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격변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 하루는 뉴스로 시작해 뉴스로 끝난다. 1시간만 뉴스를 챙겨보지 않아도, 급변하는 정세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뉴스가 뉴스가 되는 시대’에 그 치열한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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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메이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하루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된다. 오전 7시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진행자 김어준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모두 새벽 5시면 방송국에 모인다. 택시 요금 할증 시간이 끝나고, 첫 차가 다니는 시간. 상암동에 위치한 TBS 건물 앞에는 낯익은 남자 한 명과 낯선 남자 한 명이 담배를 태운다. <뉴스공장>의 진행자이자 공장장이라 불리는 김어준과 담당 책임 PD 정경훈이다. 아직 새벽 어둠이 걷히지 않은 곳에서 얼굴은 피곤함이 역력해 보이지만 목소리만은 생기 있는 두 남자와 예상보다 빨리 인사를 나눴다. 방송 시작 시각은 정확히 오전 7시 6분. 아침 뉴스가 끝나면 바로 생방송이 시작된다. “커피랑 물 좀 갖다줘.” 방송 시작 전 공장장의 요청에 막내 작가가 재빨리 움직인다. 방송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PD의 수신호에 맞게 시그널 뮤직이 켜지고 공장장인 김어준은 직접 쓴 오프닝 멘트 원고를 읽는다. 방송 시간 30분 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김은지 기자는 익숙하게 그날의 핵심 뉴스를 전한다. 스튜디오 부스 밖에는 작가 3명, PD 2명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공장장이 우스갯소리를 하면 덩달아 웃고, 출연자들의 발언 중에 사실 확인이 필요할 때는 검색해서 진행자에게 전달한다. 그날은 청문회 덕에 유명해진 바른정당의 김성태 의원과 더불어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이 출연하는 인기 코너 ‘내부자 둘’이 방송되는 날. 그러나 각기 다른 사정으로 스튜디오에 오지 못해 전화 연결로 방송이 진행됐다. 첫 방송부터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의원의 출연은 화제였다. 이에 대해 공장장은 말한다. “그 둘 각각은 사실 심심한 양반들이에요. 그런데 김어준이라는 캐릭터와 최순실 정국, 그리고 코너의 포맷과 기획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케미’를 만든 거죠. 만약 다른 진행자와 다른 정국, 다른 포맷이었다면 그리 오래갈 수 있는 코너가 아니라는 것에백 5원을 겁니다. 으하하” 실제로 <뉴스공장>에는 유명 정치인, 경제 전문가, 변호사만이 아니라 사안에 대해 중요한 증언을 해주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선뜻 인터뷰이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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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승마업계 관계자, 전 청와대 근무자 등이 출연했다. 이들을 섭외하는 데 있어 공장장의 역할은 얼마나 될까? “대선 주자급의 사람들은 두터운 인의 장막 때문에 보좌진을 통해서 섭외를 하는 게 결코 쉽지가 않으니 직접 당사자들에게 연락해 섭외해요. 익명의 제보자들의 경우도 직접 저를 찾아온 사람들이죠. 이들을 설득해 방송까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제 역할이에요. 하지만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 출연자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를 테면 친박?”(웃음) 담당PD도 인정하듯 이 프로그램에서 김어준의 색깔은 핵심적이다. <딴지일보>의 총수이자 팟캐스트 <파파이스>의 진행자이기도 한 그는 한 사안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 또 묻는 언론인이기도 하며, 복잡한 사안을 쉽고,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질문 없이 뉴스는 없어요. 까다롭고 집요한 질문을 감수하고서도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난 그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같은 태도로 질문할 뿐입니다.” 그래서일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공장>은 늘 시간에 쫓긴다. 필요하면 전화 인터뷰했던 사람을 스튜디오에 직접 부르기도 하고, 다음 코너 게스트에게 양해를 구하면서까지도 인터뷰를 마저 하고 만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최순실 관련 예산으로 사용된 세금이 1조 4천억원에 달한다는 나라살림 연구소 소장 정창수의 주장에 공장장뿐 아니라 스태프들이 입을 모아 “스튜디오에 모셔야겠네”라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뷰 내용이 인터넷 뉴스로 기사화됐다. 공장장은 이것이야말로 언론인이나 뉴스 프로그램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뉴스가 나오게 하는 것. “<뉴스공장>은 매일 범람하는 뉴스와 뉴스 간의 맥락을 찾아내 어떤 단어, 어떤 인물, 어떤 지점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읽어내는 역할을 해요. 시사는 글로는 읽어낼 수 없는 영역이 있거든요. <파파이스>는 그렇게 읽어낸 개별 뉴스들의 구성과 구조에 집중하죠. <뉴스공장>이 낱개 뉴스를 읽어내고, <파파이스>는 그 화학적 흐름을 읽는 거예요.” 뉴스로 꽉 찬 두 시간의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스태프는 서둘러 외투를 챙겨 입고 스튜디오를 나선다. 모두들 홀가분한 표정이다. “공장장님이 육식을 좋아해서 아침도 무조건 고기로 먹는데, 국밥 아니면 보쌈을 먹어요.(웃음) 회의 겸 식사 시간인 셈이죠. 워낙 공장장님이 적극적이고 자유로워서 모든 스태프가 각각 자기 의견을 많이 내요. 하루가 일찍 시작되기는 하지만, 저희 일은 생방송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니에요. 요즘처럼 뉴스가 많을 때는 밤 11시, 12시까지 메신저 단체창에서 내일 방송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어쩌겠어요.”(웃음) 김우광 PD의 말이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매일 아침마다 열심히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뉴스공장>. 그러나 그렇게 생산된 뉴스의 관점과 깊이는 분명 다른 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