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플라이가 신보 <Beautiful>로 기지개를 켠다. 긴 공백기를 터널에 비유하며 그런 방황의 시기를 거쳤기에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 권순관과 정욱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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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노리플라이의 정규 앨범이 무려 6년 6개월 만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정욱재 전보다 좀 더 신중하게, 심사숙고하면서 작업하다 보니 녹음 과정이 예전보다 길어졌다. 녹음만 거의 1년 정도 했다.
권순관 굉장히 대규모 작업이었다. 일단 Beautiful이라는 말 자체가 광범위하다 보니 주제를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5분이 넘는 대곡이 많아서 밑작업을 통해 사운드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ㅡ어떤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권순관 ‘대자연을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그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또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 그리고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 자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름다움을 보려고 했을 때 그 아름다움이 빛을 볼 수 있는 거다. 밖으로 보여지는 단순한 아름다움보다는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에 집중하고자 했다.
정욱재 곡마다 키워드가 있는데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방관하고 있던 부분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들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든다. 가족, 연인과의 힘들었던 기억조차 돌아보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나.

ㅡ최근에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권순관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촬영하고, 지진의 영향으로 길이 함몰되기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그 고생을 하면서도 사람들과 함께 결과를 만들어낸 시간들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목표 지향적이어서 음악만 바라보고 달렸고, 잘 안 되면 짜증도 많이 냈는데 이제는 사람이 보인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시간을 살고 있구나’ 하고 느끼며, 정말 노래대로 된다는 생각을 했다.

ㅡ시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나?
권순관 얼마 전에 쿠웨이트의 한인교회에 다녀왔다. 그곳 사람들은 어떤 재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타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삶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삶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동안 뭔가 착각하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ㅡ선공개곡이 ‘여정’이다. 노리플라이는 1집 <Road>가 그랬던 것처럼 유난히 여행이나 길에 대한 곡이 많다.
권순관 그게 노리플라이의 정체성이 된 것 같다. 의도한 건 아닌데 곡을 쓰다 보면 그렇게 된다.
정욱재 유난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가사가 많다. 1집 앨범 <Road>와 2집 앨범 <Dream>에 청춘의 느낌을 담았다면 이제 30대가 되었으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여정’ 같은 곡이 나오게 되었다.

ㅡ지금까지의 노리플라이의 여정을 평가한다면?
권순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이렇게 오래 앨범을 안 냈는데도 공연에 많이 찾아와주시고.(웃음) 목소리나, 사운드, 가사 중에 어떤 건지 명확히 콕 짚을 수는 없지만 노리플라이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기다려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그간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돼서 음악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만큼 좀 더 많은 음악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앞으로는 열심히 음악을 할 생각이다. 요즘 위기를 느낀다.(웃음)

ㅡ전작들에 비해 음악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끼나?
정욱재 음악은 아티스트의 인생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히 깊이가 생긴다. 녹음하는 과정에서도 쉽게 간과하고 넘어갔을 부분들을 지금은 세심하게 짚고 간다. 또 예전에는 잘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주위의 훌륭한 뮤지션들을 조력자로 많이 활용한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노련해졌다.

ㅡ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들었으면 하나?
권순관 모든 노래를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고 긴 호흡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앨범에 5분이 넘는 곡이 네 개나 있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느껴주었으면 좋겠다. 긴 호흡을 가진 영화를 보듯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감정을 담으려 하는지에 집중해서 들어주면 좋겠다.
정욱재 요즘 디지털 싱글이 많은데 한 앨범을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고 쭉 들어보길 바란다. 소장 가치가 있는 앨범이었으면 한다.

ㅡ4월 8일과 9일, 양일간 LG아트센터에서 콘서트를 연다.
권순관 그간 꿈꿔왔던 공연장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 준비가 수월하지는 않지만 늘 옛날 곡으로만 세트리스트를 짜다가 이번에는 신곡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21명의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거라 더욱 기대가 된다. 공연장을 부끄럽게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