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탁 트인 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와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러닝이 바꾸어놓은 삶에 관한 이야기.

 

*** Local Caption *** Nicole Traynor;

– 턱: 턱은 당기고 시선은 앞을 향한다. 어깨에는 힘을 뺀다. – 가슴 : 가슴을 펴고 배에 힘을 준다. – 힙 : 엉덩이는 중립 자세를 유지한다. 앞으로 기울이거나 뒤로 빼게 되면 다리를 완벽히 움직일 수 없으므로 추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 손 : 손의 힘을 풀되 손이 앞으로 나갈 때에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향하게 한다. 손목은 자연스럽게 둔다. – 무릎 무릎은 앞으로 차듯이 움직여야 한다. 착지할 때 무릎이 흔들리면 부상 위험이 있으니 주의한다. – 발 : 발이 바닥에 닿을 때에는 가운데 부분이 먼저 닿아야 한다.

“왜 러닝이야?” 사람들은 뭔가 대단한 답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하지만 내 대답은 늘 같다“.좋 으니까!” 달리는 게 마냥 좋지 않았다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는 없었을 거다. 나는 달리기를 하는 동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감정들을 경험하곤 한다. ‘아, 좋다. 역시 시간 내서 달리길 잘했어. 너무 힘들다. 그만 달리고 싶다. 내가 미쳤지, 왜 또 이걸 시작해서….” 확신은 곧 절망으로 바뀌고 투덜거리다 환희에 찼다가 내 다리지만 더는 내 다리가 아닌 것을 질질 끌고 울고 싶은 마음으로 달린다. 그러나 이 모든 감정을 겪고 난 후에는 다시 “아, 정말 좋다”라고 중얼거리게 되니 결국은 그렇게 답할 수밖에. 그리고 계속해서 달릴 수밖에.

러닝을 시작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다. 사실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시도해보지 않은 운동이 없을 정도였다. 골프, 테니스, 암벽등반, 필라테스, 주짓수 등 셀 수도 없다. 이것저것 도전 끝에 러닝을 선택한 데에는 사방이 막힌 스포츠 센터가 아닌 탁 트인 길 위에서 할 수 있다는 점,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강사를 찾고, 장비를 사고, 수업을 받고, 함께 할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여느 운동과 달리 언제든 내가 하고 싶을 때, 비싼 장비 없이도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러닝이었다. 결국, 나는 뛰기 좋은 한강 공원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신사나들목으로 진입해 잠수대교를 건너오거나 동호대교를 건너오는 식이었다. 바람을 맞고 나무를 보고 강 냄새를 맡을수 있는 곳에서 오롯이 나 혼자일 수 있는 그 시간을 기다렸고 즐겼다.

