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 아래, 수영장에서 막 나온 듯 젖은 피부와 젖은 헤어 스타일이 봄/여름 시즌 다시 돌아왔다. 구릿빛 컨투어링을 더해 더욱 건강하고 섹시해졌다.

 

Elie Saab Womenswear Backstage, Paris, Spring/Summer 2017. Copyright James Cochrane September 2016. Tel +44 (0)7715169650 james@jamescochrane.net

Balmain womenswear backstage,  Paris, Spring/Summer 2017. Copyright James Cochrane September 2016. Tel +447715169650 Email james@jamescochrane.net

연령에 따라 유행하는 메이크업도, 선호하는 스킨케어 제품도 그다지 다르지 않지만, 유난히 나이대별 취향이 엇갈리는 부분이 바로 베이스 메이크업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피부 윤기를 잘 살려주는 제품을 선호하는 반면, 10대나 20대 초반은 보송함을 절대적으로 추구한다. 피부에 윤기가 흐를수록 어려 보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반짝임이 자칫 번들거림으로 보일 수도 있어 나이가 어릴수록 기피하기 때문이다. 물광부터 윤광, 문광 등 온갖 광으로 점철되던 베이스 메이크업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보송한 파우더 팩트가 브랜드 매출 상위권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이유다. 두드릴수록 윤기가 살아나던 쿠션 팩트 대신 커버력과 보송함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앞다퉈 등장하고 입술을 보송하게 감싸는 매트한 립스틱이나 벨벳 질감의 틴트 등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얼굴 위 윤기 열풍은 잠시나마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 봄/여름 시즌, 컬렉션의 백스테이지를 보며 ‘젖은 듯 글로시한 피부’가 다시금 대세로 떠오를 것임을 실감했다. 피부부터 머리카락까지 온통 촉촉이 젖은 모델들이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정답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Blumarine Womenswear Backstage, Milan, Spring/Summer 2017. Copyright James Cochrane September 2016. Tel +44 (0)7715169650 james@jamescochrane.net

Blumarine Womenswear Backstage, Milan, Spring/Summer 2017. Copyright James Cochrane September 2016. Tel +44 (0)7715169650 james@jamescochrane.net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물광 피부가 투명한 촉촉함을 지향했다면, 이번 시즌의 젖은 피부는 땀에 젖은 듯한 글로스의 찐득함에 더욱 가깝다. 여기에 구릿빛 컨투어링까지 더해졌다. 한마디로 뜨거운 해변의 여자처럼 건강하고 섹시하다. 발맹 쇼의 모델들이 딱 그렇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화장을 한 소녀가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피부가 젖은 채로 해변을 걷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델들의 피부에 태닝한 듯 컨투어링을 살려 파운데이션을 바른 다음, 광대뼈, 관자놀이, 눈썹, 입술에 투명 글로스를 덧발랐다. 덕분에 젖은 듯한 느낌이 배가되었다. 짙은 아이라인이 번진 눈매와 반짝이는 구릿빛 피부가 섹슈얼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아무것도 안 한 듯 자연스러운 에포트리스(Effortless) 룩과는 완전히 다르죠. 이건 새로운 뷰티예요.” 그는 이 구릿빛 젖은 피부를 ‘새로운 럭셔리’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알투자라 쇼에서는 글로스 대신 금빛 글리터를 활용했다. 모델들의 눈가에 골드 글리터를 바른 다음, 그것들이 얼굴 위에서 자연스럽게 번지게 한 것. 거칠게 뒤로 벗어 넘긴 젖은 머리카락과 글리터로 반짝이는 피부가 땀에 젖은 듯한 느낌을 더한다. 이 외에도 구릿빛 젖은 피부를 연출하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다. 뮈글러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에릭 산토니오티는 햇볕에 그을린 윤기 나는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브론저에 페이스 오일을 섞어서 발랐고, 마르케사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바비 브라운은 피부에 파운데이션을 바른 다음 크림 컬러 베이스를 광대뼈 윗부분, 눈 앞머리, 인중 등에 발라 젖은 피부를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이자벨 마랑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리사 버틀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촉촉한 뺨과 건강한 홍조만큼 안색을 밝게 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요?”

Marchesa Womenswear Backstage, New York, Spring/Summer 2017. Copyright James Cochrane September 2016. Tel +44 (0)7715169650 james@jamescochrane.net

젖은 피부를 더욱 섹시하게 연출하는 일등공신은 젖은 머리카락이다. 지방시 쇼의 헤어 아티스트 귀도 팔라우는 현란한 손기술을 선보였다. 헤어 젤로 반질반질하게 만든 머리카락을 이마에 걸쳐, 마치 반짝이는 헬멧처럼 보이는 헤어 스타일을 연출한 것이다. 이 헤어 스타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헤어 젤과 오일 미스트를 사용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이 될 것이다. 섹시한 젖은 헤어 스타일의 정석은 블루마린 쇼나 알투자라 쇼다. 바다에서 막 수영을 마치고 방금 나온 소녀처럼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 넘겼다. “이건 홀리데이 헤어 스타일이에요.” 블루마린 쇼의 헤어 아티스트 더피는 모델들의 앞머리는 젖은 듯 축축하게, 뒷머리는 바스락거리듯 건조하게 연출했다. 수영을 하고 나온 후 태양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모발을 말린 것처럼 말이다. 섹시한 젖은 헤어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한 알투자라 쇼의 헤어 아티스트 오딜 질베르의 팁은 다음과 같다. 우선 샴푸 후 젖은 머리카락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시 헤어 크림을 모발의 뿌리부터 바른 다음 빗으로 빗어 넘긴다. 머리카락을 드라이어로 대충 말린 후, 헤어 젤을 정수리 부분에 바르면 조명 아래 반짝임이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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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섀도를 어지럽게 얹은 눈매에 투명한 글로스를 소량 발라, 젖은 눈매를 연출한 토가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다 이토는 이렇게 말했다. “얼굴 위 젖은 질감이 액세서리 역할을 톡톡히 해요.” 촉촉해야 아름답다. 이번 봄/여름 시즌에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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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헤라의 어반 베일 CC. 35ml 가격미정.

2 맥의 넥스트 투 낫띵 페이스 컬러. 35ml 4만9천원대.

4 질 스튜어트의 트리트먼트 헤어 미스트. 200ml 3만2천원.

5 아베다의 툴라사라 래디언트 올리에이션 오일. 50ml 6만원.

6 샤넬의 수블리마지 르 뗑. 30g 18만2천원.

7 나스의 래디언스 프라이머 SPF35/PA+++. 30ml 5만원.

8 아오아의 크리스탈 워터리 크림. 50ml 3만2천원.37-7

9, 11 듀이트리의 헬씨글로우 비비 SPF42/PA++. 50ml 2만5천원.

10 겔랑의 로르래디언스 베이스. 30ml 9만7천원.

12 식스틴브랜드의 16 컬러롤즈. 4.5ml 1만5천원.

13 RMK의 롱래스팅 UV. 30ml

14 닥터지의 모이스트 앰플 CC 쿠션 SPF50+/PA+++. 13g 3만5천원.

15 시세이도 프로페셔널의 더 헤어 케어 아쿠아 인텐시브 오일 언리미티드 실크. 100ml 3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