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들이 연말을 위한 여행지와 호텔을 추천했다. 각자가 선택한 공간에 개인적인 추억이 물씬 묻어난다. 여행과 호텔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

 

꿈의 숙소-6

세바스찬 폭스
스리랑카의 실론티 트레일(CEYLON TEA TRAILS)
스리랑카가 처음부터 차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1870년까지 스리랑카 언덕에는 커피 농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곰팡이균이 돌아 커피농장이 피해를 입으면서 많은 사람의 생계 수단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런 어려움에 맞서 제임스 테일러라는 영국인이 주축이 되어 중국과 인도에서 가져온 차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결과 10년 만에 스리랑카는 브로큰 오렌지 페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등 다양한 차종을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내가 스리랑카에 처음 간 것은 1981년이었는데, 당시 <가디언>지의 크리켓팀의 일원으로 방문했다. 우리는 누와라 엘리야(Nuwara Eliya)에서 힐클럽(Hill Club)이라는 곳에 머물렀는데 다이닝룸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타이까지 갖춰 입고 가야 하고, 호텔 버틀러도 늘 깔끔하게 하얀 옷을 차려입는 곳이었다. 최근에 아내와 함께 다시 스리랑카에 왔을 때는 보가완탈라(Bogawantala)라는 마을의 차 농장을 찾았다. 농장에 딸린 방갈로 네 개를 호텔로 활용하고 있는 곳으로, 네 군데를 합쳐서 티 트레일스(Tea Trails)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이 방갈로에서는 예전 영국 식민지 시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물가 쪽 방갈로인 캐슬레이(Castlereagh)와 중국의 차 재배 마을의 이름을 딴 언덕 위 방갈로 톈진(Tientsin)에서 묵었다. 톈진이 차 농장에 가깝다면, 캐슬레이는 빛을 받아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호수 전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만약 100년 전이었다면 콜롬보의 화려한 나이트라이프를 즐기러 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시야가 트인 경치와 밝은 빛, 맛있는 로컬 음식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곳이 떨쳐내기 힘든 유혹의 장소다.

 

꿈의 숙소-7

베스 디토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ACE HOTEL PORTLAND)
2003년에 포틀랜드로 이사를 왔다. 이제는 힙스터 문화의 대명사지만 이곳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오리건에서 그리 눈에 띄는 도시는 아니었다.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특유의 ‘포틀랜드스러움’ 때문이다. 우리 집은 포틀랜드의 북쪽에 있지만 주로 노는 곳은 ‘앨버터 아트지구(Alberta Arts District)’로 개성이 강한 곳이 많아 늘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에이스 호텔은 2007년에 시애틀에 이어 두 번째로 포틀랜드 시내에 문을 열었다. 디에 위치하고 있든 에이스 호텔은 젊음의 에너지로 대변되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에이스 호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단체로 머무를 경우특별 할인을 해준다는 점이다. 참고로, 포틀랜드의 음악 신은 정말 핫하다.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훌륭한 공연장이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크리스털 볼룸(Crystal Ballroom)이다. 레코드 쇼핑을 하고 디제이 공연을 즐기기도 완벽한 곳이다. 그러나 이 많은 매력을 뒤로하고 무엇보다도 포틀랜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의 집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꿈의 숙소-9

로자먼드 파이크
베이징의 아만 서머 팰리스(AMAN SUMMER PALACE)
아만 서머 팰리스는 중국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바치는 찬가와 같은 곳이다. 올 때마다 느끼는 놀라운 점은 바로 베이징의 악명 높은 대기오염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항상 은은한 향에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뜰을 둘러싸고 사방에 건물이 배치된 구조는 중국 전통 디자인 원리에 따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는 느낌을 준다. 릭샤를 타고 객실에 도착하면 정교한 장식이 새겨진 목재 건축,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호수, 그리고 그 멋진 전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특히 임페리얼 스위트의 황홀한 아름다움은 말문이 막힐 정도다.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듯한 방에서,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음식 맛도 놀랍지만 아름다운 플레이팅도 제 몫을 한다. 부드러운 실크 파자마를 입고 중국 마사지를 받으면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이곳에는 바로 서태후의 여름 별장이었던 이화원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다. 새벽 어스름이 질 때, 이화원을 방문하면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마주칠 사람이라고는 아침부터 일어나 조깅하는 베이징 사람들과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뿐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끝나갈 때쯤 다시 가서 흐드러지게 핀 작약 향기를 맡으면서 원명원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 날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자물쇠를 받았다. 마법과 같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만 서머 팰리스에서 보낸 시간을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다가 이곳이 그리워질 때면 언제든 열어볼 것이다.

 

꿈의 숙소-8

빌 나이
뉴욕의 칼라일 호텔(THE CARLYLE)
뉴욕은 공연의 도시이다. 뉴욕은 대부분 일 때문에 가는데 사실 뉴욕을 즐기기에 가장 멋진 방법이긴 하다. 그냥 관광객으로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뉴욕의 일부분이 되는 건 꽤나 기분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연극을 처음 한 것은 크리스마스 때였다. 다들 뉴욕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에 대해 말하며 겁을 줬지만 늘 콧방귀를 뀌곤 했다. 하지만 뉴욕은 정말 추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겨울이 매력적인 도시다. 칼라일 호텔은 뉴욕의 매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뉴욕에는 모던한 부티크 호텔이 많지만 그런 곳에서 머물 때면 마음이 편하지 않고 미적으로도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칼라일 호텔은 다르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우아한 매력이 있다. 여기에 있으면 마치 194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라서 존 F. 케네디, 마릴린 먼로, 그리고 프랭크 시내트라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며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칼라일 호텔만은 그대로다. 이곳에서는 항상 스위트룸 1103호에 머무른다. 조용하고 웅장한 객실로,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고 크고 푹신한 침대가 있다. 거실 또한 내 집만큼 편안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호텔 바에 피아노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내가 피아노를 치는 건 아니지만, 그냥 피아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에스프레소에 스크램블드에그를 먹은 후 한 블럭 건너 센트럴 파크로 산책을 간다. 중간에 마음에 드는 서점이 있으면 들어가 구경한다. 뉴욕에서 하루를 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꿈의 숙소-10

