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엔 늘 돈을 모으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천만원을 모은 승자들의 경험담과 전문가의 조언을 읽으며 돌아오는 12월 31일에는 두둑한 통장으로 위로받기를.

 

수정1

지갑은 유르트 스튜디오.

난 이렇게 1천만원을 모았다
온갖 핍박과 설움에도 불구하고 한 해 동안 1천만원을 모은 위너들의 경험담

다이어트와 함께라면
‘일타쌍피’. 새해가 되면 으레 세우는 목표 중 하나가 다이어트다. 점심에는 다이어트 식단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고, 저녁 역시 다이어트를 핑계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퇴근 후 집에 오면 금세 배가 고프니 자연스럽게 자정이 되기 전에 잠들게 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지만, 시간이 다 해결해준다. 군것질, 술과도 멀어져 피부도 좋아진다. 이쯤 되면 ‘일타쌍피’의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다. 덕분에 그 때 내 몸무게는 생애 최저치를 기록했고, 회사와 집만 오가며 생활하니 한 달 용돈으로 30만원이면 충분했다. 통장에는 돈이 모였다. 살이 빠지니 SPA 옷도 명품처럼 소화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생활을 1 년 동안 지속했다. 주변에서 나를 두고 ‘독한 사람이다’ ‘비인간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돈은 모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갔다. 덕분에 인간관계도 한 번에 정리됐다. – 이민희(회사원)

쇼핑은 보너스를 타고
그해 나는 극도로 절제하는 삶을 살았다. 때마침 옮긴 회사는 집과 가까워 교통비도 거의 들지 않았고, 출퇴근 시간도 아낄 수 있었다. 회사 규모는 작지만 알짜였기 때문에 추석, 설날, 여름휴가 때엔 빠짐없이 보너스가 나왔다. 50만~1백만원씩 보너스가 입금되는 날은 나의 쇼핑 날이었다. 그때 빼고는 아주 급하게 필요한 화장품이 아니면 쇼핑할 일은 없었다. 친구들도 만나긴 했지만 어차피 나의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쇼핑이었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었다. 물론 중간중간 고비도 있었다. 때마다 오는 쇼핑몰 프로모션 관련 메일, 특가 세일 등 무수한 정보에 흔들렸다. 그래서 쇼핑을 편리하게 만드는 요소는 모두 없앴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도 없앴다. 불편했지만 돈을 쓰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버텼다. 쇼핑을 많이 하지 않은 덕에 그때 찍은 사진은 모두 불태우고 싶을 정도로 촌스럽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을 1년 참으니 종잣돈이 만들어졌고, 이전보다돈 모으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 박지영(디자이너)

깰 수 없는 통장
끈기는 부족하고,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 나를 옥죌 뭔가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카드값 채무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적금을 들면 1 년은 커녕 서너 번 붓다가 말았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면 어김없이 난 적금을 해약하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평생 돈이 없어서 결혼도 못하고 가난하게 살 것 같았다. 그래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자는 심정으로 청약통장을 만들었다. 남자친구와 결혼은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집이니 그 목표를 위해 돈을 모으자고 결심한 것. 청약통장은 한 번 해약하면 청약 자격을 잃는다는 것을 알고 덜컥 월 최대 납입액인 50만원을 붓기 시작했다. 물론 액수는 그달 나의 재정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지만 최대한 그 액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12개월간 6백만원이 모였고, 나머지 금액  4백만원은 연말 인센티브로 충당했다. 차분히 돈을 모아서 내년에는 결혼 해야지. – 안수영(기자)