그러다가 하루는 친구의 소개로 PRRC(Private Road Running Club) 1936 러닝 클럽과 함께 뛸기회가 생겼다. ‘혼자라 좋은 이 운동을 왜 굳이 함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함께 달리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30여 명의 멤버들과 함께 뛰기 시작했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함께 달리는 즐거움’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함께 달리지만, 누군가를 이길 필요가 없는, 서로를 격려하며 피니시 라인을 밟는다는 것. 사실 혼자 달린다는 건 무한한 자유로움 속에 나를 던져 놓는 일이다.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달리고 싶을 때는 달렸고 힘들다 싶으면 걸었다. 그러니 아무리 달려도 딱히 늘지 않는 실력이 불만스러웠던 참에 러닝 클럽을 만나게 된 거다. 리더가 앞서 달리면 우리는 그의 속도에 맞춰 달렸다. 조정이 리듬에 맞춰 노를 저어 강을 이어가는 일이라면 그룹 러닝은 다리의 움직임과 호흡을 맞춰 길을 이어나가는 일이었다. 분명 혼자 달릴 때와는 차원이 다른 ‘힘듦’이었지만 그렇게 몇 달을 달리고 나니 처음에는 버겁던 거리가 제법 달릴 만한 거리가 되었다. 호흡이 일정해지고 페이스를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혼자 달리기를 병행했는데 덕분에 혼자 달릴 때도 힘든 지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게 된 게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였다. 혼자서 하는 러닝과 그룹 러닝의 매력은 놀라울 만큼 달라 그 둘을 번갈아 연습하는 건 러닝 자체에 흥미를 잃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힘든 순간을 참아가며 달리고, 좌절하고, 실력이 늘고, 자신감을 얻고 그 과정을 겪어가면서 러닝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가 좋아하고 무엇보다 잘할 수 있는 운동이 되었다. 러닝에 대한 나의 태도도 물론 달라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러닝을 위해 더 훌륭한 러너가 되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러닝이란 결국 누군가의 도움 없이 두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운동이기에 매일같이 달리는 한강이 가끔 지겹게 느껴질 때면 낯선 곳에서의 러닝이 자극이 되었다. 여행을 가든, 출장을 가든, 언제나 그 동네를 달리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평화로운 시골길을, 방콕의 룸피니 공원을, 한겨울의 제주도 해안도로를, 프라하의 카를교를, 런던의 러닝 멤버들과 비 내리는 타워브리지를 달렸다. 나이키 우먼스 마라톤을 시작해 부산 마이런, 경주 벚꽃 마라톤, 하와이 호놀룰루 트라이애슬론 등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마라톤 경기에 참여해 세계의 수많은 러너를 만나고 새로운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낯선 곳을 달리다 보면 익숙했던 몸의 작은 움직임까지 새롭게 느껴지곤 했다. 길의 생김새와 냄새,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람의 세기, 공기의 질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러닝은 일상이 되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짧게는 6km, 길게는 12km를 달리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걷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애초에 건강이나 다이어트 등을 기대하고 시작한 운동은 아니었지만, 러닝은 눈에 띄는 몇 가지 변화를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군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몸에 탄력이 생겼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살 빠졌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인사처럼 건네곤 한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불면증은 불치병이라 생각했던 내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건강이나 살을 빼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로서의 러닝을 가능한 한 오래, 최대치로 즐기기 위해 나는 오늘도 러닝으로 내 몸을 단련시킨다.

10월에는 PRRC 1936 러닝 클럽 멤버들과 함께 시카고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떠난다. 목표는 결코 ‘몇 시간 안에 마라톤을 완주하겠다!’ 같은것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적어도 끝까지 걷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마 좀 걷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목표를 떠나 낯선 길을 달린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러닝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을 경험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경험하는 중이라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킨다. 소설가 김연수는 “누구나 이미 절반은 러너”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달리고 싶지 않아서 달리지 않았으니 달리고 싶을 때 달리기만 하면 당신도 곧 러너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km라도 좋다. 아주 천천히 달려도 좋다. 가장 중요한 건 꾸준히 길 위에 서는 것이다 . 아마도 이제껏 상상하지 못한 멋진 일들이 ‘이미 절반은 러너’인 당신에게도 벌어지기 시작할 거다.

ALR_161008_08021_R01신상 러닝화
러닝화를 고르는 여러 가지 기준 중에서도 기능에 초점을 맞춰 고른 신상 운동화 다섯.

1 푸마의 비오지삭 코어 케이알 러닝화
위쪽의 밴딩이 마치 양말을 신는 듯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모노톤의 컬러 매칭이 한층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한다. 11만9천원.
2 뉴발란스의 WRUSHBP2
달릴 때 충격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주는 반발력이 좋은 형태의 미드솔을 사용했다. 메시 소재가 통기성과 내구성을 높인다. 9만9천원.
3 리복의 Z프린트 3D WP
발의 모양을 3차원적으로 설계해 발의 압력에 따라 맞춤 쿠셔닝을 제공한다. 파워 프레임이 발 양옆을 잡아주어 달릴 때 발이 편하다. 10만9천원.
4 아디다스의 알파바운스 아라미스
푹신한 착용감을 자랑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빠르고 가벼운 러닝을 가능케 한다. 발에 꼭 맞는 메시 소재 갑피가 발을 포근히 감싼다. 12만9천원.
5 나이키의 에어 줌 스트럭처 20
모든 부품이 유기적으로 기능해 안정성과 빠른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중 밀도로 이루어진 미드솔이 발을 착지할 때 안쪽으로 기우는 내전 현상을 방지한다. 13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