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백진희와 제주로 떠났다. 온통 파랗고, 노랗고 또 향기로운 것들로 가득한 제주의 봄을 여행하는 일곱 가지 방법. 제주를 한 바퀴 도는 동안 하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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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드레스는 포츠 1961(Ports 1961).

니트 드레스는 포츠 1961(Ports 1961).

제주에서 머물기 한 번쯤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어럼풋한 꿈만 꾸고 있다면 제주 사람의 집에서 머물 것.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돌로 쌓은 담과 벽, 그 틈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꽃의 다정함만은 같다. 새로운 집을 얻고 동네 한 바퀴 도는 사이 어느새 정이 든다.

 

 

작품이 끝난 배우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다. 그럴 때 무엇을 할까? 가장 많이 들려주는 대답은 역시 여행이다. 제주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며 긴 겨울을 보낸 백진희에게 다시 제주를 여행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그 결과 우리는 제주에서 하루 낮,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작전명 ‘제주여행스냅’으로 불린 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_제주에 가자고 했을 때 어땠어요? 사실, 이제는 제주가 지겹지 않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정말 가고 싶었어요. 왔는데 너무 좋아요! <미씽나인>을 촬영했던 그때와 또 달라요.

_드라마를 지난겨울에 촬영했죠? 화면 속에서는 어디 따뜻한 남쪽 나라의 무인도 같아서, 촬영지가 제주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맞아요. 제주 도민분들도 제주에 그런 곳이 다 있었냐고 하세요. 아까 산 방산 근처 촬영지였던 곳을 지나갔는데, 가보고 싶더라고요. 마음가짐이 다르니 제주가 더 달라 보여요. 그땐 제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있어서 제주도의 풍경을 즐길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_<미씽나인>에서 당신이 연기한 라봉희는 제주 해녀의 딸이죠. 바다 에 익숙한 덕분에 조난당한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봉족장’이 되고요.
사실 수영을 잘 못했는데 촬영하면서 많이 늘었어요. 신기했어요. 12월 에 내려와서 두세 달 있었는데 제 인생에서 제주도에서 이렇게 많은 시 간을 보낸 건 처음이었죠.

_서울로 돌아온 후 제주가 문득문득 그립기도 했어요?
출연 배우끼리 정말 재미있게 촬영을 했거든요. 사실 촬영 자체는 고됐 어요. 주어진 상황이 너무 열악했어요. 그런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너 무 좋아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셸터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수다 떨 면서 대기하던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올라요. 오정세 오빠와는 드라마 끝 나고 같이 봉사활동도 다녀왔어요.

_오늘 촬영 콘셉트가 ‘제주에서 하고 싶은 일곱 가지’여서 덕분에 제 주 섬을 한 바퀴 돌았어요. 지금은 함께 야간 드라이브를 하며 인터뷰 중 이고요.(웃음)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여기저기 볼 수 있기도 했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간 마을이 너무 좋았어요. 새 소리를 그렇게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_꿩이 날아가더라고요!
보셨군요! 전 뭐가 저렇게 낮게 날아가지 했는데 꿩이었어.신기하더라고 요. 또 그 향이 너무 좋지 않아요? 나무 냄새랑, 귤꽃 냄새랑. 일곱 가지 중에서 가장 좋은 건 숲길이었어요. 숲길이 정말 좋아요. 나무랑 새소리, 바람소리, 나무 냄새가 너무 좋아서 숲길 걷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톱은 오즈세컨(O’2nd).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Bell). 차는 뉴 MINI 컨트리맨(The New Mini Countryman). 재킷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쇼츠는 올세인츠(All Saints).

톱은 오즈세컨(O’2nd). 귀고리는 제이미앤벨(Jamie&Bell). 차는 뉴 MINI 컨트리맨(The New Mini Countryman). 재킷은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쇼츠는 올세인츠(All Saints).

Drive & Surf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바람을 느껴보거나, 서핑보드를 손에 쥐고 바다로 뛰어들거나. 해변은 잠시 멈춤을 위한 정거장으로 완벽하다. 사계 바다 등 서핑으로 이름난 해변에는 어김없이 서퍼들이 바다를 타거나 거스르고 있다.

 

점프슈트는 MSGM by 비이커(MSGM by Beaker).

점프슈트는 MSGM by 비이커(MSGM by Beaker).

