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마다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는 그 시즌의 의상을 소개하는 룩북을 내놓는다. 멋진 스타일에 시선이 가듯 근사한 룩북에도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멋을 향한 탐닉이 응집되어 있는 국내 패션 하우스의 룩북 진화에 관하여.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살린  SJYP 룩북.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살린 SJYP 룩북.

럭키 슈에뜨와 정유미의 협업 컬렉션 룩북.

럭키 슈에뜨와 정유미의 협업 컬렉션 룩북.

스타일링 중심으로 전개된 렉토의 룩북.

스타일링 중심으로 전개된 렉토의 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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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스트리트에서 촬영한 인스턴트 펑크.

런던 스트리트에서 촬영한 인스턴트 펑크.

럭키 슈에뜨 로고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룩북.

럭키 슈에뜨 로고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룩북.

사물을 인지할 때 오감은 본능적으로 작동한다. 그중 시각은 순간적으로 스위치를 켜고 눈앞의 장면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본능에 의지하는 감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는 사고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텍스트와는 다르게 빠르게, 강렬하게 각인된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녹여야하고, 그 시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서 패션 하우스는 컬렉션 제품을 이미지화한 작업에 공을 들인다. 룩북도 그러한 것 중 하나다. 신선한 자극은 브랜드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기억하게 하고,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으로 이어진다. ‘좋아요’를 부르는 비주얼을 향한 탐닉의 시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디지털을 통해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은 브랜드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고, 이미지 회전율은 빨라지고 주기는 짧아졌다. 현실이 이러하니 브랜드는 저마다 창의적인 발상의 룩북을 선보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보다 더 멋지고 감각적이며 독특한 감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마크 제이콥스의 2016년 크루즈 쇼 피날레와 구찌의 2016년 크루즈 런웨이, 거리에서 포착한 파파라치 콘셉트의 미우미우 2015년 가을/겨울 광고 캠페인을 기억하는가. 리얼리즘을 찾아 패션 하우스들은 런웨이를 벗어나 거리로 나갔고, 룩북의 무대 역시 거리로 더욱 확장되었다. 작위적인 모습을 걷어낸 장면에 낯선 거리의 생경함이 더해져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인스턴트 펑크 역시 2016년 가을/겨울 시즌을 위해 거리로 나가 플래시를 터트렸다. 런던 거리에서 촬영한 룩북은 모델의 요란한 포즈 없이도 스트리트 패션 특유의 자연스러움과 이색적인 풍경이 어우러져 룩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스트리트 패션의 쿨한 태도와 현실적인 스타일의 집약인 것! 인스턴트 펑크는 전문 모델과 작업하는 메인 룩북 외에 일반 모델들을 데리고 촬영하는 피플 프로젝트도 진행한다“.사 실 패션 모델이 등장한 룩북은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죠. 그래서 일반인 모델을 통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스타일 감각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 시즌의 뉴욕 스트리트 패션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런던에서 메인 룩북 촬영을 마친 후 일반인 모델들을 섭외해 스트리트 패션 룩북을 완성했어요.” 이렇게 기획된 피플 프로젝트 비주얼은 일반인들의 ‘진짜’ 스타일을 살려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감각적인 동시에 실용미를 드러낸다. 럭키 슈에뜨는 배우 정유미와 이번 시즌에 새롭게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 룩북 촬영을 위해 베를린으로 향했다. 정유미는 ‘The Girl Next Door’ 콘셉트 아래 베를린 골목 어딘가에서 만날 법한 세 명의 숙녀로 변신했다. 엉뚱한 숙녀 ‘Adele’, 자유분방한 숙녀 ‘Dani’, 여성스러운 숙녀 ‘Sophie’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그녀는 베를린 도시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브랜드의 얼굴로 여배우를 내세우는 건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적 관점에서 흔히 시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럭키 슈에뜨의 룩북이 좀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브랜드와 여배우의 만남이 협업으로 이어졌고, 배우의 면면을 룩북 속에 다양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최근 룩북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추상적인 이미지의 조합도 주목할 만하다. 옷을 소개하는 스타일 사진만 빽빽하게 담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사진을 배열해 룩북에 신선함을 더하고 풍성함을 불어넣는 식. 럭키 슈에뜨는 촬영 장소였던 베를린의 건축물 사진을 룩북에 적극 활용했다. ‘Messy Room’ 컬렉션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흐트러진 공간 사진을 활용한 로우 클래식의 룩북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정된 지면에서 직접적인 스타일보다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인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전략이다. 흰 벽 앞에서 모델을 각목처럼 세워놓고 촬영하는 룩북은 매 시즌 쏟아지는 룩북 홍수의 시대에서 구시대적인 이미지에 불가하니까. 먼데이 에디션 역시 2016년 가을/겨울 룩북을 제작하며 이미지 사진을 적극 활용했다. “룩북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마침 사진가 제이미 혹스워스의 어시스턴트인 텍스 비숍(Tex Bishop)의 사진을 보게 됐고, 그가 찍은 사진 위에 먼데이 에디션 주얼리를 놓고 촬영하기로 결정했죠. 스토리를 담기 위해 그가 어린 시절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살면서 다닌 발레 학교의 수업 모습을 따로 촬영해 디자인적인 요소로 활용했어요. 사진가의 히스토리 속에 먼데이 에디션의 주얼리를 자연스럽게 녹이기 위한 의도였죠.” 먼데이 에디션 김사라 대표의 이야기처럼 차별화된 전략은 참신함을 남기고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도 끌어올린다. 톰 그레이하운드의 ‘톰 페이퍼’도 개성 있는 콘셉트로 이목을 끌었다. 톰 페이퍼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진두지휘 아래 시즌별로 발간되는데 유아인, 정유미, 이솜 등 인물 중심의 기획에서 벗어나 이스토어 콘셉트의 룩북을 선보였다. 가상의 톰 그레이하운드 사이트에 접속한 것처럼 룩북을 디자인하고, ‘Campaign’, ‘New Arrivals’, ‘Editor’s Pick’ 등 카테고리를 나누어 쇼핑 사이트처럼 연출했다. 마치 손에 잡히는 온라인 쇼핑몰처럼 !새롭게 시도한 브랜드의 전략은 탁월했고, 이로써 쇼핑 욕구를 자극하는 스타일링뿐만 아니라 편집 디자인의 감도가 룩북 제작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지 확인시켜주었다.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한계도 정답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리트 패션, 배우와의 협업, 추상적인 이미지화, 개성 있는 콘셉트 등 룩북은 다양한 접근으로 표현 가능하다. 그리고 이 속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노련하게 담아내는 감각이 필요하다 .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근사한 컬렉션, 합리적인 가격이 구매의 필요 조건이라면 신선한 비주얼은 충분 조건이 되었다. 지금은 이미지의 시대가 아니던가.

