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안녕을 고한 그들이 지금 다시 안녕을 말한다. 그때는 마침표였고, 지금은 물음표이자 느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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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원이 입은 스트라이프 슈트와 베스트는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장수원이 입은 재킷은 생로랑(Saint Laurent). 셔츠는 김서룡 옴므. 팬츠는 칩먼데이(Cheap Monday).

아이돌은 만들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팬들에 의해서 말이다. 처음 <무한도전-토토가 2> 특집에서 젝스키스 멤버가 모두 모였을 때만 해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에피소드는 젝스키스라는 장막극을 펼치기 위한 ‘티저’에 불과했다. 젝스키스는 팬들에게 이별을 고한 그때처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했고, 이어 ‘세 단어’라는 신곡을 냈다. 그리고 지난 12월, 이들의 전성기를 함께한 노래가 담긴 앨범 <2016Re-ALBUM>이 발매됐다. 그들의 해체와 함께 뿔뿔이 흩어져 있던 팬들이 다시금 젝스키스를 위해 단단히 결집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새롭게 젝스키스의 매력에 빠진 팬들이 더해지며 ‘아이돌’ 젝스키스는 다시 만들어졌다. 촬영은 겨울비가 내리던 12월 어느 날 진행됐다. 촬영장 분위기는 친근하면서도 분주했다. 30명이 넘는 사람들 사이에서 팬과 스태프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웠다. 간간이 새어 나오는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만큼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소매가 긴 옷이 낯설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멤버에게 한 스태프가 “오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에요!”라고 말하고, 은지원은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이거 ‘기사도’ 때 성훈이가 입었던 허리 42짜리 바지 아니야?”라거나, 촬영 시간에 가장 먼저 도착한 막내가 다른 멤버들에게 “늦게 온 사람은 늦게 퇴근하면 돼요”라고 일침을 가해도 촬영장의 평균 온도는 낮아질 줄 몰랐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이 되는 젝스키스. 실제로 이들이 활동한 시간은 3 년 반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 다섯 명은 그 시간의 공백을 빈틈없이 가득 채울 것이다. 다시, 젝스키스라는 이름으로.

[ 은 지 원 ]
‘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ㅡ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애잔한 발라드 느낌도 있고, 그렇다고 요즘 후크송도 아니라서 멤버들도 마음에 들어 했죠.

메인 래퍼로서 ‘세 단어’의 랩 파트는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ㅡ지금까지 말하지 못하고 담아둔 말을 처음 표현하듯 거칠게 하고 싶었어요. 그동안 기회가 없었잖아요. 팬들과 재회하는 격한 감정을 담아 첫 녹음을 했어요. 그런데 그건 또 너무 세다는 의견이 있어서, 감정을 좀 추슬러서 한 게 지금 버전이에요. 너무 부드럽지만은 않게 감정을 전달한 것 같아요.

리메이크 앨범이 이번 주 발매되었죠. 기존 곡에 익숙한 사람들의 반응이 걱정되지는 않았어요? 특히 음악은, 추억의 힘이 세잖아요.
ㅡ물론 어색하겠죠. 알려져 있지 않은 곡들을 리메이크한 것도 아니고 대표적인 곡들만 리메이크했으니까요. 지용이 파트를 조심스럽게 다른 멤버로 채워야 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앨범을 오래 들어온 팬들은 지용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아쉬울 거예요. 또 그걸 새롭다고 생각해주는 팬들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원년 팬들과 새로 유입된 팬들의 접점 같은 앨범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내년에 신규 앨범이 나오니까, 연결고리로 볼 수도 있어요.

새롭게 녹음하면서 멤버들의 성장이 느껴졌어요?
ㅡ확실히 성훈이가 제일 많이 변했어요. 보컬 연습을 많이 한 게 느껴져요 . 저는 예전처럼 똑같이 부르라고 하면 할 수 있어요. 해체 이후로는 랩에만 집중하고 노래 연습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성훈이는 정말 많이 변했어요. 재덕이와 재진이도 좋아졌어요. 우리 멤버들 중에선 재진이가 의외로 절대 음감이에요. 음을 정확히 잘 표현해요. 수원이는 더 이상해졌죠.(웃음) 수원이는 성대결절이 한번 왔었어요. 그 뒤로 음이탈이 자주 나서 조심하고 있어요.

