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급성장하여 한국으로의 유통망을 넓히고 있는 레지나 표. 예술과 현실 감각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레지나 표는 현재 여성들이 원하는 절제된 세련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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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자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엔 어떤 공통점이 있다. 실루엣이 명료하여 활동하기 편하지만 평범하지 않아야 하고, 장식이 과하지 않되 없어 서도 안 된다. 소재는 좋아야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싸면 안 되고 곧 죽어도 쿨하면서 결코 여성스러움을 잃어서도 안 된다. 최근 프레스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런던 브랜드 레지나 표의 디자이너 표지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지나 표의 옷이 요즘 여자들이 원하는 바로 그런 옷이라는 직감은 자신에게 걸맞은 옷을 입고 그렇게 만들 때 가장 아름다운 옷이 탄생한다는 그녀의 답과 맞아 떨어졌다.

한국 출신인데,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졸업하면 으레그렇듯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었죠. 그러다 더 큰 세계에 대한 갈증이 생겨 최고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런던에 오게 되었어요 . 알렉산더 맥퀸, 피비 파일로, 스텔라 맥카트니 등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이 다닌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대한 동경도 있었죠. 졸업 후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H&M의 자회사인 위크데이와 협업하게 되었고, 2012년 ‘한 네프컨스 패션 어워드(Han Nefkens Fashion Award)’에서 수상하면서 네덜란드의 가장 오래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어 요. 그러는 과정에서 레지나 표라는 개인 레이블을 만들게 되었죠.

디자이너 레이블이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까지는 성장의 시기가 필요하죠. 추상 미술을 연상시키는 패턴과 색, 조형적인 주얼리 등 2016년 봄/여름 컬렉션부터 레지나 표의 색깔이 분명해진 듯해요. 
2014년 가을/겨울 시즌, 브랜드를 론칭하고 초반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단순하게 생각하자 싶었죠.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데충실하니 레지나 표다운 옷이 나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평소 제가 만든 옷을 많이 입어요. 실제로 입으면서 느끼는 경험들을 더 발전시키다 보니 일련의 것들이 더 확고해졌어요.

레지나 표다운 옷이란 무엇일까요?
억지로 꾸미지 않은 듯한 멋을 추구해요. 살짝 트위스트를 더해서 독특함을 추구하죠. 그래픽적인 실루엣에 예기치 않은 색을 배치하거나 소재를 매치하는 것, 예술적인 요소를 덤덤하게 표현하는 세련됨이 레지나 표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에요.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조형물, 회화, 설치미 술, 그리고 다양한 문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요. 옷 안에 어떤 예술적인 요소나 시각적인 효과를 담으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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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쾌한 색을 사용한 2017년 봄/여름 컬렉션. 2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간결한 형태에 집중했다. 2,3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오버사이즈 코트와 마젠타 컬러의 드레스 4원색을 의상의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작업대의 모습.

그래서 조각품 같다는 인상을 주는군요. 색도 대담해요.
조각가인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와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의 조각 작품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아요. 그들의 인체를 추상적으로 단순화한 매끄러운 곡선은 옷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을 주죠. 설치 미술가 이자 겐스켄(Isa Genzken)과 제시카 스톡홀더 (Jessica Stockholder)의 작품 속 극적인 컬러는 에너지가 넘치고 흥미로워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해낸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의 사진도 좋아하죠.

조형적인 주얼리도 멋지던데요.
황동 소재를 좋아해요. 2017년 봄/여름 컬렉션의 룩북에서 모델이 착용한 주얼리는 요트에 쓰이는 섀클(Shackle)을 연결한 것이에요. 하드웨어 스토어에서 섀클을 발견하고 주얼리로 쓰면 좋겠다 싶어 즉흥적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사진 촬영을 위해 샘플로 직접 제작한 것인데 문의가 많아 현재 생산 연구 중이에요.

레지나 표는 예술적이면서도 매우 실용적인 옷이에요.
미니멀한 의상은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으면 입었을 때 밋밋해 보여요 . 재단의 한 끗 차이가 몸을 아름답게 하는 세련됨을 좌우하죠. 커팅, 안감, 지퍼, 버튼의 위치와 같은 작은 요소에 집중해요. 작업을 할 때 중요한 것 은 그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에요. 제 옷을 입는 사람들도 옷을 통해 그것을 느끼고 공유하길 바라요.

당신이 원하는 여성은 어떤 모습이죠?
지적이지만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독창적인 분위기를 추구해요. 클래식을 유지하지만 새로움을 받아들여 끊이없이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여성이 그런 모습일 것 같아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자신만의 열정과 아우라를 지녔죠. 무엇보다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아야 해요. 우리는 여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것이 동시대적인 여자일까요? 지금의 우리 모습 말이에요.
맞아요. 이 시대를 사는 현대적인 여자는 자유롭지만 늘 시간이 부족하고 바쁘죠.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야 해요. 저는 현실에 있는 여자들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워크웨어부터 나이트 룩까지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옷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소매를 탈착할 수 있는 드레스라든가, 두 가지 형태로 입을 수 있는 오프 숄더 톱등 하나의 옷이 여러 형태로 변화하는 것들이죠.

이번 뉴욕 컬렉션 기간 중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발표했어요.
2017년 봄/여름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구태의연한 설명 없이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을 살리고 싶었어요. 독립된 자아를 지닌, 매 순간 여유로운 여성을 생각하며 디자인했죠. 이제 막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브랜드이니 이미지를 확고히 할 때죠. 그래서 레지나 표를 대표하는 오버사이즈 코트, 볼륨을 강조한 드레스, 데님 등의 아이템을 보다 발전시키면서 이전에 사용하지 않은 표면이 거친 벨벳이나 시퀸 소재를 사용했어요 .새로운 형태와 비율을 표현하기 위해 예기치 못한 곳에 볼륨을 주고 예기치 못한 소재와 컬러를 사용해 익숙한 아이템을 신선하게 재해석했어요. 벨벳은 검정이나 레드 컬러의 묵직함을 떠올리기 쉬운데 핑크를 사용해 보다 가볍게 풀어냈죠. 본딩한 낙하산 소재와 같은 기능적인 원단 에 여성스럽고 강렬한 마젠타를 더해 재미를 주었고요. 레지나 표를 대변하는 동시대 여성의 옷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최근에 관심 갖는 것들은 무엇이에요?
올해 가방을 론칭하고 싶어서 열심히 연구 중이에요. 세라믹 제품 등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요.

레지나 표의 가방이라니 기대되네요. 한국에서 레지나 표를 구입할수 있는 경로가 있나요?
최근 한국의 온라인 스토어인 W 컨셉트에 입점했어요. 그 외에 프로젝트 앤과 네타포르테 등에서도 구입 가능하죠. 오프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인데, 런던에 직접 방문해서 구입할 수 있는 쇼룸을 곧 마련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