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에 열광하고, 멋지게 꾸미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패션 월드에서 패키지는 단순한 포장 그 이상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이자. 브랜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도 하는 패키지 효과.
정성스럽게 싼 포장지나 박스를 풀 때를 떠올려보길. ‘스르륵’ 하고 리본이 풀릴 때 느껴지는 희열, 박스를 마주했을 때의 기대는 안에 담긴 내용물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만족감을 선사한다. 티파니의 ‘블루 박스’ , 까르띠에의 ‘레드 박스’, 에르메스의 ‘오렌지 박스’ , 샤넬의 ‘블랙 박스’처럼 패키지라는 것은 때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요소가 된다. 티파니는 1845년부터 블루 컬러를 박스, 쇼핑백, 광고 등 모든 것에 사용하고 있으며, ‘티파니 블루’는 정식 컬러명으로 등재될 정도로 티파니와 동일시되고 있다. <쇼핑학>의 저자 마틴 린스트롬은 여성들이 티파니 블루 박스를 보기만 해도 심장 박동수가 2% 상승한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즉 패키지가 상품만큼이나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로 각인 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 에르메스 오렌지 박스 역시 50년 넘도록 사용되며 브랜드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에르메스의 패키지가 처음부터 오렌지 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1920년대에는 흰색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염료가 부족해지면서 천연가죽 색상과 가장 비슷한 오렌지색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 그리고 60년이 지난 지금은 에르메스 오렌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러가 됐다.
에르메스, 티파니처럼 하나의 패키지를 오래 고수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기점으로 패키지를 새 단장해 선보이기도 한다. 2015년 봄/여름 시즌,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을 때 컬렉션 직후 윈도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패키지와 로고 컬러 등을 재정비한 것을 보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패키지는 동일 선상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만든 패키지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트 디렉터 크리스 루스의 독창적인 일러스트가 그려진 포장지와 쇼핑백이 탐나서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 쇼핑을 하게 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고, 까멜리아를 달아주는 샤넬의 쇼핑백은 SNS상에서 유독 ‘인증샷’이 많이 올라온다. 선물 구입이 많아지는 홀리데이 시즌이면 브랜드는 패키지에 더욱 신경을 쓴다. 버버리는 지난 5월에 패키지와 리본 장식을 새롭게 선보였는데 11월 ‘북 오브 기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