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에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알레르기성 비염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환경 오염 때문일까,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일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알레르기,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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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갑자기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어. 피곤한 날에는 더 심하게 올라오는 것 같아.” “나이가 들수록 비염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땅콩 냄새만 맡아도 피부가 막 가려워져.” 주변에 부쩍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스스로 원인을 알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유도 없이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환절기만 되면 멈추지 않는 콧물과 재채기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에디터 역시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을 달고 살았지만, 그 이유가 정확히 뭔지는 몰랐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비염도 점점 심해졌다. 늘 가려운 코 때문에 코를 세게 푸는 습관이 생겨 귀가 멍해질 때가 많았고, 춥고 건조한 비행기 실내는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알레르기 약을 달고 살다 보니 혹시 이러다 내성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도 생겼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몸이 예민해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짜 미세먼지, 황사와 같이 점점 심해지는 환경 오염과 스트레스가 알레르기를 심화시키는 것일까?

알레르기란 대부분의 사람에게 유해하지 않은 물질에 대해 내 몸의 면역 체계가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여 염증반응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면역체계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외부물질인 알레르겐과 접촉하면, 그 물질에대한 인식이 생기며 우리 몸에 알레르겐에 대한 특정 항체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감작과정이라고 하는데, 이후 해당 물질과 접촉하게 되면 그 항체가 작동하여 과민한 면역 반응, 즉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알레르기가 코에 나타나면 알레르기성 비염, 눈에 나타나면 아토피성 결막염, 기관지에 나타나면 천식, 피부에 나타나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되는 것. 보통 음식이나 집먼지 진드기, 동물, 꽃가루 등에 대해 항체가 잘 만들어진다. 햇빛, 찬 공기, 담배연기, 공해 물질 등은 알레르기를 직접 유발하지 않지만, 면역체계를 자극하여 알레르기 증상이 잘 나타나게 만드는 악화 요인들이다. 예를 들어 햇빛 알레르기라면 햇빛 자체가 알레르겐은 아니지만,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이 면역체계를 예민하게 만들어서 피부의 광과민 물질이 알레르기처럼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찬 공기만 쐬면 비염이 심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전에는 없던 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겼다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없던 알레르기가 생겼다기보다는, 유전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잘 일어나는 사람이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알레르겐에 반복 노출되면서 면역체계가 예민해지고, 그에 따라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고 봐야 해요” .에스원 이비인후과 심우진 원장은 또한 환경 오염,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이 알레르기를 심화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평소 피부나 점막이 알레르겐의 접촉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환경 오염, 스트레스 등으로 피부의 방어 기능이 손상될 경우 알레르겐의 침투가 용이해져 알레르기가 더 쉽게 유발된다. 환절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큰 일교차로 인해 신체 리듬이 갑작스럽게 바뀌면 체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에 따라 알레르기가 더 쉽게 생기는 것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남부 지방에만 있던 아열대 식물인 환삼덩굴의 서식대가 수도권까지 올라오면서 이로 인한 알레르기가 증가했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이 식물이 원인인 경우가 많죠. 환경이 바뀌며 처음 접하는 새로운 물질이 많아지고 이에 우리의 면역체계가 새로운 감작과정을 일으키는 거에요. 또 SUV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디젤엔진의 배기가스에 포함되어 있는 미립자인 DEP가 증가했는데 이 역시 강력한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 알려져 있어요. 환경 오염이 알레르기를 심화시킨다는 결정적인 증거인 셈이죠. ” 또한 상한 음식을 먹고 장염이 생겨 장의 점막이 손상된 부분으로 특정 음식의 단백질이 침투되면 장 점막의 면역세포가 평소에는 접하지 못하던 단백질에 대해 항체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후에 그 음식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기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알레르기의 발생 자체를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유발 원인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생활 환경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알레르기 유발을 막고 싶다면 우선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알레르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자가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처법인 셈이다. 이미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약물 치료, 시술 등으로 알레르기가 더 심해지거나 합병증으로 번지지 않도록 치료해야 한다. 외부 환경 관리로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것을 되도록 피하고, 뻔한 말 같겠지만 스트레스 발생 요소를 줄이고 홍삼과 같이 면역 강화에 효과적인 건강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방법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에서 살아남는 법
극심한 알레르기성 비염에 시달리고 있는 에디터의 경우는 어떠할까. 먼저 비염의 유형에 대해 설명해야 할 듯하다. 비염이라고 해서 모두 다 알레르기성은 아니라는 말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요 증상은 코막힘, 맑은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이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감기와 달리 발열 증상이 없다. 혈관운동성 비염의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알레르기 항체가 검출되지 않는다. 식사할 때 유난히 콧물이 많이 나온다면 식이성 비염, 생리 때면 비염이 더 심해진다면 호르몬성 비염이고 코점막이 퇴출되어 생기는 위축성 비염도 있다. 만성적인 코막힘, 콧물, 가려움증을 겪고 있는 에디터는 전형적인 알레르기성 비염의 사례다. 우선 콧속을 확대 촬영해봤다. 일단 코 중심뼈인 비중격이 휘어 있는 비중격 만곡증을 진단받았다. 비중격이 휜 쪽은 콧속 공간이 좁아 숨쉬기 힘들고,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은 편. 그런데 이럴 경우 사람의 신체는 자기 보호 기재로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을 일정하게 제어하기 위해 코 안의 점막을 둥글게 부풀린다고 한다. 에디터의 콧속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비염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콧속 점막의 염증이 만성화되어 점막 자체도 두터워지고 콧물샘의 개수도 많아진 것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비염이 심해졌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에디터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알레르겐은 무엇일까. 알레르기 검사에는 피부에 예상 물질을 소량 투입해 반응 여부를 체크해보는 피부단자실험과 혈액 검사가 있는데, 피부단자실험은 말 그대로 예상 물질을 하나하나 주입해봐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보통 혈액 검사로 진행된다. 일정량의 혈액을 뽑아 음식, 식물, 동물 등 총 60여 가지 물질과의 반응을 체크하는 알레르기 검사를 해봤다. 그 결과, 에디터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강아지와 자작나무로 나타났다. 자작나무는 우리나라의 숲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나무 중 하나인데, 때문에 숲이 울창해지는 4~5월에 에디터의 비염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었다. 원인이 밝혀졌으므로 이제 알레르겐을 조심하면 되지만 이미 만성화된 비염은 치료 방법이 없는 것일까.

