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달 제너는 매일 더 유명해진다. SNS로 그녀를 지켜보는 수천만 팔로워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한다. 의외의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켄달 제너와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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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소재 드레스는 클로에(Chloe). 귀고리는 마야 브레너(Maya Brenner).

켄달 제너는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한 장소에 무려 2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데님 쇼트 팬츠에 흰 크롭트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프린지 장식이 달린 스웨이드 재킷을 걸친 그녀는 생각보다 키가 커서 멀찍이서도 그녀가 켄달 제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려고 자리에 앉은 제너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으려고 하기에 슬쩍 잠금 화면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다. 19금이라며 건넨 화면에는 “너 나 때문에 흥분했지? 아닌 척 하지 마”라고 적힌 말풍선이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제너는 다정하면서도 신중했다. 이야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있잖아(like)”,“완전히(literally)”, “쩔어(gnarly)” 같은 표현들만이 그녀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레스토랑 밖에서 사람들이 우리 쪽을 빤히 쳐다보는 데도 질문에 답하는 그녀의 태도는 흔들림 없이 차분했다. 딱 한 번, 래퍼 에이셉 라키와의 열애설에 관해 물었을 때만 줄곧 유지되던 침착한 태도가 흔들렸다.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또래 소녀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건 제 사생활이에요. 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누굴 만나고 누구와 데이트를 하든 고민을 많이 하고 만나는 건 아니에요. 저조차 제 감정에 대해 확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카다시안 패밀리 중에서 조용하고 얌전한 축에 속했던 제너는 올해부터 좀 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으로 변했다. 더 이상 리얼리티 TV쇼의 스타가 아닌 패션계의 정점에 선 모델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처음 런웨이에 선 건 2014년 마크 제이콥스의 가을/겨울 패션쇼였다. 눈썹 끝부분을 탈색하고 시스루 톱을 입은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모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해 제너는 에스티 로더의 뮤즈로 발탁되었고 이듬해에는 파리에서 열린 샤넬 패션쇼 피날레 무대에 서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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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와 폴리에스테르 혼방 소재 드레스와 슈즈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제너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그녀의 SNS다. 제너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2천만 명이 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천만 명에 육박한다. 왜 SNS 유저들은 제너에 열광할까? 이에 대해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제너의 성장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TV쇼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다. 시청자들은 무려 9년 동안 제너의 성장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그녀를 친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제너는 스타로서의 신비로움이나 팔로워 수에 연연하지 않고 쿨하다. “저도 인스타그램을 신경 쓰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대부분 셀카 사진이나 몸매를 뽐내는 사진뿐이에요. 물론 저도 그런 사진 좋아하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요. 저도 가끔씩 몸매를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거든요.” 그녀의 패션 센스도 팔로워 수 증가에 한몫한다. 옷을 입는 게 직업이긴 하지만 그녀는 본인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있고 대중들은 그것에 열광한다. “전갈자리여서 그런지 좋고 싫은 것이 잘 안 바뀌어요. 좋다고 말하면 정말 좋아하는 거고, 싫다고 말하면 완전 싫어하는 거죠.”
지지 하디드나 카라 델레바인 등 또래 셀러브리티와의 친분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헤일리 볼드윈과 는 깨진 하트 모양의 타투를 똑같이 새길 정도로 친하다. 제너는 친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한다. “약간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를 슈퍼 내추럴 프렌드 그룹(Super Natural Friend Group)이라고 불러요.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고 있고 그건 우리가 동경해온 삶이죠.” 그녀는 최근 트위터에 ‘그거 치우고 나랑 얘기 좀 해(Put that away and talk to me)’ 라고 썼는데 이건 그녀가 평소 자주 하는 말이다. “누가 저와 같이 있는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그렇게 재미가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별로에요. 우리 모두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딴 생각을 하는 거죠.” 그녀 주위에도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걸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2 년 전 동생 카일리와 함께한 휴가 이야기를 꺼냈다. 아름다운 광경에 취한 제너가 차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에도 카일리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녀는 동생에게 이런 풍경을 앞에 두고 즐기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그때를 계기로 그녀는 지금도 가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스냅챗 등의 앱을 휴대폰에서 아예 며칠씩 지워버리곤 한다.
제너의 또 다른 매력은 그녀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시크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제너는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대신, 컵케이크와 쿠키를 굽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모든 것이 규칙적으로 놓여 있으면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질서에 대한 사소한 강박증을 털어놓았다. 호기심이 생겨 그녀 앞에 구겨진 냅킨을 던져두었더니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내 못 참겠다는 말과 함께 냅킨을 다시 네모 모양으로 반듯하게 접었다. 그때 에이전트로부터 문자가 왔다. <얼루어>와의 인터뷰 영상 촬영을 위해 떠나야 하는 그녀는 얼마 전에 처음으로 흰 머리를 발견하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다음 달에는 조금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말을 하며 그녀는 악수를 청했다. 제너가 사람들을 뚫고 차에 올라타는 동안에도 파파라치들은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기위해 몰려들었지만 이미 그녀는 떠난 뒤였다.

BEAUTY TALK
워낙 자매가 많아서 엄마가 열두 명이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뷰티 관련한 조언을 가장 많이 해주는 사람 역시 자매들이다.
커트니의 조언 열다섯 살 때 커트니가 ‘너도 이제 아이크림을 발라야겠다’라고 말한 이후 아이크림을 바르고 있어요. 절대로 손으로 여드름을 짜지 말라고 한 게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죠.
카일리의 조언 그녀는 화려한 헤어 스타일이나 네일을 좋아해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게 그녀의 소신이죠. 그래서인지 언제나 내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싶어 해요.
클로에의 조언 열다섯 살 때 눈썹을 다 뽑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최악이었죠. 클로에는 다시 눈썹이 날 때까지 절대 만지지 말라고 말하며 나중에는 눈썹 정리를 위해 피부관리실에 데려다줬어요. 그 이후부터 비벌리힐스의 아나스타샤에서 눈썹 관리를 받고 있어요.
킴의 조언 킴은 피네스(Finesse) 샴푸를 좋아해요. 저도 킴 덕분에 피네스 샴푸를 애용하고 있고요. 헤어 스타일을 자주 바꾸는데도 모발 상태가 좋은 건 이 샴푸 덕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