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을 지나는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가 소란하다. 이럴 때 문화며 예술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삶을 견디게 하는 건 즐거움과 아름다움이다. 2016년, 우리가 누린 문화와 예술.

 

Stage

정부를 위한 무대는 없다
올해 문화계는 블랙리스트 이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총 9473명이 포함된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문화 정책 집행 현장에서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드러났고 연극계는 가장 먼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것이 연극 <권리장전 2016_검열각하> 프로젝트다. 이 저항과 연대의 연극제는 144일간 연극 22편에 22명의 연출가와 21개 극단, 332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110회차 공연 중 40회차가 매진되고 관객 6671명이 이를 관람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개막작 <검열 언어의 정치학>은 상투적이고 모호한, 형체 없는 단어로 가득한 검열 언어에 대해 꼬집었고 이후 검열의 역사적 배경, 자기 검열에 시달리는 지식인의 초상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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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의 선전
올해의 뮤지컬은 단연 <마타하리>였다. EMK 뮤지컬 컴퍼니의 첫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 5회 예그린뮤지컬 어워드에서 올해의 뮤지컬상, 무대예술상, 여자인기상(배우 옥주현)을 거머쥐며 3개 부문을 석권했다. <마타하리>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스파이로 지목돼 처형당한 무희 ‘마타하리’를 주인공으로 다룬 작품이다. 기획 단계부터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겨냥하며 웅장한 세트, 화려한 의상 등 절정의 무대 연출을 선보였다. 이후, 중국 시장 진출을 포함해 해외 배급과 유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 현재 내년 공연을 위한 주·조연 및 앙상블 배우 오디션이 진행 중이다. 초연과 재연에서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그날들>은 지창욱, 오종혁 등 기존 배우와 신예들을 더해 고 김광석의 20주기를 맞아 세 번째 무대를 준비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도 발자취를 남겼다. 부동의 티켓 파워 1위를 자랑하는 김준수가 주연을 맡아 활약했다.

공연 관객수가 얼마예요?
공연계의 오랜 숙원 사업인 공연 예술 통합 전산망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예스 24, 인터파크, 하나투어 등 주요 예매처 여섯 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사용되는 KOPIS는 예매 시장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 예매 사이트를 제외하고 국·공립 공연 시설의 정보만 공개되어 사실상 전체 시장의 10퍼센트만 노출되고 있다. 일례로 현재 KOPIS에 게재된 통계에 따르면 올해 흥행한 뮤지컬 <마타하리>의 관객수는 고작 100명이다. 분산되어 있는 자료를 통합해 공연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적 발전 기반을 조성한다는 게 공연전산망 구축 사업의 요지다. 공연계는 영화통합전산망처럼 정확한 통계자료를 갖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이돌

좌: <마타하리>의 레오. 우: <지구를 지켜라>의 키.

무대 위의 아이돌
올해 무대에서도 아이돌 스타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샤이니의 키는 장준환 감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첫 연극에 도전했다. 개런티나 극장의 규모와 상관없이 좋은 콘텐츠를 알리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빅스 레오도 뮤지컬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갔다. 2년 전 뮤지컬 무대에 처음 도전한 그는 <마타하리>에서 아르망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맘마미아>의 서현은 발랄하고 톡톡 튀는 캐릭터로 무대에 섰다. FT아일랜드의 메인 보컬 이홍기 역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했다. <그날들>에 참여한 그는 행복하고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스타 탄생
지난해 10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클래식 팬들을 몰고 다니며 눈에 띄는 활동을 펼쳤다. 올해 2월 쇼팽 콩쿠르 우승자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7월에는 서울시향과 협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미국 순회 공연을 돌았으며 11월 말경에는 첫 스튜디오 레코딩 음반 <쇼팽 : 피아노 협주곡 1번·발라드>를 발매한다. 음반 발매에 앞서 쇼케이스도 진행한다. 내년 계획도 알차다. 1월에는 롯데 콘서트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펼치고, 2월에는 뉴욕 카네기홀 독주를 앞두고 있다.

 

무대에 선 배우들

좌: <클로저>의 박소담. 우: <햄릿>의 김강우.

