째 감옥에 수감 중인 여주인공 애나(탕웨이)와 누군가에게 쫓기는 신세인 남자 주인공 훈(현빈)은 각기 다른 이유로 시애틀에 오게된다. 오랜 감옥 생활로 감정은 사치일 뿐이라고 여기는 애나와 그런 그녀를 호기심과 연민의 눈으로 보는 훈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들의 쓸쓸한 사랑의 배경이 되는 곳은 시애틀. 밤낮 가리지 않고 축축하고 어두운 느낌의 시애틀은 마치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 운치 있고 낭만적이다. 시애틀에 가면 영화 속 장면이 자꾸만 오버랩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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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 임파서블4>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들이 늘 그렇듯이 영화에서도 역시 사람들은 톰 크루즈의 화려한 액션에 매료된다. 특히 이 시리즈에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톰 크루즈가 지상 828m, 130층 건물인 부르즈 갈리파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다. 톰 크루즈가 대역 없이 촬영했기에 더욱 실감 난다. 그의 화려한 액션 못지않게 눈에 띄는 건 부르즈 갈리파의 엄청난 규모와 스카이라인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두바이를 다녀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니, 두바이 홍보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609_256_3<비긴 어게인> 미국 뉴욕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를 따라 뉴욕에 온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음악적 파트너였던 오랜 연인 데이브는 가수로 성공하면서 그레타를 떠난다. 뉴욕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고 느낀 그레타가 우연히 남자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을 만나면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그레타와 댄이 만나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나누고, 교감하며 밤거리를 거니는 장면의 배경은 뉴욕의 타임스퀘어 인근 골목이다. 데뷔를 위해 데모를 녹음하던 골목 역시 그 부근. 뉴욕으로 여행 갔다가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면 <비긴 어게인>을 떠올리는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0609_256_4<최악의 하루> 서울 서촌

하루 동안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만나게 된 주인공 은희(한예리). 그중에서도 처음 본 남자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나는 장면에서 서촌 골목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사진 갤러리 류가헌을 찾는 료헤이에게 길을 안내하는 은희 역시 서촌 골목길을 잘 알지 못해 빙빙 돌기 때문. 우리에게는 친숙한 골목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의도치 않게 골목을 헤매며 걷는 걸 보면 덩달아 걷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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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나잇 인 파리> 프랑스 파리
파리 밤거리를 배회하는 길(오웬 윌슨)은 밤 12시만 넘으면 종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차에 올라탄다. 그러고는 1920년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과 은밀한 만남을 갖는다. 길은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애드리아나(마리옹 코티아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르누보 시절, 찬란한 파리의 옛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주인공 길처럼 파리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0609_256_6<번지점프를 하다> 충청도 태안
비 오는 어느 날 자신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 태희(이은주)에게 첫눈에 반한 인우(이병헌). 연인 사이가 된 둘이 함께한 첫 여행지는 충청도ㅜ태안의 갈음이 해변이다. 해질녘 해변에서 인우와 태희는 왈츠를 춘다. 어설프게 스텝을 밟는 인우와 그를 리드하는 태희의 모습이 해가 저물어 붉게 물든 바닷가 배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그 장면에 낮게 깔리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의 선율도 아름답다. 갈음이 해변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즐겨 찾지만 특히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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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이슬란드 세이디스
오랜 꿈을 외면한 채 16년 동안 잡지 <라이프>에서 사진 기자로 일했던 주인공 윌터 미티(벤 스틸러). 그는 늘 상상만으로 꿈을 좇는다. 잡지 폐간을 앞두고 전설의 사진 작가가 보내온 표지 사진이 사라지면서,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윌터는 연락이 닿지 않는 사진 작가를 찾아 나선다. 사진 작가가 있던 곳이 바로 아이슬란드로, 윌터는 그동안 상상만으로 꿈꿔온 것을 실현한다. 탁 트인 자연을 배경으로 보드를 타며 거침없이 달리는 윌터. 그를 보며 대리 만족한 관객도 꽤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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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던> 브라질 에스미 섬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성대한 결혼식으로 시작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브레이킹던>. 이들의 신혼여행지는 브라질 에스미 섬이다. 영화는 무려 40분 동안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만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아름답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이곳에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든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곳, 에스미 섬에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