현금이 왕이다!
술을 마시지도 않고, 영화 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나. 중고차가 있지만 주말 외에는 운전하지 않는다. 남자로서 돈 모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일까. 1년이면 2천만원쯤은 너끈히 모은다. 가장 큰 비결은 바로 현금이다. 신용카드가 하나 있지만 비상시를 대비한 것으로 거의 쓰지 않는다. 평소엔 체크카드 아니면 현금만 쓴다. 그토록 좋아하는 영화도 블록버스터처럼 큰 화면으로 봐야 제 맛인 작품 아니고서는 대부분 굿 다운로드를 이용해서 본다. 주말엔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영상자료원도 즐겨 찾는다. 인터넷 결제를 할 때는 무조건 계좌이체를 이용한다. 신용카드가 간편하고, 혜택도 많다고 하는데 난 그게 모두 빚이라  생각한다. 어쩌다가 값비싼 물건을 살 때에도 무이자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무조건 일시불로 결제한다. 한 번은 동네 주거래 은행 지점장에게 전화가 왔다. 예금 금리를 조금 높여주겠으니 은행을 옮기지 말라고 말이다. 역시 현금이 왕이다. – 김지성(회사원)

 

내가 돈을 못 모으는 이유
당신이 늘 돈이 없다고 하는 이유, 그리고 전문가의 따끔한 충고.

CASE 1 그 모든 원인은 스트레스
세금을 다 떼고 난 후 내가 받는 연봉은 8 천만원이다. 또래에 비해 월급이 적지 않다. 영업직인 나는 사람들 만나는 게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다. 쇼핑이나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푼다.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하는 경우가 일상이다. 이왕이면 밥도 맛있는 곳에서 먹고 싶어 좋은 레스토랑에 간다.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기 싫어 메뉴판 가격은 보지도 않고 구미가 당기는 대로 먹는다. 옷을 살 때는 ‘나를 위해 이 정도도 못해?’라는 생각으로 값비싸고 좋은 옷을 산다. 결국 내가 충동구매하는 할8의 원인은
회사, 일, 스트레스 때문이다.
→ 어렵게 버는 만큼 어렵게 써야 한다 돈을 못 모으는 사람들은 늘 일한 만큼 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신이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통장 잔액이 아닌 소득이 증명한다. 결코 적은 연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돈을 못 모으는 건 회사도, 가족도 친구도 아닌 당신의 탓이다. 이 사실을 일단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당신의 통장 잔액이 당신의 연봉만큼 있지 않다면, 당신은 심각하게 돈이 없는 사람이다. 앞으로 10~15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당신이 CEO가 아니라 면 대답은 ‘NO’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돈을 모아야 한다. 스트레스 받으며 힘들게 번 만큼 어렵게 돈을 써야 한다는 것, 잊지 마시라.

CASE 2 들쭉날쭉한 월급
매달 같은 금액의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분기에 한 번씩 상여금을 받는 다. 그 돈이 공돈 혹은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평소보다 더 많은 월급이 통장에 찍히면 필요하지 않은 것도 그때 몰아서 사게 된다.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면 훨씬 더 체계적으로 돈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부모님은 자꾸만 “돈 얼마 모았냐?”고 물으시는데, 어디에 내놓기 부끄러운 통장이다. 정말 발등에 불 떨어진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지출 아닌 저축을 계획한다 입사할 때부터 회사의 월급 지급 방식은 정해진 것이었다. 새삼 새로울 게 없다는 얘기다. 돈 모으지 못한 이유를 회사 탓을 하는 건 핑계일 뿐이다. 많은 사람은 돈을 다 쓰고 난 후, 남은 돈으로 어떻게 저축을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돈을 모으려면 지출하기 전에 저축 계획을 짜야 한다. 만약 홀수 달에는 1백만원, 짝수 달에는 1백50만원이 월급이라면 평균액은 1백25만원이다. 고정 월급이 1백25만원이라 상정해놓고, 그 안에서 적금할 금액을 계획한다. 또한 귀찮아도 카드 명세서는 꼭 열어서 확인한다. 예전에는 명세서를 우편으로 보내줘 보기 싫어도 봐야 했지만, 지금은 메일로 받기 때문에 꼼꼼하게 체크하는 일은 드물다. 한 달 동안 어디에 돈을 썼는지 반드시 눈으로 확인한다. 진실은 원래 불편한 법. 눈으로 확인하고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한다.

