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NASA의 우주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인간 컴퓨터’로 활약한 실존 여성 과학자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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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여자들 그들은 인류 최고의 두뇌를 가졌음에도 여자, 그리고 흑인 차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흑인 여성에게 자리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백인 남성 과학자는 물론이고, 저 자신도 여자면서 여자는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고 믿는 백인 여성 관리자를 상대해야 한다. 훨씬 치사한 문제도 있다. 그들은 가까운 화장실을 놔두고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에 가기 위해 800미터를 뛰어다니고,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미팅 참석을 거부당하고, 휴게실 커피 포트를 쓰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때로 ‘최초의 무엇’이 된다는 건 지독하게 외롭지만 끝내주게 멋진 일이다. 이 멋진 여자들은 세상의 구박에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 NASA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긴 법정 투쟁 끝에 백인 전문학교에 입학하고,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되고,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여전히 ‘흑인’, 혹은 ‘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신이 ‘무엇’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을 해냈다는 말에는, 그 ‘무엇’이 온 세상이 동의하는 핸디캡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람들이 모였다는 할리우드조차 그동안 이러한 문제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흑인이자 여성인 비평가 록산 게이는 저서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가끔 어떤 과거는 우리를 무력하게 하고 희망을 잃게 만든다.” 그것은 그가 흑인 노예들이 등장하는 고난의 서사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다. <히든 피겨스>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옥타비아 스펜서는 2011년 작 <헬프>로 이미 그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헬프>는 인종차별로 가득한 1960년대 미국 남부에서 흑인 유모들과 교감하며 인종문제에 대해 각성하는 백인 여성 이야기다. 백인 위주 서사에 단골로 나오는 지혜로운 흑인 캐릭터, 일명 ‘마법의 니그로’는 할리우드가 인종차별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자주 써먹는 위장막이다. 하지만 록산 게이는 비올라 데이비스와 옥타비아 스펜서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마법의 니그로’로밖에 활약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옥타비아 스펜서는 백인 여성을 훌륭하게 길러내는 유모가 아니라 나사의 과학자이자 여성 리더 캐릭터로 오스카 레드카펫을 밟았다. 같은 시선으로 보자면, 흑인 노예의 고생담을 가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노예 12년>에 작품상을 주었던 아카데미가 흑인 게이의 이중고를 그린 <문라이트>를 선택한 올해는 미국 흑인 문화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노예 12년>에서 흑인 여성 노예들은 주인공보다 가혹한 삼중고에 시달리지만 자신의 시선을 갖지 못했고, <문라이트>도 여전히 남성들의 이야기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곁에 <히든 피겨스>가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성과는 놀라운 흥행 성적이다. 여배우들이 할 역할이 없다는 핑계에, 할리우드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여자 영화는 돈이 안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작비 2천5백만 달러를 들이고 3월 초 북미 오피스 누적 수익 1억5천9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각종 영화상에서 연출, 연기, 미술, 음악 등으로 고루 후보에 오른 것은 이 영화의 완성도를 증명한다. 게다가 <히든 피겨스>는 촌철살인 유머로 가득하며, 산업 디자인과 패션 모두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시대인 1960대를 완벽하게 묘사한다. 그 결과, 우리는 ‘여자나 유색인종이 주인공인 영화는 돈이 안 된다’는 흰소리를 상대할 강력한 무기가 생겼다. 그냥 그의 얼굴에 이 영화의 포스터를 집어던지면 된다. 자, 이거나 보고 얘기하시지!

NEW MOVIE

데스노트

데스노트 : 더뉴월드 여섯 권의 데스노트가 다시 세상에 등장하고, 그것을 손에 넣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해커의 악행을 막기 위한 천재 류자키와 형사 미시마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3월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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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내가 죽은 후 희망 없이 살아가던 강수(김남길)의 눈에만 보이는 영혼인 미소(천우희). 이 둘이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다. 4월 개봉 예정.

 

밤의해변에서혼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 유부남과의 만남으로 괴로워하는 여배우인 주인공 영희는 영화 내내 삶에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묻고 또 묻는다. 스캔들과 별개로 김민희의 연기는 늘 궁금하다. 3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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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동물 보호 센터를 찾은 주인공이 마주하게 된 반려동물의 현실은 암담하다.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을 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4월 6일 개봉

 

아뉴스데이

아뉴스 데이 임신을 하게 된 수녀는 프랑스 의사 마틸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비밀리에 진료를 하던 중 의사가 우연히 수녀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3월 30일 개봉

 

다시벚꽃

다시, 벚꽃 ‘벚꽃 연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봄이면 생각나는 뮤지션 장범준. 악보는 물론 계이름도 잘 몰랐던 뮤지션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4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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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보통사람>은 은밀한 공작에 가담하게 되면서 스스로는 물론 가족의 삶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평범한 소시민은 얼마큼 억울하고, 서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 서울시장 3선을 노리는 정치인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시민>은 선거 승리를 위해 어떤 공작도 마다하지 않는 특권층의 야비한 얼굴을 담는다.[/fusion_builder_column][/fusion_builder_row][/fusion_builder_conta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