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 ‘슈퍼’ 빅사이즈의 패딩이 몰려왔다. 어마어마한 볼륨, 세련된 디테일과 테일러링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패셔너블한 패딩 시대에 패딩을 근사하게 입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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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딩이냐 코트냐. 옷장 앞에서 선택을 주저하는 혹한의 겨울 아침 풍경. 사실 추위에 패딩만 한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쩐지 후줄근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이제는 국민 패딩이라 불리는 캐나다 구스, 최근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로 오픈한 몽클레르와 에르노, 파라점퍼스와 노비스 등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허리를 잘록하게 넣고 퍼를 덧대는 것만으로 패셔너블하다고 말하기엔 2% 부족하지 않은가. 이에 패션 하우스들은 패딩이 좀 더 패셔너블해 보이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올겨울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패딩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하는 디자이너들의 선택은? 보다 볼륨을 키우고 컬러에 신경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 하우스에서 선보인 패딩 점퍼는 구태의연한 형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감한 테일러링의 힘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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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이는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였다.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을 적절하게 오가는 것이 특기인 그에게 패딩은 딱 맞는 재료였고, “럭셔리 패딩이라면 단연 이랬어야만 했어!”라는 새로운 형태의 패딩 점퍼를 탄생시켰다. 리한나와 지드래곤이 입어 화제가 되고 있는 발렌시아가의 패딩 점퍼는 거대한 패딩 목도리를 장착하고 깃을 높게 세워 미쉐린 타이어의 심벌 같은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한다. 지퍼를 열면 가슴 부분이 Y자 형태로 벌어져 어깨 뒤로 젖혀지는 새로운 원리를 접목하여 실용과 쿠튀르의 접점을 매우 부드럽게 이어간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디자인을 변형하기 위해 억지로 여성적인 요소를 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패딩이 지닌 투박함을 살리되 상체는 풍성하게 부풀리고 하의는 슬림하게 입는 것. 그리고 스틸레토 힐을 매치하는 것이 발렌시아가가 스포티한 패딩을 하이 패션으로 소화한 스타일링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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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하게 어깨를 드러내며 섹시함을 강조한 아크네의 패딩 룩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구멍이 난 누비이불을 뒤집어쓴 것처럼 거대한 크기의 선명한 오렌지색 코트는 투박했지만 드러난 팔과 어깨는 타이트한 소재를 입어 상대적으로 더욱 가늘게 여자의 몸을 강조했다. 올겨울 패셔너블한 패딩 점퍼의 승리를 이룬 스텔라 맥카트니 역시 ‘패딩은 투박하고 거대하게, 스타일링은 여성스럽게’라는 슬로건에 힘을 싣는다. 일절 동물의 털을 더하지 않은 충전재를 사용한 거대한 볼륨의 패딩 코트 시리즈는 오버사이즈가 여성스러움을 어떤 방식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지 증명했다. 목과 어깨 부분을 양껏 부풀린 벨벳 소재로 마감한 패딩 베스트와 코트에는 메탈릭 소재의 플리츠 스커트와 앞코가 날렵한 스틸레토 힐이 더해졌다. 벨벳 소재가 패딩을 더욱 드레시해 보이게 했고, 가냘픈 발목 위로 반짝이는 스커트가 움직일 때마다 그러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두 개의 패딩을 겹쳐서 스타일링한 스텔라 맥카트니의 패딩 점퍼는 발렌시아가와 마찬가지로 쇄골을 드러낸 V 라인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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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 모직 코트 위에 덧입은 짧은 볼레로 형태의 패딩 역시 상체를 풍만해 보이게 했지만 상대적으로 허리는 가늘어 보이게 하는 동시에 패딩을 코트와 레이어드하는 현명한 방법을 보여준다. 맥시 드레스와 맥시 패딩 코트를 함께 입는 것은 올겨울 가장 멋진 패딩 스타일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보다 과감하고 전위적인 패딩 아우터를 선보인 마르케스 알메이다의 컬렉션을 살펴보자. 아마 이들의 컬렉션을 처음 마주하면 어깨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 드러난, 오리털 이불을 감싼 것 같은 형태에 흠칫 놀랄 수 있다. 핫 핑크, 오렌지, 정말 이불처럼 하얀 흰색의 슈퍼 울트라 사이즈의 패딩은 거대한 솜뭉치로 보이게 할 터이니. 그렇지만 촬영을 위해 협찬받은 짧은 길이의 검은색 점퍼는 입어본 결과 가볍고 매우 따뜻했으며, 검은색 터틀넥에 스키니 핏의 데님과 입는다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만큼만 전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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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털 소재 귀고리는 디파 지나니 바이 반자크(Deepa Gurnani by Bbanzzac). 2 폴리에스테르 소재 패딩 점퍼는 96만6천원, 푸시버튼(Push Button). 3 레이온 소재 점퍼는 97만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 4 밍크 털 장식의 스웨이드 소재 슈즈는 가격미정,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5 실크 소재 드레스는 가격미정,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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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폴리에스테르 소재 패딩 톱은 가격미정, 사카이(Sacai). 2 울 소재 팬츠는 가격미정, 마르니(Marni). 3 나일론 소재 머플러는 12만5천원, 로키 마운틴 바이 플랫폼플레이스(Rocky Mountain by Platform Place). 4 나일론 소재 점퍼는 69만8천원,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Steve J & Yoni P). 5 레이온 소재 스커트는 가격미정, 스포트 막스(Sport Max). 6 양가죽 소재 가방은 가격미정, 발렌시아가 바이 분더샵(Balenciaga by Boon the Shop).

종합해보면 올겨울 패딩은 크면 클수록, 그 리고 투박하면 투박할수록 멋지다. 여성스러운 장식을 더할수록 촌스러워 보인다는 점에 유의할 것. 그렇기 때문에 상의는 거대하지만 하의는 슬림하게 강조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왕이면 광택이 나거나 선명한 컬러의 것을 선택하고 함께 입는 아이템은 최대한 여자임을 상기시키는 것들로 고르자. 당연 운동화보다는 하이힐이 당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