CASE 3 감당할 수 없는 경조사의 버거움
몇 달 돈을 잘 모으다가도 친한 친구의 결혼식, 장례식, 해마다 찾아오는 부모님 생신, 결혼기념일 등을 챙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금 통장을 깬다. 한 달 내내 주말에 빠짐없이 결혼식, 돌잔치 등을 간 적도 있다. 돈을 조금 모았다 싶으면 적금을 깨고, 다시 만든다. 이러니 돈 모으는 재미도 없다. 내 주변엔 왜 이렇게 경조사가 많은 걸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내가 돈을 못 모으는 이유 당신이 늘 돈이 없다고 하는 이유, 그리고 전문가의 따끔한 충고. ‘갑툭튀’ 하는 경조사를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적금 깨기 밖에 없는 것일까?
→ 경조사의 흐름을 파악한다 60대가 넘은 부모님도 서너 달에 한 번씩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외출을 한다. 경조사 관련 지출은 평생 동안 지속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경조사를 핑계로 돈을 못 모으겠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경조사에 드는 비용도 예산을 짜고 계획할 수 있는 지출이다. 경조사로 가장 바쁜 시기는 30대 초반이다. 축의금으로 적당한 최소 금액이 5만원이고, 최대 1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평균액은 7만원이다. 그리고 1년이면 84만원이 경조사 비용으로 나간다. 여기에 부모님 생신과 같은 고정된 기념일에 들어갈 돈은 별도로 생각한다면 1 백만원 안팎으로 해결된다(환갑처럼 큰 행사는 물론 따로 돈을 모아야 한다). 여유 자금이 어느 정도 있다면 새해가 되면 1백만원은 경조사 비용용 통장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만약 돈이 없다면 매달 만7원씩 돈을 저축한다. 경조사가 없는 달도 적금처럼 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갑작스러운 경조사에도 심리적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CASE 4 박봉이다
박봉으로 유명한 출판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입사 3년 차밖에 되지 않아 매달 통장에 찍히는 돈은 약 1백80만원이다. 평소에 쇼핑도 거의 하지 않고, 약속도 잘 안 잡는 편이다. 그나마 고정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남자친구다. 기념일도 10만원대 저렴한 선물을 주고받는 식으로 간소화하는데도 난 늘 돈이 없다. 소득에 맞게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나에게 1년 동안 1천만원을 모으는 일은 무리다.
→ 월급 60%는 무조건 저축한다 지금보다 1백만원 더 많이 번다고 저축을 더 하게 될까? 결코 아니다. 저축은 습관이기 때문이다. 형편에 맞게 저축한다면 돈 모으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물론 가장이거나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고,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예외다). 전문가가 말하는 저축 가능 지수는 9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나이를 빼서 %로 전환한 것이다. 당신이 30살이라면 월급의 60%는 적금을 부어야 하는 것이다. 딱 그만큼이 아니어도 싱글이라면 월급의 5 0~60%는 저축해야 한다. 결혼 후, 아이를 낳게 되면 저축 가능 지수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CASE 5 이 죽일놈의 역마살
대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원 없이 가고 있다. 한 번 여행 가면 쇼핑도 하기 때문에 다녀오면 2~3개월은 카드값 때문에 생활이 힘들다. 천만원 모으기는커녕 빚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 돈 모아서 여행한다 여행으로 돈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게 아니라면 여행이 취미인 사람은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다. 여행만 즐기다 평생 가난하게 살 수도 있고, 시간이 흘러 자제하게 될 수도 있지만 선택은 당신의 몫. 그러나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돈 모으는 목적을 확실히 한다. 목적이 없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빚 내서 여행 가느니 깔끔하게 포기하고, 쇼핑할 돈까지 넉넉히 모아 여행을 가시라. 돈 모으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