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사랑의 기승전결을 말한다. 사랑의 감정은 보편적일지라도,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긴다. 흔하디흔한, 그러나 흔하지 않은 사랑 노래를 쓰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사랑을 묻고, 또 가사를 이야기했다.

 

fe-사랑을 쓴다1장재인
<슈퍼스타K2>의 히로인으로 널리 알려진 그녀는 풍부한 음색으로 귀를 편안하게 하는 가수다. 자신의 노래는 전부 본인이 노랫말을 쓴다. 대표 앨범 <LIQUID>에 시간에 따라 자연스레 흘러가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냈다.

‘사랑일까 붙잡는 끈일까 / 계속하면 난 느낄까 / 나의 위성 너를 잊을까 /둥글게 맴도는 나 / 하루의 끝은 또 네게’나의 위성
‘둘이 함께 나눴던 시간 / 사랑이 내게 흘러요 너무나 달콤해 ’- Love Me Do
‘ 아직은 어색한 우리 / 둘만의 시간이 더 필요하단 걸 알죠 / 급할 거 있나요 둘이 천천히 / 일단은 내려가서 밥을 먹어요’ – 밥을 먹어요

연애가 작업에 영감을 주나? 사랑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가장 크게 영감을 받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는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리고 사랑이 끝나고 지난 추억을 돌아보며내 ‘가 이럴 때 이 사람이 서운했겠다’, ‘그때는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 무렵에 자연스레 가사가 떠오른다.
사랑과 관련해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는? 영화 <비포 미드나잇>. 사람들이 다 같이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고,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현실적인 대화들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언제나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순간만을 기대할 순 없지 않나. 그런 거에 무뎌지더라도 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늘 궁금하다.
사랑은 당신을 어떻게 바꿨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상호 관계가 자존감을 올려준다. 그리고 일상의 순간순간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더 밝아지고 경쾌해진다. 하지만 스스로 가장 달라졌다고 느낄 때는 사랑이 끝나고 나서다. 관계를 돌아보며 나와 상대에 대해 성찰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고 더 성숙해진다.
사랑을 할 때 저지른 실수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과 싫은 것, 좋은 것에 대해 솔직히 말하지 못한 것.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나를 나대로, 상대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사랑. 나를 상대방에 맞춰 무작정 바꾸거나 상대를 내게 맞춰 바꾸려고 하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뿐이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억을 얘기해달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 준다고 딸기 초콜릿(딸기에 초콜릿을 묻힌 것)을 새벽부터 부랴부랴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 갈쯤엔 딸기가 흐물흐물하게 변했지만, 그걸 친구들에게 주면서 기분이 좋았다.
사랑을 할 때 감정에 오롯이 몰입하는 편인가? 좀 더 어릴 때는 그랬던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수월해진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하루하루 연애의 흐름이 다르다고 인지하는 것과 일할 때는 연애를 잠시 내려놓고 일에 확실히 몰입하며 일과 사랑의 스위치를 조절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거다.
사랑이 가장 달콤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묘사한다면? 서로의 마음이 같다는 걸, 혹은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맞춰져 간다는 걸 조금씩 알아차리는 순간.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온몸에 전기가 통하듯 찌릿하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온 마음이 일렁거릴 때.
‘밥을 먹어요’의 가사처럼 지금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음식을 함께 먹고 싶나? 집에서 중식이든, 한식이든, 피자든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게 좋다. 그 자리에 앉아 같이 음식을 시켜 먹는다는 건 서로 훨씬 편해지고 가까워지는 방법인 거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와 <카페 소사이어티>의 OST 앨범. 그리고 <비포 선셋>의 OST 앨범에서 셀린느 역을 맡은 줄리 델피가 부른 ‘Je T’aime Tant’, ‘An Ocean Apart’, 그리고 ‘A Waltz for a Night’를 이어서 들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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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한희정은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을 내는 싱어송라이터다. 최근에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발표한 노래들을 재녹음한 앨범, <NOTATE>를 출시했다. 가사에 문학적인 요소를 많이 녹여낸다.

‘수많은 바람은 그저 / 우릴 멀어지게 할 뿐인 걸 / 우리는 낯설게 느껴지는 / 비밀들을 밀어냈어’ – 우리 처음 만난 날
‘사람, 오 사람 여행 같던 사람 눈부신 날에 나를 떠나가네 / 사랑, 오 사랑 잔혹했던 여행 내 마지막 여정아’ – 잔혹한 여행
‘느리게 춤을 추었다 느리게 너를 생각하였다 / 느리게 너를 지운다 느리게 너를 춘다 / 기억 기억과 노래가 오랫동안 머물렀다 / 쉽게 가시지 않아서 아플 때도 많이 있다’ – Slow Dance

