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대림미술관이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Red Bustle’

‘Red Bustle’

‘Dougie’

‘Dougie’

‘Devon Aoki for Alexander McQueen.’

‘Devon Aoki for Alexander McQueen.’

올 연말 대림미술관이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닉 나이트 사진전이다. 다큐멘터리부터 패션 사진, 디지털 영상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닉 나이트의 작품 110여 점이 대림미술관에 안착했다.

닉 나이트가 펼치는 작품 세계의 기반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끊임없는 소통이다. 대림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초기 작품은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스킨헤드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청년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포착해낸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당시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열일곱 살의 닉 나이트가 스킨헤드의  패션과 음악에 심취해 실제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친밀하게 소통하며 얻어낸 결과다. 이후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동시대의 예술계 인사 200명을 찍은 초상 사진은 <ID> 매거진과 함께 작업했으며 인물의 특정한 표정이나 자세에 주목하여 피사체의 움직임이나 소품을 이용해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작품 속 인간이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감정적인 교감, 혹은 정서적인 연결이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모순적이게도 죽은 원숭이를 촬영하면서 깨달은 것으로, 그는 사진을 위해 원숭이의 지난 삶을 상상하며 생명력을 부여하는 게 가장 큰 도전과제였다고 밝혔다. 미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작품도 많다. “나는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지 않는다. 다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의 개념을 뒤집는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닉 나이트의 이 말에서 드러나듯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 마틴 싯봉, 그리고 질 샌더와 작업하며 주류 패션계가 내세우는 획일화된 아름다움과 여성의 상품화에 대항한 화보는 언제나 큰 반향을 몰고 왔다. 특히, 요지 야마모토와 함께 한 ‘레드 버슬(Red Bustle)’이라는 작품은 여성의 몸을 드러내지 않아도 여성성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 나아가 그는 사진을 통해 장애, 차별, 폭력 등 그간 소외되던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촬영할 때도 그들을 향한 동정이 담긴 친절한 시선이 아닌 그들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고자 했다.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사진은 전시장 3층에 마련된 페인팅 앤 폴리틱스에서 볼 수 있다.

닉 나이트의 장르를 넘나드는 도전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문 데서 시작된다. 잉크가 쉽게 흡수되지 않는 특수용지에 페인트를 흐르게 해 완성한 정물화나 케이트 모스의 2차원 이미지를 3D 스캐너를 통해 프린트한 사진 조각상 역시 서울에 왔다. 패션 사진을 영상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패션 필름을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온라인 플랫폼, 쇼스튜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사진을 찍을 때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그러니 애니메이션, 3D 촬영 등을 접목한 최근 작품과 알렉산더 맥퀸과의 협업 영상을 보고 나면 그 무한한 실험 정신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전시는 내년 3월 말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