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을 사도, 화장품 매장만 가도, 거리에서도 공짜로 나눠주는 화장품 샘플들.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브랜드에서 샘플을 제작하는 이유는 뭘까? 샘플에 대해 떠도는 온갖 낭설의 진실은 무엇일까? 화장품 샘플을 둘러싼 이야기.
be-샘플의 뒷이야기

샘플 증정이 판매에 도움이 된다?
대부분 브랜드는 그렇다고 답한다. 베스트셀러인 <설득의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상호성의 법칙에 의하면, 제품의 공짜 샘플을 사용해본 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해당 브랜드의 고객이자 우호적인 팬이 된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받은 호의는 보답해야 한다는 심리가 있는데, 공짜 샘플 자체가 심리적인 부담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제품을 구입하거나, 혹은 구입하지 않아도 무료로 나눠주는 샘플이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품별로 그 효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한다. 구매로 가장 잘 연결되는 샘플은 한두 번 사용만으로도 제품이 소구하는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는 제품군이다. 톤업 제품이나 여드름 케어 제품, 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보디 제품 등이 그 예다. 또한 신제품의 경우 소비자에게 제품을 인지하게 하고 테스트해볼 기회를 제공하므로, 샘플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경우가 많다. 매장에서 신제품 샘플을 주로 제공하는 이유다. 반대로 한두 번 사용만으로는 효과를 실감할 수 없는 화이트닝 제품 등은 샘플 효과가 미미한 대표 제품이다. 또한 베스트셀러거나 출시된 지 오래되어서 이미 잘 알려진 제품의 경우도 샘플 효과가 적은 편이다. 사람들이 받으면 좋은 ‘덤’으로 인식할 뿐, 판매로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장품에 대한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남성용 제품 역시, 샘플 효과가 미미한 제품군에 속한다.

샘플은 판매할 수 없다?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화장품 샘플의 판매가 금지되었다. 따라서 아무리 용량이 크더라도 ‘증정용’이라고 표기된 화장품을 파는 것은 불법이다. 단, 샘플로 구성된 스타트 키트나 트래블 키트 등 은 판매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용기나 박스에 사용 기한, 전성분 등 식약처의 화장품 표시 기준에 해당되는 내용이 다 기재되어야 한다. 이 외 무료로 증정되는 증정용 샘플에는 원래 제품명, 브랜드명만 표시하면 됐지만, 유통기한이 기재되지 않아서 내용물이 변질되어도 알 수가 없다는 지적 때문에 최근 식약처가 화장품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화장품법 시행 규칙이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되면서, 화장품 제조판매업자는 10ml(또는 10g) 이하의 소용량 제품이나 무료로 증정하는 샘플 화장품에도 사용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할 수 있는 유효 기간과 제조번호를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 화장품 샘플의 사용기한도 체크할 수 있게 되었다.

샘플은 공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샘플 화장품은 정품보다 원가율, 즉 소비자가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물론 샘플에는 소비자 가격이 없지만, 정품의 용량에 비례해서 가격을 가정해본다면 샘플 제조 비용의 원가율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화장품 원가는 보통 크게 내용물, 용기 비용, 충진 및 포장하는 임가공비로 구성되는데 화장품 용기 값이나 임가공비가 내용물의 용량과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품 1 /10 사이즈의 샘플이라고 해도, 용기값은 1/10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의미다. 따라서 샘플 화장품의 경우, 내용물 가격보다 용기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내용물의 가격은 용량에 비례하여 적어지지만 내용물 가격 자체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임가공비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충진 포장료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용물은 본 공장에서 만들고, 포장은 전문 업체에서 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화장품 브랜드에서 스타터 키트, 트래블 키트 등의 형식으로 여러 종의 샘플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브랜드의 이익률은 정품 판매 대비 매우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한마디로 많이 팔수록 브랜드 입장에서는 손해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단 판매용 샘플이 호텔이나 비행기 등의 어메니티로 지정될 경우는 샘플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특정 소비층에게 제품을 써보게 하는 홍보 효과도 있으므로 브랜드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그 외, 우리가 흔히 사셰라고 부르는 종이 파우치 샘플은 용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파우치 가격과 임가공비를 합해 1백원이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으로, 내용물의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최종 생산 가격이 달라진다. 단 파우치 기본 구매 단위가 워낙 대량이다 보니 한 번에 몇만 개씩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무료 증정용 화장품 샘플을 만드는 것은 홍보를 위한 일종의 투자인 셈이다. 반대의 측면도 있다. 보통 샘플 비용은 브랜드의 마케팅 비용으로 계산되는데, 궁극적으로 이 마케팅 비용이 정품의 가격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공짜로 샘플을 받는 대신, 그에 대한 부담을 우리가 정품을 구입할 때 일부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샘플 화장품의 성분이 더 좋다?
샘플의 성분이 더 좋다는 것은 완벽한 낭설이다. 브랜드에서 일단 화장품을 개발하면 해당 제품을 리뉴얼하지 않는 한, 정품을 발주할 때나 샘플을 발주할 때나 같은 처방으로 제품이 생산된다. 샘플이 더 효과가 좋으려면 화장품의 처방 자체가 달려져야 하는데, 원료 배합이 미묘하게 달라져도 제품의 사용감이나 색상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샘플만을 위한 처방을 따로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