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퍼스트레이디들은 한 나라의 지도자인 남편의 정치외교적 신념과 업적을 빛내주는 옷을 입었다. 21세기 퍼스트레이디들은 패션을 통해 그녀들 스스로 한 나라의 소비경제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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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는 대중에게 친근한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했다.

21세기가 되면서 퍼스트레이디 룩의 아카이브에는 신선한 ‘모던 퍼스트레이디’들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미국의 미셸 오바마, 영국의 왕세손비케이트 미들턴, 중국의 펑리위안 등 SNS와 UCC 동영상 세대를 열광시키는 새로운 패션퀸들이 재키와 다이애나 이상의 패션 팬덤을 일으키고있다. 또한 자국의 홍보 효과를 뛰어넘어, 수조원의 경제 효과까지 선사하는 새로운 이코노믹 신드롬을 펼치고 있다. 그 첫 시작은 미셸 오바마가 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 전 NBC 토크쇼 ‘제이 르노 쇼(Jay Leno Show)’에 출연한 미셸 오바마를 잊을 수 없다. 멋진 브로치를 장식한 카날리아 옐로의 카디건과 펜슬 스커트를 입고 무대로 걸어 들어오는 미셸의 세련된 스타일링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성들이 ‘와우! ’를 외쳤다. 그리고 세기에 기록될 퍼스트레이디 룩의 반전이 펼쳐졌다. “오늘 제가 입은 의상은 총 340달러에 구입한 제이크루(J.Crew)예요.” 순식간에 제이크루 는 실시간 패션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카디건은 완판됐다. 미셸은 누구나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국의 중저가 브랜드 기성복을 입고 토크쇼에 출연한 최초의 미국 퍼스트레이디였다. 그뿐 아니라 토크쇼 출연 하나로 저물어가는 자국 중저가 패션 기업까지 살려내어 ‘미셸 이펙트’라는 새로운 경제 용어를 탄생시켰다. 패션브랜드가 스타 마케팅을 활용하면 평균 매출이 0.5% 올라가는데, 미셸오바마가 선택한 29개 브랜드는 평균 2.3%의 매출 상승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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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완판의 아이콘’ 펑리위안.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은 대륙을 움직이는 ‘완판의 아이콘’이다.중국의 대표 인터넷 C2C 구매 사이트인 ‘타오바오’ , ‘이취’, ‘파이파이’, ‘요우아’ 등에선 ‘펑리위안 패션’이 인기 검색어이다. 펑리위안이 중국의 퍼스트레이디가 됐을 때,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타오바오’의 ‘펑리위안 패션’ 검색 횟수가 100만 번을 넘었고, 그녀가 입고 드는 브랜드의 검색 지수가 10배 이상 상승했다고 전한다. 그녀가 입은 리와이는 중국 대표 브랜드로 급부상하며 주가까지 최고 10% 이상 상승했다. 국내의 한 한방화장품 브랜드가 펑리위안이 쓰는 화장품이라는 소문만으로 중국 내에서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한국화장품 브랜드가 됐음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중국에서 펑리위안의 인기와 영향력은 어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나한류 스타들도 따라잡을 수 없다. 영국의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은 자신의 패션을 통한 ‘케이트 이펙트’ 를 뛰어넘어,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를 통해 ‘조지 이펙트, ’‘샬럿 이펙트’ 의 신드롬까지 이어가고 있다. 조지 왕자의 탄생만으로 약 2천8백억원 의 소매 지출이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샬럿 공주가 태어났을 때 대중 앞에 선 조지 왕자의 레이첼 라일리(Rachel Riley)의 의상, 아마이아(Amaia)의 양말과 스타트라이트(Start-Rite)의 신발 모두 순식간에 완판됐다. 무엇보다 미셸 오바마, 펑리위안, 케이트 미들턴은 주로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커스튬메이드를 선호했던 이전의 퍼스트레이디들과 달리 멋지고 친근한 ‘우먼 넥스트-도어(Woman Next-door)’ 스타일링으로 사랑받는다. 일상이 아닌 공식 석상에서 중저가 브랜드를 즐겨 입고, 알려지지 않은 자국의 신인 디자이너를 스타로 발굴하며, 저물어가는 브랜드를 다시 일으키기도 한다. ‘재키 룩’이나 ‘다이애나 룩’처럼 패션의 룩을 탄생시킨 스타일 아이콘에서 로컬 브랜드를 키우고 한 나라 또는 세계의 소비를 움직이게 하는 ‘미셸 이펙트’ , ‘펑리위안 이펙트’, ‘케이트 이펙트’의 ‘퍼스트레이디 이펙트’라는 새로운 아카이브가 열린 것이다. 이제 퍼스트레이디 룩은 정치외교적 이미지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영원히 기록될 역사의 찰나에서 대중을 매료시키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의 지갑까지 열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