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던 지난 연말 시상식. 레드 카펫의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여배우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비밀은 바로 은밀하게, 촉촉하게 빛나는 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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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라고 특별하게 메이크업을 하기보다는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예요.” 박신혜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제니하우스 프리모의 한나 실장은 말했다. 특히 어수선한 시국을 의식이라도 한 듯, 지난 연말 스타들의 드레스는 온통 화이트톤 일색이었고 메이크업도 한층 차분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있었던 청룡영화제 레드 카펫과도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도드라지는 컬러와 광택 등 화려함은 걷어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던 스타들의 연말 시상식 메이크업 키워드는 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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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스티 로더의 더블 웨어 BB 하이라이터. 2 맥의 버건디 타임스 나인. 7.2g 6만3천원대. 3 에스티로더의 퓨어 칼라 엔비 파우더 블러쉬 위티 피치. 7g 5만5천원대. 4 라비다의 루미너스 솔루션 쉬머 리프트 아이새도우. 4g 4만원대. 5 텐세컨즈의 하이-퍼펙션 웨이브 블러셔 01호 핑크 웨이브. 12g 2만9천원.

물론, 레드 카펫 위에서조차 화려한 색조나 펄 메이크업이 사라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음영 메이크업으로 대표되던 레드 카펫 메이크업의 공식에도 분명 변화가 일고 있다. 송혜교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드엔의 전미연 원장은 현저히 가벼워진 베이스와 아이 메이크업을 지난 연말 시상식 메이크업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았다. “하이라이터나 화려한 펄 제품으로 입체감을 살리던 과거와 달리, 은은한 윤광 메이크업을 선호해요. 평상시 스케줄을 소화할 때의 메이크업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말이죠.” 오연서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메이메이의 박하영 실장은 시상식 의상의 변화를 그 이유로 지적했다. “요즘은 연말 시상식에서도 유색 드레스나 화려한 주얼리 장식의 드레스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주얼리도 점차 작고 심플한 것들을 선호하고요. 전형적인 드레스 말고 미니 드레스나 슈트를 선호하는 경향도 높아지면서, 펄을 활용한 화려한 음영 메이크업 대신 최대한 자연스럽게 콧대, 얼굴 라인을 살리는 메이크업을 하게 되는 거죠. 눈매나 입술에 포인트를 주는 것도, 피부를 더욱 환하고 깨끗해 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인 경우가 많아요. 최근 시상식 메이크업의 8할은 베이스 메이크업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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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랑콤의 뗑 미라클 리퀴드 파운데이션. 30ml 6만7천원. 2 라비다의 바이탈 리커버리 비비 앰플 쿠션. 15g 7만5천원. 3 맥의 프렙+프라임 에센셜 오일. 14ml 4만원대. 4 라네즈의 세럼 인텐스 립스틱 LR02 핑크 플레져. 3.5g 2만5천원대. 5 라비다의 루미너스 솔루션 쉬머 리프트 아이새도우. 4g 4만원대.

따라서 지난 연말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누가 누가 더 피부 표현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했느냐이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는 생방송에도 불구하고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선보였다. 우선 SBS 가요대전에서 특유의 건강한 피부를 선보인 소녀시대 유리는 페이스 오일을 활용했다. 파운데이션에 페이스 오일을 2~3방울 섞어서 얼굴에 얇게 펴 바른 다음, 리퀴드 컨실러를 아주 얇게 펴발라 전체적으로 촉촉하고 화사한 피부를 연출한 것. 결점은 커버하면서도 피부 속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윤기를 연출하기 위한 김청경 헤어 페이스 방선화 원장의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예쁜 모찌 피부를 선보인 서현진 메이크업의 핵심 포인트는 하이라이터였다. 프라이머,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얇게 바른 다음 광대뼈 앞볼 부분에만 하이라이터를 발라 입체감을 살리는 것이다. 덕분에 뺨이 생기 있게 반짝거려서 더 어려 보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우현증 메르시의 수빈 원장은 서현진의 입술에 붉은 립스틱을 발라 피부톤을 더욱 깨끗해 보이게 연출했다. KBS 연기대상에 참석한 송혜교 역시 베이스 메이크업을 매우 얇게 하면서도 얼굴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얼굴 중앙부터 바깥으로 브러시를 이용하여 베이스를 펴 발랐다. 얼굴 중앙에 바르고 브러시에 남은 양만으로 얼굴 주변을 발라서 베이스 자체만으로 입체감을 더한 것이다. 드엔의 전미연 원장은 또한 맑고 투명한 피부 표현에 맞춰 블러셔 대신 촉촉한 립스틱을 뺨에 발라 맑은 생기를 더했다. 극도로 자연스러워진 메이크업 트렌드에 맞춰 아이 메이크업도 더 은밀해졌다. 언뜻 보면 색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혜리의 눈매는 버건디 컬러 섀도를 아이라인처럼 얇게 그린 다음 스머징한 것이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화려한 느낌이 드러나도록 버건디 컬러를 선택했다. 선명한 레드 립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유이 역시 브라운 아이라이너로 눈매를 또렷하면서도 부드럽게 정돈했다. “시상식의 헤어, 메이크업, 드레스가 모두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촉촉한 피부와 눈을 깜빡일 때 비치는 반짝이는 펄감 등은 여배우 메이크업의 절대 불변의 원칙이에요.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심심한 이목구비로 보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MBC연기대상에서 남지현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알루의 김수진 원장은 눈두덩에는 아주 가벼운 음영만 더하고 눈 밑에 펄을 살짝 발라 조명 아래 눈이 더 반짝이도록 했다. 화려한 볼거리는 줄었지만, 레드 카펫 위 스타들의 피부는 보다 정교해졌다.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완벽한 베이스 메이크업은 화려한 색상이 더해지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환한 조명 아래서도 굴욕 없 는 피부를 자랑하는 스타들의 베이스 메이크업 노하우에 당신도 한번쯤 도전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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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슈에무라의 글로우 온 P550. 4g 3만7천원대. 2 랩코스의 터치-업 립스틱 브랜든. 3.5g 1만8천원. 3 3CE의 릴리 메이맥 매트 립 컬러 홀리 로즈. 3.5g 1만7천9백원. 4 나스의 어데이셔스 립스틱 그레타. 4.2g 3만9천원. 5 디올의 캡춰 토탈 트러플 코렉팅 세럼 파운데이션. 30ml 9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