귤밭의 네 가지 표정 어쩌면 제주 사람들은 귤밭으로 계절을 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5월, 제주에는 온통 귤꽃이 핀다. 윤기 나는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고개를 내민 작고 흰 꽃의 진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꽃 피는 귤밭을 방문한 당신은 행운.

 

 

_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보냈어요?
끝나고 도쿄로 화보 촬영 갔다가, 간 김에 며칠 여행했어요. 그리고 인도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얼마 전에는 친구와 러시아를 여행했어요.

_어떤 여행을 즐겨요?
엄청 돌아다녀요. 새로운 나라에 가서 새로운 것들 보는 게 재미있어요.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왔는데, 이쪽을 보면 유럽 분위기가 나 고, 저쪽을 보면 아시아 느낌도 나고 막 섞여 있어요.

_인도 봉사활동은 어떻게 떠나게 되었어요?
플랜 코리아와 함께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5년째 하고 있어요. 학교도 짓고, 우물 사업하고, 그러면서 아이들 만나고 그랬는데 인도에 대한 다 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는 인도로 봉사활동을 가고 싶었어요. ‘B ecause I Am A Girl(BIAAG)’이라는 캠페인을 여는데, 홍보대사로서 함께 가게 되었어요. ‘디디’가 힌디어로 ‘언니’라는 뜻이래요. 여자아이들이 디디라 고 부르면서 뽀뽀하고 안기고. 정말 모두 똘망똘망 예쁘고 선해요.

_주로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많이 해요?
처음 태국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부채와 물감을 준비했어요. 더우니까 함께 부채에 그림 그리기를 하자는 의미로 가져갔어요.바다를 그리라고 하니 그리질 못하는 거예요.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어서였죠. 그게 제 겐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_해외에는 봉사 여행이 ‘공정 여행’의 한 축이 되고 있어요. 해보니 어 때요?
봉사활동을 가서 본 모습과 여행을 가서 본 모습은 정말 너무 달라요. 봉 사활동을 가면 쓰레기 마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돼요 . 쓰레기 더미에 집이 있고, 거기서 아이들이 뛰놀기도 하고 먹을 것을 찾 아 먹기도 하고요. 그곳이 놀이터이자 생활 터전인 거죠. 막상 여행을 가 면 리조트에서 화려하고 좋은 것들만 보게 되잖아요. 여행에서 보는 모 습과 봉사활동으로 가서 실상을 보는 건 정말 달라요.

_계속 봉사 여행을 떠나게 하는 원동력은 뭐예요?
제가 갔다 오는 게 그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하루를 만들 어주고 싶어요. 그런데 다녀오면 제가 더 좋아요. 그게 원동력이에요 .

_다른 삶이나 세계를 보는 게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더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매년 다니다 보면 좀 더 마음이 말랑말 랑해지는 것 같거든요.

 

로브는 에센셜(Essentiel). 쇼츠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선글라스는 카렌 워커 바이 옵티컬 W(Karen Walker by Optical W).

로브는 에센셜(Essentiel). 쇼츠는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선글라스는 카렌 워커 바이 옵티컬 W(Karen Walker by Optical W).

수영장 풍경 제주 리조트를 찾는 이유의 절반쯤은 수영장 때문이다. 20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는 켄싱턴 제주 호텔의 루프탑 수영장은 아마도 제주에서 가장 조용한 수영장일 것.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저녁이 되면 밤까지 풀 파티가 이어지니까.

 

드레스는 토리 버치(Tory Burch). 웨지힐 샌들은 알도(Aldo).

드레스는 토리 버치(Tory Burch). 웨지힐 샌들은 알도(Aldo).

예술가의 제주 제주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삼는 예술가들의 발길이 속속 이어지는 중. 아틀리에와 전시관, 카페 등을 겸한 복합 공간이 조금씩 들어서고 있다. 이곳은 작가 정혜진의 전시관이다.

 

 

_<오만과 편견>의 검사나, <미씽나인>처럼 무인도에서 생존하는 역, <기황후>의 타나실리 등 주체적이고 의지 있는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요 . 실제로도 그런가요?
생활력은 강한 편인 것 같아요.(웃음) 콜라로 화장실을 닦으면 물때가 잘 빠진다는 걸 안다거나요. 연기를 하다 보면 그 캐릭터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일년에 한두 작품을 하다 보면 거의 5~6개월은 제 시간이 없 거든요. 작품이 끝나면 제가 그전에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안 나요.