곡을 리메이크하면서 가사가 조금씩 바뀌었는데, 춤도 바뀌었나요?
ㅡ아주 대표적인 춤은 그냥 두었고, 시간이 없어서 아직 안무 수정을 못한 곡도 있어요. 새로 바뀐 ‘커플’ 같은 경우는 그걸 계속 흥얼거리고 부르다보니 신기하게도 이전 게 기억이 안 나요. ‘컴백’은 구성이 많이 바뀌어서 안무로 노래를 외웠어요.

 

[ 강 성 훈 ]
일본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죠? 뮤직비디오에 ‘한’이 있다고 말해왔는데, 그 갈증이 좀 해소되었나요?
ㅡ아니요, 더 한이 맺혔어요. 우리가 소화를 잘 못한 것 같고, 너무 추웠기 때문인지 표정도 경직되어 있고…특히 여자 모델과 연출하는 부분은 어색함이 보이더라고요. 아쉬움이 남아요. 신곡은 더 YG답게, 더 젝키답게 찍고 싶어요.

‘세 단어’에서는 창법을 바꾼 건가요?
ㅡ예전에는 가사 하나하나에 악센트를 주었다면 지금은 특별한 악센트 없이 편안하게 불러요. 타블로와 퓨처바운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버전으로 불러봤어요.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불렀죠.

예전에 부른 곡을 새롭게 녹음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어요?
ㅡ그 자체로 무척 떨리더라고요. 예전에는 녹음실 갈 때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오늘은 어떻게 혼이 날까 두려워했다면, 지금은 녹음실에 들어갈 때 즐거워요. 현장 분위기도 너무 좋고, 모든 스태프가 저희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고 존중해줘요. 그러니까 흥이 날 수밖에요.

가장 마음에 드는 리메이크 곡은 어떤 곡이죠?
ㅡ세련되게 바뀐 ‘연정’과 ‘Come To Me Baby’가 마음에 들어요.

콘서트와 리메이크 앨범에 실리지 않은 곡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발라드 곡이 있나요?
ㅡ지난 콘서트에서 제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Say’를 좋아해요. 또 ‘하얀밤에’라는 곡도 좋아하는데 이번 연말 콘서트에서 해요.

 

[ 이 재 진 ]
최근에 SNS 계정을 없앤 이유가 있어요?
ㅡ젝스키스 공식 홈페이지가 만들어졌거든요. 팬들이 그쪽에 더 집중하기를 바랐어요.정보를 분산시키기보다는 한쪽으로 몰고 싶었거든요. 다른 멤버들도 개인 계정은 다 없앴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머리가 파란색이네요.
ㅡ염색하고 오는 길이에요. 사실 멤버들이 예전부터 파란색으로 염색해보라고 권하면서 “이히히” 하고 비웃었어요. 설마 파란색 머리를 하겠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계속 안 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하게 된 거예요.

멤버 중 유일하게 브이앱을 진행했어요.
ㅡ다른 멤버들은 관심이 없길래 관계자 미팅하면서 제가 매주 방송을 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은 화실 가서 그림을 그리니까, 그걸 찍겠다고 한 거죠. 방송 첫 회만 보면 정말 그림만 그려요. 그림 그리면서 팬들 질문을 모니터링할 수 없으니까 화실 교수님이 몇 개 추려서 대신 물어봐주면 대답하는 식이죠.

방송에서 팔뚝 근육을 드러낸 채 그림에 몰두하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어요.
ㅡ브이앱은 생방송인 데다가 대본도 없으니까 할 게 없잖아요.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은 거예요. 여름에 찍은 방송에서는 워낙 제가 더위를 많이 타서 민소매를 입은 것뿐이고요. ‘내가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니까 그쪽 팔뚝이 더 두꺼워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방송하지는 않아요.

군 제대 후에는 줄곧 그림에만 몰두한 건가요?
ㅡ그림을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2010년에 조카 돌보면서 지내다가 우연히 회사 디자인팀에 들어가서 일했죠. 그때 2011년 나온 빅뱅 베스트 앨범에 제 그림 열장이 들어갔어요. 그리고 2014년에는 조카가 많이 자랐고, 마침 회사 이사님이 그림을 권유해서 시작했죠. 그런데 전 조카랑 같이 놀이공원 가고, 제주도 여행하면서 노는 게 좋아요. 돈도 별로 안 쓰게 되더라고요.

 

[ 장 수 원 ] 멤버 중에서는 은지원 씨 다음으로 연예계 활동을 활발히 했죠?
ㅡ로봇 연기 덕에 유독 많이 활동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본격적으로 혼자 활동한 건 2년밖에 안 됐어요. 특히 예능에서는 포장하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는 것 같아요.