에스원 이비인후과 심우진 원장이 조언한 알레르기성 비염 관리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온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마스크를 착용한다. 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호흡기를 마르지 않게 유지하는 가습 기능. 여름이면 습도가 높기 때문에 코의 가습 기능이 별로 필요 없지만 차고 건조한 기후에는 코가 스스로 가습을 하기 위해 점막을 부풀려 콧물을 만든다. 그런데 비염으로 점막이 이미 부풀어진 상태라면 점막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코가 막히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코 주변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면 마스크는 수분을 보존하지 않으므로 밀폐 효과가 있는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공기 청정기를 추천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를 제거해 알레르겐 자체를 제거할 수 있다. 되도록 헤파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꽃가루나 곰팡이는 잡을 수 있지만 집먼지 진드기는 공기 청정기로도 제거하지 못한다. 주로 천 소재에 많이 서식하므로 침구는 물 세탁이 가능한 소재로 골라, 섭씨 55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하는 것이 좋다. 가습기 사용도 좋지만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 알레르기의 경우, 70% 이상의 습도가 유지되면 진드기나 곰팡이가 더 빨리 번식하여 알레르기가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셋째.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습관을 기른다. 특히 황사 등 먼지가 많은 날에 도움이 된다. 환절기와 같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라면 알레르기 약을 먹어 면역반응의 예민도를 감소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째. 만성화되기 전에 반드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아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 처방없이 파는 약에는 주로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들어 있어 콧물, 재채기 등은 빠르게 사그라지지만 졸리는 부작용이 있다. 반면 병원 처방의 경우 주로 2세대나 3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내성이 생길 우려도 적다.

다섯째, 약으로도 알레르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면역 치료와 수술을 권한다. 방치하면 축농증, 중이염 등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면역 치료는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몸에 소량씩 넣어 조금씩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수술은 원인 자체에 대한 치료라기보다는 점막을 잘라내 콧물 분비량을 줄이고, 코점막에 반흔을 만들어 점막의 예민도를 줄이는 등의 방식이다.