 

INTERVIEW
매 시즌 새로움을 담아 룩북을 내놓고 있는 로우 클래식과 젠틀 몬스터. 차별화된 이미지로 브랜드의 스토리를 쌓아가는 이들의 룩북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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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 클래식
룩북의 역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자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노릴 수 있는 전략이다.
룩북 전개 방법 룩북을 만들 때 까다롭게 고민하는 부분이 사진가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촬영을 할 때 깊게 관여하기보다는 사진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로우 클래식의 면면을 신선한 시각으로 담는다. 그렇기 때문에 로우 클래식의 감도와 맞는 사진가와 작업하는 것이 매우중요하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룩북을 여러 번 촬영한다는 것. 샘플을 가지고 메인 룩북을 촬영한 후 판매 전 테스트 과정을 거친, 수정된 옷으로 한번 더 촬영해 사이트에 올린다. 고객들에게 옷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2016년 가을/겨울 룩북 이번 시즌 룩북은 세 가지 테마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Look’. 콘셉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번 시즌 어떤 룩을 만들었고,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테마이다. 두 번째는 ‘Accessories’로 액세서리만 소개하는 페이지인데 단순히 제품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오브제를 활용해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처럼 공을 들였다. 룩북의 감성을 이어가기 위해 명동 플래그십 매장에 룩북 속 이미지를 현실화시켜 디스플레이로 연출하기도 한다. 마지막은 이번 시즌 콘셉트를 이미지화해서 보여준 ‘Messy Room’이다. 새로운 시즌의 테마와 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베를린의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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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몬스터
룩북의 역할 젠틀 몬스터의 신조는 ‘세상을 놀라게 하다’이다. 이 신념 속에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달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면에서 젠틀 몬스터가 전하고 싶은 새로운 감정은 하나의 문장보다 콘셉트, 가치관, 의도 등이 함축된 이미지가 적절하다.
룩북 전개 방법 젠틀 몬스터에서 만드는 모든 룩북과 이미지는 지면으로 따로 제작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공유하고 있다. 디지털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디지털 세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브랜드의 회전 주기가 빠른 만큼 빈번하게 제작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매번 지면에 담는 것도 한계가 있다. 홈페이지에는 화보를 보는 것처럼 개연성을 살려 제작한 결과물을 업로드하고, 인스타그램을 운영할 때는 단 한 장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이미지를 선별해 공개한다.
2016년 가을/겨울 룩북 ‘틴트 렌즈 컬렉션’ 룩북과 ‘젠더리스 제너레이션’ 룩북을 선보였다. 틴트 렌즈 컬렉션 룩북은 젠틀 몬스터의 메인 아이템 중 하나인 틴트 렌즈 선글라스를 소개한 이미지. 젠틀 몬스터와 늘 호흡을 맞추는 조기석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했고, 그의 재능을 살려 사진 촬영 후 후반 작업에 아트를 접목해 창의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젠더리스 제너레이션 룩북은 아이웨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링을 살린 패션 화보처럼 촬영했다. 단일 제품 브랜드라는 한계에 갇혀 선글라스만 보이도록 촬영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브랜드의 감도를 전달하는 것도 룩북의 역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