플로렌스 웰츠
로스앤젤레스의 샤토 마몽(CHATEAU MARMONT)
샤토 마몽에 처음 묵었을 때가 기억난다. 디즈니랜드의 ‘타워오브테러’처럼 저주받아 버려진 호텔 같아 보이는 외관이 기묘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좋아하는 객실은 맨 위층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파란 방이다. 안락한 소파에 벽난로까지 갖춰져 있는 공간인데 아직도 벽난로를 어떻게 켜는지 모르겠다. 그래미 시상식이 열리는 기간에 머무른 적이 있는데 그때 일행들과 밤새 뒤풀이를 하다 결국 화장실 욕조에서 엎드린 채로 뻗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모습을 아무도 못 본 것이 천만다행이다. 샤토 마몽의 정원에서는 프로듀서, 배우, 모델, 아니면 술 취해서 비틀대는 가수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정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라고 추천한다. LA의 진면목을 보기에 이처럼 흥미진진한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푸드 레스토랑 무소앤프랭크(Musso & Frank’s)는 꼭 가봐야 한다. 특히 참치 샐러드 맛이 끝내준다. 샤토 마몽에서는 주로 신선한 레모네이드와 함께 아란치니(시칠리아식 주먹밥)를 먹는다. 밴드 멤버들과 함께 바에 가서 그나마 제 정신일 때는 가볍게 더티 마티니만 마시기도 한다. 물론 날이 밝아올 때까지 특대 사이즈의 보드카를 몇 병씩 마신 적이 더 많지만 말이다. 술에 취한 우리를 잘 챙겨준 호텔 스태프들에게는 몇 번씩 사과하고 또 고마워해도 모자란다.

 

MY FAVORITE HOTELS
여행을 많이 하고 좋아하는 인사이더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와 그곳에서 가장 트렌디한 숙소를 소개한다. 겨울에 떠나기 좋은 곳들만 모았다.

오키나와, ANA 인터컨티넨탈 만자 비치 리조트
만자모와 만자비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빼어난 입지 조건에 고급스러운 서비스가 더해져 특별한 휴식을 보장한다. 해양 심층수를 배합한 대욕장과 스파 등의 부대시설은 물론이고 패러세일링, 크루즈, 보트스노클링
등 겨울에도 다양한 비치 액티비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문의 www.anaintercontinentalmanza.jp – 박설희(<디스 이즈 오키나와> 저자)

다낭, 인터컨티넨탈 다낭 리조트 세계 최고의 럭셔리
호텔 중 하나로 유명 건축가 빌 벤슬리가 설계하고 2016년 세계 럭셔리 스파 상을 수상한 스파설립자 폴 한과 풋 트리트먼트 전문가 바스티엔 곤잘레스, 미슐랭 스타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가 참여했다. 각종 수상경력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그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문의 danang.intercontinental.com/kr – 한동철(<셀프트래블 다낭, 나트랑> 저자)

칸쿤, 파이니스프 플라야 무하레스
엑설런스 그룹의 세컨드 리조트이며 성인만 입장할 수 있는 리조트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리조트로 바뀌었다. 성인 전용 수영장과 공간이 따로 있으니 커플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12개의 고급 식당과 4개의 풀 사이드, 스윔업바와 11개의 대형 수영장을 갖췄다. 문의 www.excellencegroupluxuryresorts.com – 주소은(<칸쿤 홀리데이> 저자)

레이캬비크, 크보신 다운타운 호텔 1900년대에 세워진 건물을 개조하여 문을 연 부티크 호텔로 주방 시설을 갖춘 아파트먼트다. 디자인 가구와 사랑스러운 소품이 투숙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와인이나 맥주를 즐기기 좋은 클러스터 다운타운 바(Klaustur Downtown Bar)와 레스토랑인 버그슨 마터스(Bergsson Mathús)도 인기있다. 문의 www.kvosinhotel.is – 김문희(<아이슬란드101> 저자)

도쿄, 호시노야 후지 호시노야에서 2015년에 글램핑을 콘셉트로 문을 연 곳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가와구치 호수 앞에 자리하고 있다. ‘캐빈’이라고 불리는 40개의 객실에는 모두 테라스가 있어 울창한 숲과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숲 속에서 낭만적인 캠프파이어를 즐기고 그릴 다이닝을 맛보는 이색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문의 www.hoshinoyafuji.com – 엄윤주(<동경맑음> 편집팀)

신트라, 카사 미라도우로 포르투갈 신트라의 게스트 하우스로 동화에 나올 법한 3층짜리 집이다. 1890년에 군인 장교의 가족을 위해 지어진 집으로, 개조를 거쳐 호텔로 다시 태어났다. 전망이 좋은 집을 의미하는
카사 미라도우로라는 이름처럼 대서양을 향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각각의 특징을 살려 디자인된 여덟 개의 방을 갖추고 있다. 문의 www.casamiradouro.com – 여하연(<더 트래블러> 편집장)

싱가포르, 호텔 배가본드 41개 객실을 갖춘 이 호텔은 프랑스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가 디자인했으며 아르데코 스타일의 건물 양식을 표방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파리지앵식 살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배가본드 살롱이다. 칵테일을 마시며 현지 아티스트와 어울리거나 공연을 보고, 독립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문의 www.hotelvagabondsingapore.com – 이수정(크레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