_여전히 어떤 작품에 끌려요?
<미씽나인>은 제 캐릭터뿐만 아니라 나머지 캐릭터도 다 살아 있는 게 좋 았어요. 또 진취적이고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여성 캐릭터가 많지 않기 때 문에 이걸 잘해내면 보시는 분에게 큰 쾌감이 있을 것 같았어요. 중점적 으로 보는 포인트는 없지만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끌리는 게 있어요.

_이제 필모그래피가 제법 쌓였는데, 배우로서 당신이 가진 장점은 무 엇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그걸 찾아가는 것 같아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연기에는 많 은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작품에 임할 때마다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부분에 있어서 책임질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_그럼 당신에게 ‘잘된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사람이 남은 작품인 것 같아요. 시청률 숫자보다 같이 했던 사람들이 너 무 소중했고, 그 안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있는 작품이요. 그런 작품 이 많지 않다고 선배님들께서 말씀해주시더라고요.

_요즘은 뭘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운동은 필라테스 계속 하고 있고요, 탄츠 플레이를 시작해서 몇 번 가봤 고, 구몬으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하고 있어요. 저는 쉴 때가 오히려 더 바쁜 것 같아요. 뭘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꼬박꼬박 운동하고, 뭐 라도 배우려고 하고, 못 만났던 사람도 만나려고 하고….

 

 

드레스는 타라 자몽(Tara Jarmon). 모자는 버드 바이 쥬시 꾸뛰르(Bird by Juicy Couture). 샌들은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드레스는 타라 자몽(Tara Jarmon). 모자는 버드 바이 쥬시 꾸뛰르(Bird by Juicy Couture). 샌들은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제주의 숲 아침 일찍 눈을 떴다면, 일출을 보러 가는 대신 숲길로 떠나 제주의 고요함을 만나볼 것. 사려니 숲길이나 비자림처럼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이름 모를 산 어귀나, 오름에서 작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_더 해보고 싶은 역할은요?
진취적인 캐릭터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대부분의 여성 들이 그렇잖아요.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도 많기 때문에 그런 현대 여성 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자요.

_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진취적이면 냉정하게 그려지고, 사랑스러우면 순진하고 백치미적으로 그려지곤 해요.
어려운 것 같아요. 잘 연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작품을 잘 만나야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막상 작품이 시작되면 제가 좌지우지할 능력은 없거든요. 잘 선택해서 잘 연기해나가는 게 배우의 몫인 거죠.

_ 작품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인가요?
<미씽나인>은 모든 배우가 그게 가능했어요. 그래서 리허설도 오래 걸리 고, 하루에 많은 장면을 찍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 한번 그렇 게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배우가 창의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크게 깨 닫게 한 작품이었어요.

_현장에 가면 이제 선배죠?
아직도 제가 선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선 배가 되어 있어요. 제가 <반두비>라는 독립영화로 데뷔했는데, 감독님의 새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거든요. 주인공 친구가 당시의 제 또래인 것 같 더라고요. 제가 영화를 찍을 당시의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어요 . 제가 처음 연기했을 때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해 지더라고요. 물론 연기도 못했을 거고 촌스러웠겠지만요.(웃음)

_연기 아닌 다른 것으로 당신을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아직까지는요. 책을 읽는 건 너무 좋은데 그걸 쓰는 과정은 진짜 고통스 러울 것 같아요. 창작의 고통은 상상이 안 돼요.

_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지는 않나요?
아직은 해본 장르보다 안 해본 장르가 더 많아요. 영화<라 라랜드>를 기 내 영화로 봤는데 정말 슬펐어요. 신인 배우의 삶도 그렇고, 그 둘의 마음 상태가 공감되면서 기내에서 막 울었어요. 엠마 스톤이 오디션 보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 있잖아요. 거기서부터 막….

_예능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 중 하나인데, 예능 출연 계획은 없어요?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예요. <도시의 법칙>이라는 다큐멘터리 비슷한 예능 에 출연하긴 했는데 정말 다르더라고요. 안 하겠다는 마음은 아닌데 아 직도 겁이 좀 나요.

_이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호텔에 다 왔네요. 내일은 어떻게 보낼 건가요?
아침 일찍 비자림 숲에 가고 싶은데, 다들 포기하고 싶은가 봐요. 테디베어 박물관에 열쇠고리를 사러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