무대에 선 배우들
올해도 여전히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박소담은 올해만 두 개의 작품에 참여했다. 지난 1월에는 <렛미인>에서 뱀파이어 역할로 열연했으며, 이어 <클로저>에서 사랑에 저돌적이고 맹목적인 자유분방한 스트립 댄서 역할을 맡았다. 프레스콜에서 박소담은 방송과 영화에서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역할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좀 더 성숙한 멜로를 하고 싶었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객을 만나고 소통하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데뷔 15년 차 배우 김강우는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다. <햄릿-더 플레이>에서 햄릿 역할을 맡은 그는 공연의 매력으로 무대는 배우의 연기가 날것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생동감 있고, 배우로서 솔직해질 수 있다는 점을 뽑았다.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윤박도 있다. <망원동 브라더스>에 출연한 그는 연극이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다시 한 번 다잡는 계기가 된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계속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말 무대를 찾는 배우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87년생 두 배우, 박정민과 문근영이다. 역대 가장 섹슈얼한 커플의 탄생을 예고한 포스터 사진이 공개된 이후 온라인상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입증하듯 현재 연극 전체 예매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문근영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새 극장

좌: 롯데 콘서트홀. 우: 돈화문 국악당

새 극장
공연의 질을 높여줄 전문 공연장이 다양하게 생긴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문을 연 전문 공연장 두 곳.
롯데 콘서트홀
서울에 새로운 클래식 전용홀이 문을 열었다. 롯데 콘서트홀은 총 2036석 규모로 무대 사면이 객석으로 둘러싸인 빈야드형 공연장을 표방한다. 무대 근처에 좌석이 많이 배치되었기 때문에 청중이 연주자와 가까이서 교감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무대 뒤쪽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도 흥미로운 요소다.
돈화문 국악당
국악을 위한 공간으로,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어 미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지하에 위치한 실내 공연장은 반 아레나 형태의 객석을 갖추고 있으며 음향 장치에 의한 별도의 확성장치 없이 더 청명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객석은 총 140석으로 소극장 규모다. 지상에는 잔디로 조성된 국악마당이 있다. 공연 및 행사가 없는 날에도 항상 개방되어 있다.

 

옥상에서 공연을

수현재 10분 극장이 열리는 옥상 무대.

옥상에서 공연을
올해 신선했던 시도 중 하나는 배우 조재현이 설립한 공연제작사, 수현재컴퍼니의 수현재 10분 극장이다. 공연장에 일찍 도착한 관객에게 새로운 형태의 재미를 선사하고 젊은 창작진에게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5월에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바람이 솔솔 부는 옥상에서 해가 저물어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진행된 10분 극장은 단 10분 분량의 단막극을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되어왔다. 11월 11일 마지막 공연을 마쳤으며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창작진과 제작사가 만든 공연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창작 과정부터 관객들의 의견을 받으며 공연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수현재컴퍼니의 시도는 꽤나 영리하다.

떠오르는 별들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연이어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 소식을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은 일본에서 열린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피아니스트 한지호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여름에 열린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가을에는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다. 모두 20대의 젊은 연주자들로 앞으로 클래식 무대에서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떠오르는별

왼쪽에서부터 장은아, 임별, 김성철, 김선호

무대 위 뉴페이스
공연 제작사에서 주목한 새로운 얼굴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들이다.
장은아 by 신시뮤지컬컴퍼니
2012년에 데뷔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레베카> 등에 출연한 장은아는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다. 하반기 뮤지컬 <아이다>에서 윤공주와 함께 아이다 역을 맡아 열연한다.
임별 by 아시아 브릿지 컨텐츠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공연한 뮤지컬 <머더발라드>로 데뷔했다. 이어 <곤투모로우>에서 이완이라는 악역에 더블캐스팅됐다. 묵직한 저음에서 나오는 가창력과 여유로운 연기력이 돋보인다.
김성철 by 수현재컴퍼니
한 뮤지컬 시상식에서 조승우가 ‘멘토 같은 후배’로 꼽은 배우다. <스위니 토드>, <베르테르>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하얗고 귀여운 얼굴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김선호 by 악어컴퍼니
<트루웨스트>, <거미여인의 키스>, <클로저> 등에 출연했다. 작년부터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한 배우로 무대 위에서 선사하는 에너지가 폭발적이다. 발전 가능성이 큰 배우.[/fusion_builder_column][/fusion_builder_row][/fusion_builder_conta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