로봇 연기는 자칫 연기력 논란으로 불거질 수 있었는데, 오히려 당신에게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ㅡ초반에는 사람들이 질책하다가 분위기가 반전돼 웃음의 소재가 됐고, 그게 저의 매력이 된 것 같아요. 그 덕에 성격이나 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초반 반응 그대로 비난만 받았다면 행동 하나하나 움츠러들었을 텐데 운이 좋았죠. 옛날 같았으면 웃음 소재가 되기는커녕 욕만 먹고 자숙해야 했을지도 몰라요. 다행히 요즘엔 ‘병맛 코드’라는 게 있고 방송 흐름도 바뀌어서 저한테는 정말 좋은 기회이자 행운이었죠.

멤버들이 다시 모이는 데에 당신의 영향이 컸다고 하던데요?
ㅡ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그리웠어요. 젝스키스로는 고작 2년 반 정도 활동한 건데 그때는 친한 형, 친구들이랑 놀러 다닌다는 생각으로 활동했던 것 같아요. 다시 기회가 오면 더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요즘은 그룹 활동을 하더라도 사적으로는 별로 친하지 않은 아이돌도 많아요.
ㅡ요즘 친구들은 팀 활동을 하면서도 자기가 더 돋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젝스키스는 예능에서 누구 하나가 더 튀고 싶어 한다거나 연기나 솔로 활동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멤버는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요즘 아이돌처럼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해체 후에도 모든 멤버와 연락한 유일한 사람이었죠?
ㅡ인간관계가 넓어요. 상대가 나와 안 맞는다고 관계를 끊지는 않아요. 피해를 주거나 싸운 게 아니라면 두루두루 연락하며 지내는 편이죠.

 

[ 김 재 덕 ] <2016Re-ALBUM> 앨범을 발매하면서 새로운 파트가 많이 생겼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ㅡ‘커플’ 랩 파트가 마음에 들어요. 타블로가 랩 메이킹을 해줬는데, 가사에 담긴 감성도 좋고 가사도 예쁘고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다 같이 무지개를 그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지원이 형이 아이디어를 냈죠.

‘커플’ 뮤직비디오를 새로 찍으면서 멤버들이 말했던 뮤직비디오에 대한 갈증은 좀 풀렸나요?
ㅡ사실 저는 뮤직비디오에 대한 갈증이 심한 편은 아니었어요. 과거에는 사무실에서 찍거나 다른 영상을 짜깁기해 쓰는 등 분명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즐겁게 잘 나왔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는 새롭게 하게 된거니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

촬영은 어땠어요?
ㅡ멤버들과 함께 일본에 간 것 자체가 가장 좋았어요. 일정이 촉박하기도 하고 각자 따로 촬영을 해서 밥 먹을 때 빼고는 멤버들끼리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건 아쉬웠죠.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현장 가서 촬영하고. 추우니까 밖에 오래 못 있잖아요. 멤버들이 커플 신 찍을 때 어색해하는 거 구경하고 싶었는데 많이 못 봤어요. 실내 촬영할 때 잠깐 구경하긴 했는데 다들 슛 들어가니까 곧잘 하던데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ㅡ오백원짜리 동전만 한 눈이 펑펑 와서 멤버들이랑 눈 구경했어요. 촬영이 가장 먼저 끝난 저와 재진이, 수원이까지 셋이서 삿포로 맥주 공장에 가서 잠깐 한잔하고 오기도 했어요. 셋이 같이 다닐 때 공원에 갔는데 재진이가 거기서 침팬지 흉내 낸 것도 되게 웃겼어요.

예전과 비교해서 팀 생활이 많이 달라졌나요?
ㅡ각자 성격이나 스타일은 예전 그대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까 성숙하고 의젓해진 부분은 확실히 있어요. 예전보다 다들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과거에는 철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면 지금은 다들 자발적으로 참여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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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이 입은 오버사이즈 재킷은 얼킨. 후디 티셔츠는 베트멍(Vetements). 팬츠는 생로랑. 슈즈는 팀버랜드 (Timberland). 강성훈이 입은 슈트와 체크 스웨터는 모두 뮌(MUNN). 셔츠는 구찌(Gucci). 슈즈는 디올(Dior). 이재진이 입은 재킷은 뮌. 셔츠와 블랙진, 앵클 부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자세한 내용은 얼루어코리아 2017년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