연애가 작업에 영감을 주나? 사랑의 진행 과정이 창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이별 후에 여러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사랑과 관련해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는?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고, 원작인 <피아노 치는 여자>를 찾아 읽었다. 소설은 영화보다 더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담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사랑은 당신을 어떻게 바꿨나? 누구나 상대방에 따라서 조금씩 언행이 달라지지 않을까? 부모님 앞에서와 연인 앞에서의 내 모습이 다른 것처럼. 사랑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이 참 마음에 들 때, 나를 그렇게 만들어준 그 사람이 더 좋아지더라.
사랑을 할 때 저지른 실수가 있다면? 이상은의 노래에 이런 노랫말이 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소중했구나.’ 그것이 사랑이었고 그래서 소중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이 가장 큰 실수였던 것 같다.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서로의 삶을 나누는, 일상의 유머와 슬픔과, 그리고 꿈을 나누는 사랑.
밸런타인데이의 기억을 얘기해달라. 손재주가 없는 편인데 초콜릿을 만들어준다고 했더니 그냥 사달라고 했던 사람이 생각난다.
연인 사이에 어떤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미래는 알 수 없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그러니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할 것.
<잔혹한 여행>에서는 사랑을 여행에 비유했다. 사랑과 여행의 공통점은 뭘까? 때로는 잔혹하다는 것. 사실, 여행을 싫어한다. 낯선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끔 그것과 관련한 악몽을 꾸기도 할 정도다. 모르는 동네에서 집으로 가야 하는데,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고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꿈 같은 걸 꾼다. 그래서 여행은 내게 잔혹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을 좋아하니까 ‘잔혹한 여행’이라는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단어 나열로  충돌하는 이미지를 의도했다. 사랑도 이별을 떠올릴 때 더 잔혹해지지 않나. 더 사랑하는 쪽이 늘 지게 되듯, 사랑은 그만큼 고결하지만 잔혹하게 다가온다.
이별 후 사랑에 대한 기억이나 여운이 오래 남는 편인가? 최선을 다했던 사람, 그것이 사랑의 힘이든 그 사람의 성품 때문이든, 끝까지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었던 사람이 여운이 오래 남는다. 사실,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별 매력이 없다.

(+)이별을 겪은 사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내 노래 세 곡. ‘잔혹한 여행’과 ‘날마다 타인’, 그리고 ‘Slow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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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총
치즈는 최근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는 밴드 중 하나다. 보컬 달총과 프로듀서이자 보컬인 구름, 두 멤버로 구성된 어반 팝 스타일의 혼성 듀오로, 톡 쏘는 레모네이드와 달콤한 딸기 푸딩의 맛을 상상하게 하는 음악을 한다. 프로듀싱은 멤버 구름이 맡지만, 가사는 대부분 달총이 쓴다.

‘ 이따가 널 보면 무슨 말을 할까 / 날씨가 좋다고 뻔한 말이라도 건네볼까 / 어색한 장난이라도 용감하게 / 오늘은 널 웃음 짓게 만들 거야 ’ – Madeleine Love
‘지나버린 추억은 이제서야 아름다워지네 / 시원하고 섭섭한 기분 좋은 밤 / 품고 있던 그대는 이제서야 나를 떠나가네 / 간절했던 마음에 서글퍼지네 ’ – 새벽길
‘사소한 순간의 기억도 은은하게 빛나는 / 행복이 되고 싶어요 / 그대도 내 맘과 같다면’ – 일기예보

연애가 작업에 영감을 주나?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과 끝난 직후, 오감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정의 늪에 빠졌을 때. 그 순간의 기억들이나 감촉을 틈틈이 메모장에 적어둔다.
사랑과 관련해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 이 영화를 보고 난 후로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사랑 영화 중에는 최고로 꼽는다. 다들 한번쯤 봤으면 좋겠다.
사랑은 당신을 어떻게 바꿨나? 사소한 것에도 크게 행복해하거나 마음 아파하는 등 예민해진다. 특히 햇살과 바람, 듣고 있는 노래와 분위기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상대방을 관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얼굴을 세세히 보거나, 상대에게 어떤 습관이 있는지 파악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알고 싶어 한다.
사랑을 할 때 저지른 실수가 있다면? 계산 없이 최선을 다한 것. 재고 따지는 것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몰입하는 사랑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만큼 이별을 겪게 되었을 때 절망감이 크다. 그래서 항상 ‘티 내지 말걸. 그렇게 하지 말걸’ 하고 후회하는 부분이 있다.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상대를 불안하게 하지 않고 헷갈리게 하지 않는 사랑. 상대에 대한 믿음이 크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니까 사랑이 배가 되는 거 같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억을 얘기해달라. 중학생 때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서 편지도 쓰고 예쁘게 포장해서 좋아하는 남학생한테 준 적이 있다. 그때 “화이트데이 때 너도 꼭 나 줘야 돼!”라고 말하고 그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받아내고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필사의 한마디가 있다면? ‘오늘 날씨 정말 좋다. 만날래?’ 또는 ‘너랑 걸으니 좋다.’ 평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편이다. 돌려서 기하지 못하는 건 고치고 싶긴 하지만 어쨌든 날씨를 핑계로 만나자고 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하지 않나?
연애가 주는 사소한 행복은 뭐라고 생각하나? 하루 종일 누군가와 얘기할 수 있다는 것. 가까이에 있든, 먼 곳에 있든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함께얘기하고, 공감하고, 웃을 수 있고 그런 게 소소하지만 큰 행복이지 않을까?
좋은 이별도 있을까? 사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좋은 이별도 있다고 믿고 싶다. 좋은 이별은 돌이켜봤을 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사랑했을 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별을 겪은 사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나미의 ‘슬픈 인연’, 브로콜리너마저의 ‘잊어버리고 싶어요’, 그리고 가을방학의 ‘이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